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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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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전문가인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지난 16일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일상회복위) 위원직을 사퇴했다. 일상회복위는 거리두기 조정 등 정부의 주요 방역정책을 논의하는 민관합동 자문기구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위기가 닥쳐온 초기부터 생활방역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정부와 긴밀하게 방역 정책을 논의해 온 전문가였기에 논란이 일었다.

이재갑 교수는 18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사퇴를 통해서 방역당국에 경각심을 주고자 했다"라며 사퇴 이유를 밝혔다. 정부에 대해 답답함이 크지만, 단순히 '같이 일 못하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경증환자 의료체계'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100만 재택치료자'에 대비하는 방안 마련에 힘쓰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위원회에 회의감... '사퇴'는 위기 상황 상기시키는 목적

- 사퇴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오미크론 변이 대응을 위한 전반적인 방역체계 개편이 있지 않았나. (방역 정책에 있어서)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어야 하는 시기였는데 그때 2~3주 동안 일상회복위원회가 아예 안 모였다. 물론 대책을 만드느라 바쁜 건 이해가 가는데, 국민 삶에 영향을 주는 과정을 위원회에서 어떻게 다루지 않을 수 있을까 싶었다.

2~3주 동안 정부가 뭐하고 있는가 싶더니, 갑자기 이번 주에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을 한다고 했다. 예전부터도 계속 생각해왔지만 대체 위원회가 왜 있는지 회의감이 들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사퇴를 함으로써 위기상황의 심각성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방역당국이 전문가들의 문제의식을 수용하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일종의 '노이즈'를 일으키면서 방역당국을 압박하고자 한 것이다. 실제로 이 교수의 일상회복위 사퇴는 파장이 컸다. 1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는 이 교수의 일상회복위 사퇴에 관한 질문이 두 번이나 나왔다.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은 "어제 이재갑 교수님과 서로 통화를 나누었다. 상당히 아쉬운 면이 좀 있다"라면서도 "이재갑 교수님께 앞으로 위원회를 떠난다 하더라도 언제라도 정부에 대해서 좋은 고견을 주시기를 부탁드렸다. 이 교수님도 그에 대해서는 계속하겠다는 말씀을 주셨다"라고 강조했다.

- 지금 정부가 꼭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명확한 메시지다. 위기는 위기라고 이야기 해야 한다. 위기가 아닌 것처럼 거리두기를 완화하면서 위기를 외면하고 있다. 우리가 외국처럼 이런 대규모 유행을 여러 번 겪었으면 또 한 번 겪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2년 동안 이와 같은 대규모 발병 사례는 없었다. 국민도 준비가 안 되어있고, 정부도 준비가 안 되어 있다.

위기상황임을 명확하게 선언해야 그에 따라 수습책을 만들고 보건소나 방역이나 사회 운영에 필수적인 기관들을 비상상황으로 운영할 수 있다. 지금은 '알아서 하라'는 것 같다. 보건소 업무가 10배가 많아져도 대책이 없다."

확진자 증가로 병원 문 닫을 수도 있는 사회적 재난 상태
 
지난 11일 오전 서울 광진구청 재난안전대책본부 종합상황실에서 직원들이 근무를 하고 있다. 광진구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확진자가 급증하자 재택치료 추진체계 강화를 위해 나뉘어져 있던 보건소 감염병 업무 공간과 행정지원 업무 공간을 일원화하는 등 종합상황실을 확대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 광진구청 재난안전대책본부 종합상황실에서 직원들이 근무를 하고 있다. 광진구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확진자가 급증하자 재택치료 추진체계 강화를 위해 나뉘어져 있던 보건소 감염병 업무 공간과 행정지원 업무 공간을 일원화하는 등 종합상황실을 확대 운영하기 시작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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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업제한 시간을 10시로 조정하는 거리두기 완화를 반대하셨다고 들었다.

"지금은 '사회적 재난' 상태다. 중증환자가 적다고 하더라도 결코 괜찮지 않다. 확진자가 너무 많다 보니 병원이라든지 사회 필수 시설의 운영이 안 되는 상황에 놓일 위기에 처해 있다. 의료체계 붕괴가 아니라 사회 자체가 안 돌아갈 수 있다.

완화한다는 메시지가 지금 시점에서 나가면 안 된다. 최소한 현행 수준은 유지하든지, 아니면 일시적으로 사적모임 제한을 '2~4인, 오후 8시' 수준으로 조정하는 비상계획을 발동해서 일단 유행을 정체하거나 꺾어야 되는 상황이다."

- 오미크론 유행 시기는 통상 2달 정도로 알려져 있다. 즉 유행이 3~4주 정도가 지나면 정점을 찍고 내려와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정점이 늦게 오는 것 같다. 한국은 외국에 비해 기존 감염자 수가 적기 때문인가?

"맞다. 3차 접종률이 높아서 그나마 버티고 있다. 만약 3차접종이 없었다면 미국보다 더 감염률이 높았을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벌써 경증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의료체계가 무너지고 있어서 걱정스럽다." 

-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일단 재택치료자 100만 명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100만 명이 코로나19 재택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동네 병원에서도 외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코로나19 환자에게 투여할 약도 배송이 안 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배달 플랫폼 기능을 활용해서 약을 빠르게 배달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태그:#이재갑, #일상회복지원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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