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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경험하는 크고 작은 '별일'들, 한국에 의미있는 캐나다 소식을 격주로 전합니다. [편집자말]
캐나다 알버타주는 밀접 접촉자 추적, 격리, 마스크 착용 등 코로나 관련 모든 의무규정을 곧 '해제'할 예정이다.
 캐나다 알버타주는 밀접 접촉자 추적, 격리, 마스크 착용 등 코로나 관련 모든 의무규정을 곧 "해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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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8일, 캐나다 알버타주의 코로나 관련 발표가 캐나다 전역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최고 의료 책임자인 디나 힌쇼의 발표에 따르면, 알버타주는 밀접 접촉자 추적, 격리, 마스크 착용 등 코로나 관련 모든 의무규정을 곧 '해제'할 예정이다.

당장 지난 7월 29일, 밀접 접촉자의 격리가 의무가 아닌 권고로 바뀌었다. 보호시설 등 고위험 시설 거주자가 아니라면 밀접 접촉자에 대한 통고는 더이상 없을 것이며, 무증상 테스트는 권장하지 않는다. 8월 16일부터는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더라도 격리는 강력권고일 뿐 의무사항이 아니다. 또한 테스트 규모도 축소해나갈 방침이어서, 8월 말에 이르면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에만 테스트를 받을 수 있다.

백신이 광범위하게 보급되기 전에는 코로나를 주정부 차원의 보편의료로서 다뤄야 했지만, 그 감시와 개입을 지역 차원으로 돌리겠다는 것이 알버타주 보건당국의 입장이다. 즉 코로나를 우리가 헤쳐나가야 할 수많은 위험요소들 중 하나로 통합시켜, 여타 다른 질병들과 마찬가지로 다루겠다는 이야기다.

걱정과 우려

알버타주가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백신 보급율의 증가로 코로나의 위험이 크게 줄었다는 판단이 있다. 코로나 외에도, 가을부터 많은 환자를 유발하곤 하는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들에 대응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당위성도 이번 결정을 뒷받침한다. 백신 보급의 진척과 그 효과를 봤을 때 "이전의 특별한 규제들을 유지할 필요는 줄었다"는 것이다.

알버타주 보건부장관 타일러 샨드로는 디나 힌쇼의 발표를 지지하면서 "다른 주들도 이것이 불가피한 다음 단계임을 알고 있고, 이같은 방침을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상에서 코로나의 소멸이 불가능하다면, 감기와 같은 호흡기 질환의 하나로서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것. 그것은 어쩌면 2년째 팬데믹에 지칠대로 지친 모든 이들의 공통적인 바람일 것이다. 어느 시점이 되면 다른 곳들도 알버타주와 같은 방침을 택하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시점일 텐데, 알버타주 보건당국과 그들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은 현재 정반대의 곳을 향하고 있다.
 
2020년 3월 23일, 캐나다 노스 밴쿠버에 있는 라이온스 게이트 병원의 직원이 안면 가리개와 마스크를 얼굴에 하고 임시로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앞에 서 있는 모습.
 2020년 3월 23일, 캐나다 노스 밴쿠버에 있는 라이온스 게이트 병원의 직원이 안면 가리개와 마스크를 얼굴에 하고 임시로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앞에 서 있는 모습.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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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8일 발표에 반발한 알버타주 의사들은 바로 이틀 뒤 국회 앞에서 시위를 열었다. 이번 방침이 의료상식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의료 전문가들, 마스크와 격리조치 없이 9월부터 자녀를 등교시켜야 하는 부모들 등 수백 명으로 이뤄진 시위가 알버타주 곳곳에서 매일같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이 알버타주의 방침 변화에 대해 '실수, 비합리적, 시기상조, 미친 짓, 위험한 실험' 등 과격한 표현도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단 백신을 접종한 성인 알버타인의 비율이 약 65%로 캐나다 내에서는 낮은 편일 뿐 아니라 집단면역에 도달했다고 볼 수도 없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서스캐처원 대학교수 나짐 무하자린은 "우리는 아직 집단 면역에 도달하지 못했다. 코로나를 팬데믹이 아닌 풍토병으로 다룰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하기 전 그 사실을 인지하기 바란다"고 했다.

