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의혹과 기억과 소문 - 한강 실종 대학생 죽음의 비밀'편 한 장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의혹과 기억과 소문 - 한강 실종 대학생 죽음의 비밀'편 한 장면. ⓒ SBS

 
"우리는 유튜브만 믿어. 유튜브가 진실이야."


지난달 29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 '의혹과 기억과 소문 - 한강 실종 대학생 죽음의 비밀'편(관련 기사 : 손정민씨 사건 다룬 '그알' 제작진이 말하고 싶었던 것) 방송 직후 트위터 상에서 1만 회 이상 리트윗된 어느 시민의 성토다. 반포한강지구에서 <그알> 제작진을 만난 이 시민은 고 손정민씨 관련 언론 및 방송 보도를 믿지 못하겠다며 위와 같이 호소했다.

해당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반영하듯, 이날 방송은 전국 11%(닐슨코리아 기준)란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래서 더 문제였을까. 방송 전까지 '제발 진실을 알려 달라'던 논조가 주를 이루던 <그알> 시청자 게시판은 방송 직후 그야말로 성토의 장으로 탈바꿈됐다.

5월 31일 오후 4시까지 2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고, 그중 대부분은 '편파 방송', '조작 방송'과 같은 비판 글이었다. 일부는 방송 폐지를 주장하기까지 했다.

반면 30일 "대부분의 국민들이 유튜브에서 진짜 정보와 가짜 정보를 구분해내지 못하는데 팩트폭행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것이 알고싶다> 감사합니다!!"와 같은 내용의 게시글엔 "유튜버가 더 나아요", "알바 아니면 최소 개돼지" 등과 같은 비판 댓글이 달렸다. 말 그대로, <그알> 후폭풍이라 할 만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의혹제기
 
CCTV와 블랙박스 영상들은 재연이 아니라 모두 해당일의 실제 CCTV/블랙박스 영상입니다. 좌하단의 노란색 시계 그래픽은 시청 편의를 위해 CG로 제작된 것입니다. 통상적으로 CCTV에 표기되는 녹화시각과 실제 시각이 다른 경우가 상당수 있기에 취재 과정에서 해당 아파트에 설치된 사설 CCTV의 시간을 정확히 체크하였고, 표준 시간보다 3분 늦게 설정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여 이를 감안해 정확한 시간인 04시 51분으로 방송에 표기하였습니다.

30일 오후 <그알> 제작진이 "(해당 편에 대한) 허위사실이 유포되고 있어 이를 바로잡고자 합니다"라며 시청자게시판에 올린 공지 글 중 일부다. 방송 직후 일부 유튜버 및 네티즌들이 방송 내용 중 'CCTV 영상 조작설' 등을 제기하면서 제작진이 해명에 나선 것이다.

제작진은 또 본방송과 SBS나 웨이브 등 다시보기 속 날짜 표기가 다르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다시보기는 본방송이 실시간으로 저장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제작진의 실수가 있는지를 확인하였으나, 이는 모션 그래픽 효과가 들어간 해당 영상을 순간적으로 캡쳐하여 악의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본방송과 다시보기에 날짜가 다르게 적혀 있었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제작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유튜브상에선 해당 편을 '편파방송', '주(조)작방송'임을 주장하는 유튜브 콘텐츠가 방송 하루 만에 수십 건 게재됐다.

해당 방송에서 제작진은 경찰 조사와 유족(부친 손씨) 및 술자리에 동석했던 친구 A씨 측 인터뷰, 목격자 및 제보자 증언과 CCTV 등 관련 자료 및 증거, 그리고 전문가들의 분석과 실험 등을 토대로 의혹들을 차례로 검증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방송은 "변사자의 사망이 범죄와 관련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라는 경찰의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에 무게를 실었다. 반면 제작진은 유튜브에서 떠도는 갖가지 의혹에 대해 공을 들여 검증하고 반박에 나섰고, 방송 말미 진행자 김상중의 입을 빌려 이런 일침을 놓기도 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책임없는 의혹을 던지고 확인되지 않는 억측을 퍼트리며 정민씨의 죽음을 이용하려는 이들도 있습니다. 어제는 이 CCTV의 착시효과를, 오늘은 저 CCTV의 노이즈를 이용해 영상을 제작하고 유포하는 그들은 이 사건의 본질이 한낱 흥밋거리가 아닌 안타까운 비극이며 한 가족의 삶과 인생이 걸린 문제라는 걸 정말 모르는 걸까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의혹과 기억과 소문 - 한강 실종 대학생 죽음의 비밀'편.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의혹과 기억과 소문 - 한강 실종 대학생 죽음의 비밀'편. ⓒ SBS

