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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한 호텔에서 윌튼 그레고리 추기경 겸 워싱턴 대주교를 면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한 호텔에서 윌튼 그레고리 추기경 겸 워싱턴 대주교를 면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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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각) 최초의 흑인 추기경인 윌튼 그레고리(Wilton Gregory) 워싱턴D.C. 대주교를 면담하고, 미리 준비해 간 '구르마 십자가'를 선물했다. 

특히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문 대통령은 그레고리 추기경의 인종 간 갈등 봉합을 위한 노력에 경의를 표하면서 "잇따르는 증오범죄와 인종 갈등 범죄에 한국민도 함께 슬퍼했다"고 전했다. 이어 "증오방지법이 (미국) 의회를 통과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해서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공동취재단의 취재와 정만호 국민소통수석의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전날(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많은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문 대통령은 순방 나흘째이자 마지막 날 첫 일정으로 그레고리 추기경을 이른 시각인 오전 8시경에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그레고리 추기경은 지난해 10월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 최초로 추기경으로 임명됐으며, 그 이전 해 4월부터 워싱턴 D.C. 대교구 대주교직도 수임 중이다.  

그레고리 추기경을 보자마자 문 대통령은 "여기 와서 주교님을 뵈니까 아주 꿈만 같다"면서 "제가 디모테오라는 세례명을 가진 가톨릭 신자이고, 김대중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가톨릭 신자인 한국 대통령"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추기경님을 직접 뵙게 되어 영광"이라고 인사하고, "한국의 가톨릭 교회는 인권, 복지, 남북통일 등의 분야에서 큰 정신적 영향을 주는 지도력을 보이고 있고, (한국의) 신부님들께서 이번 방미 때 그레고리 추기경님을 꼭 뵈라고 했다"고 말을 건냈다. 

이에 그레고리 추기경은 "한국의 가톨릭 교회가 사회정의 구현과 가난한 사람을 돕고, 민주주의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화답했다. 

또한 문 대통령이 "코로나 같은 재난 상황이 어려운 사람을 더욱 힘들게 하고, 갈등도 어려운 사람 사이에서 많이 생긴다"면서 그레고리 추기경에게 화합의 지도력을 발휘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자 그레고리 추기경은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고 1주기가 화합을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혐오범죄는 끔찍한 폭력이면서, 민주주의 가치를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그레고리 추기경에게 한반도의 평화와 미국 내 한인 교민들에 대한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10월 로마를 방문해 교황님을 뵈었는데, 한반도 통일을 축원하는 특별미사를 봉헌해 주시는 등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많은 관심을 보여 주셨다"면서 "(교황께서) 여건이 되면 북한을 방문해 평화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 하루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워싱턴과 메릴랜드에 거주하는 5만 명의 교민들을 잘 보살펴 달라"고 요청했다. 

이 같은 요청에 그레고리 추기경은 "15년간 애틀랜타 대주교로 활동했는데, 한국인들의 친절과 배려, 화합에 대한 열망을 잘 안다"면서 "한국 사람들은 존중과 사랑을 받으면 보답하는 정신이 있다. 늘 함께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레고리 추기경은 이전에 120만 명의 신자를 보유한 미국 남부 애틀랜타 대교구를 15년간 이끈 미국의 대표적인 개혁 성향 성직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윌튼 그레고리 추기경 겸 워싱턴 대주교(왼쪽)가 22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한 호텔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구르마 십자가'에 입을 맞추고 있다.
 윌튼 그레고리 추기경 겸 워싱턴 대주교(왼쪽)가 22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한 호텔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구르마 십자가"에 입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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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면담이 끝나고 '손수레 십자가'를  그레고리 추기경에게 선물했다. 선물의 의미에 대해 "수십 년 전 동대문시장에서 노동자들이 끌고 다니며 일하던 나무 손수레를 사용하지 않게 되자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박용만 전 대한상의 회장이 십자가로 만들었다"면서 "노동자의 땀이 밴 신성한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그레고리 추기경은 "성스러운 상징"이라며 손수레 십자가에 입을 맞추었다. 

윌튼 그레고리 추기경은 한국과의 인연을 문 대통령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제가 서울에 방문한 적이 있다는 것"이라면서 "2004년에, 4년마다 개최가 되는 아시아 지역의 주교회의에 참여하기 위해서였고, 당시 대전에서 개최가 됐는데 우선 서울로 간 다음에 대전으로 이동했었다, 굉장히 인상 깊은 여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레고리 추기경은 "한국 천주교가 사회 정의라든지, 가난한 사람들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해서 싸워 왔다는 말씀이 저에게는 큰 자부심"이라면서 "평화에 앞서 왔다는 점도 굉장히 큰 자부심으로 느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끝으로 그레고리 추기경은 문 대통령에게 한국민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는 축복 기도를 하고 면담을 마쳤다. 

한편, 이날 면담에는 미국 측에서 파울라 그랜트 비서관이 동석했고, 우리 측에서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서훈 국가안보실장, 이수혁 주미대사, 김형진 국가안보실 2차장, 정만호 국민소통수석 등이 함께했다. 

[워싱턴=공동취재단·서울=유창재 기자(yoocj@ohmynews.com)]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한 호텔에서 윌튼 그레고리 추기경 겸 워싱턴 대주교와 면담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한 호텔에서 윌튼 그레고리 추기경 겸 워싱턴 대주교와 면담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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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문재인, #윌튼 그레고리 추기경, #면담, #손수레 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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