"무방비 상태가 될 것"이란 경고

더구나 알버타주의 변화가 많은 이들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최근 4일간 하루 평균 743명의 확진자가 나올 정도로 알버타주의 확진자가 증가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 유행을 돌이켜보면, 확진자가 급증하고 나서 몇 주 뒤 입원치료와 사망자 역시 늘어나는 패턴을 보였다. 하지만 발표를 담당했던 힌쇼 박사는 중증을 막아주는 백신의 효과를 감안할 때 이번 확진자 증가는 그러한 패턴을 따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델타 변이의 빠른 전파력과 돌파감염 위험성도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요소들 중 하나다. 캘거리 대학 교수이자 의사인 가브리엘 파브르는 델타 변이가 취약계층을 파고들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CBC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테스트와 감시 구조를 와해시키고 (코로나 상황을 알려주는) 유일한 지표로서 (심각한 증상자들의) 입원에만 의지한다면, 우리는 무방비 상태가 되고 말 것입니다.
 
워싱톤 대학 공중보건 최고전략 책임자 알리 목다드 역시 델타변이가 백신 접종자들까지도 감염시키며 확진자가 크게 늘고 있는 미국·영국 등지의 상황을 들어 우려를 표했다. 전염성 높은 델타변이가 낮은 백신 보급율, 규제 해제와 만났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미국 플로리다 등의 예를 통해 알 수 있지 않냐는 것이다.

그러나 디나 힌쇼는 이같은 우려에 대해 '2회 백신 접종이 델타 변이의 감염과 중증으로의 발전을 막는 데 매우 효과적임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알버타주에서 델타 변이가 우세종이 된 7월 1일 이후 확진자의 95%는 미접종자들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렇게 백신의 효과를 강조하면서 다시 한번 접종 독려의 중요성에 무게를 뒀다.

백신 허용 연령에 속하지 않는 만 12세 미만 어린이들의 감염 위험성도 가장 걱정되는 사항 중 하나다. 알버타주에서 이 연령대 어린이들의 사망은 보고된 바 없지만, 팬데믹 이후 입원치료는 288건, 집중치료는 57건이었다. 어린 딸을 키우는 한 여성은 C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제 딸은 백신을 맞을 수가 없습니다. 반 친구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어떤 학생이 확진 판정을 받고도 등교를 한다면 바이러스가 퍼지겠지요... 코로나 바이러스를 다른 호흡기 질환들과 마찬가지로 취급하는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독감 같은 경우는 아이들이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이지요.
 
이 점에 대해서도 알버타주 보건당국의 입장은 분명하다. 아이들이 직면하는 위협은 비단 코로나만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12세 미만 어린이들에게 있어 코로나 감염의 위험은 계절독감과 같은 정도거나 오히려 더 낮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방침, 위험에서 자유로웠던 적은 없었다"
 
알버타주 최고 의료 책임자인 디나 힌쇼 박사. 사진은 지난 6월 22일 에드먼턴에서 디나 힌쇼 박사가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알버타주 최고 의료 책임자인 디나 힌쇼 박사. 사진은 지난 6월 22일 에드먼턴에서 디나 힌쇼 박사가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 캐나다 알버타 주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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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방침이 알버타주를 넘어 파급효과를 가지게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캐나다 내의 여행, 혹은 한 주에서 다른 주를 오가며 생활하는 사람들로 인해 다른 지역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더구나 팬데믹은 전세계적 상황이며 모두가 연결돼있음을 생각할 때 그 파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에드몬튼 의사 니자 박쉬는 "삽관을 하게 됐을 때에야 코로나에 걸렸음을 알게 되는 것, 바로 그게 문제"라며 예방 가능한 사망을 초래하게 될 위험성을 지적했다. 야당 NDP 대표 레이첼 노틀리는 "코로나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운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어디에 바이러스가 있는지, 자신이 바이러스에 노출됐는지 아닌지를 알 권리가 분명 있다"고 못박으며 정부가 결정을 뒤바꿀 것을 촉구했다. 이외에도 많은 의료 전문가들과 정치인들이 알버타주의 이번 방침을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증가하는 백신 보급율과 백신의 효과에 대한 믿음, 코로나를 여타의 위험요소들 중 하나로 다루면서 앞으로 맞게 될 다른 바이러스들에 대응할 시스템을 준비할 때가 됐다는 알버타주 보건당국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닥터 힌쇼는 발표 말미에 이런 말을 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우리가 취해왔던 어떤 행동방침도 위험에서 자유로웠던 적은 없었습니다. 모든 방침에는 긍정적인 결과와 부정적인 결과가 함께 따릅니다. 이번 방침 변화도 다르지 않습니다.
 
독감 같은 유행병 중 하나로서의 코로나와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할 때가 된 것이라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하지만 알버타주의 방침이 지금으로선 무모하리 만큼 공격적인 전략으로 보이는 게 사실이다. 디나 힌쇼의 말처럼, 알버타주의 결정이 지금껏 해왔던 다른 방침들 정도의 위험성을 지닌 것인지, 아니면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치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지 지켜볼 일이다.

태그:#캐나다, #알버타주, #코로나, #의무규정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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