 
고 손정민씨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일부 네티즌들의 문제제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해당 방송에 직접 출연, 꽤 긴 분량을 차지했던 손씨의 부친 손현씨도 방송내용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손씨는 방송 이후 자신의 블로그 글을 통해 "(<그알>) 방송 이후 합리적인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도 SBS의 천적인 유튜브에 현혹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며 몇 가지 내용의 수정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손씨는 방송 말미 'A씨 가족'의 인터뷰가 마치 A씨 아버지로 착각될 수 있다는 점, 실종 당일 A씨가 손씨 가족과 만났을 당시 A씨의 대화 음성 내용 중 손정민씨가 아닌 다른 친구를 지칭한 대목에 '정민'이란 자막이 쓰인 것, 손정민씨와 A씨가 만나기 전 나눈 톡이 편집 과정에서 원래 의미가 소실됐다는 점 등을 거론했다.

이중 메신저 대화에 대해 손씨는 "(제작진이) 편집하는 바람에 옐로 카드가 없어진 게 아쉽다는 분이 많네요"라며 "안 중요한 증인은 엄청 오래 보여주고 쓸데없이 재연도 많이 하면서 이깟 톡은 다 보여주면 안 되는 건지"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아울러 손씨는 A씨가 과거 술자리에서 정민씨를 챙겨준 것처럼 묘사된 자막에 대해 "이게 제일 중요한데요, 아래 자막에서 정민이는 우리 정민이가 아닙니다"라며 "마치 둘이 술마신 적이 있고 우리 정민이가 뻗었는데 A가 챙겨준 것처럼 오해하게 되어 있습니다. 절대 정민이 아닙니다. 이거 실수라고 하기엔 부적합 합니다"라며 재차 정정을 요청했다. <그알> 제작진은 이에 대해 31일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높은 시청률과 후폭풍
 
해당 방송 동안 시청자들의 가장 큰 관심을 끈 장면은 4월 25일 새벽 누군가가 물속으로 허우적거리며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다는 목격자 인터뷰였다. 이 장면은 최고 1분 시청률을 기록하며 10.1%(TNMS, 전국 가구 기준)까지 상승했다. TNMS 시청자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방송은 30대 여성이 가장 많이 시청했고 시청률 10.4%를 기록했다.
 (- 5월 31일 <미디어오늘>, <한강 사망 대학생 다룬 '그알' 시청률 2년 만에 최고치> 기사 중에서)

참고로, <그알>의 역대 최고 시청률은 지난 2016년 11월 국정농단 사태 당시 방송된 '대통령의 시크릿'으로, 무려 21.3%였다. 그만큼 손씨 사망사건에 쏠린 관심을 반영하는 시청률이 아닐 수 없었다.

시청률 특수에 뒤따라온 후폭풍을 어떻게 봐야 할까. <그알>은 사건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검증과 더불어 방송 말미 유튜버들의 무분별한 의혹 제기와 이로 인한 수익 창출, 그리고 이런 유튜버들의 의혹 제기를 무분별하게 기사화하는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시청자 게시판에 몰려든 일부 시청자나 '조작 방송' 운운한 유튜버들과 달리 또 다른 시청자들은 <그알>의 이 같은 문제제기를 호평하기도 했다. 한 달 넘도록 이어진 무차별적인 의혹 제기 및 도 넘은 언론보도가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 <그알>은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광기 어린 상황"이리거나 "(사건을 이용한 상업적인 이익 추구) 이거야 말로 범죄"라고 질타한 바 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이날 <그알>은 경찰의 중간 수사 발표 이후에도 끊이지 않는 유튜버들의 의혹 제기와 방송 및 언론 보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환기시키는 데 일조할 수 있을까. 

<그알> 방송 다음날인 30일 의혹의 일부였던 A씨의 휴대폰이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환경미화원 B씨가 2주 전 해당 휴대폰을 습득해 보관하다 이날 오전 오전 11시 29분쯤 한강공원 반포안내센터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이어 31일 경찰은 이례적으로 B씨에 대해 최면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손씨 것과) 뒤바뀐 분실 휴대폰'은 손씨 유족은 물론 유튜버들이 지속적으로 A씨를 의심하는 촉매제 중 하나였다. 이에 대한 경찰의 철저한 조사는 과연 경찰의 중간 수사 발표도, 언론 보도도, <그알>도 믿지 않는 이들의 끝날 것 같지 않은 의혹제기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그것이알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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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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