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 ▲ 신찬조선국전도(新撰 朝鮮國全圖), 일본, 다나카 쇼쇼(田中紹祥), 1894년. 지도에서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은 영역과 관련하여 채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반도와 제주도 등 부속 섬들은 모두 황색으로 동일하게 채색하여 이웃 나라와 구분하였다. 지도 제작자는 동해에 위치한 울릉도(竹島)와 독도(松島)도 모두 한반도와 동일하게 황색으로 채색하여 한국 소속으로 간주하였다. |
| ⓒ 동북아역사재단 제공 | 관련사진보기 |
"'독도가 일본의 고유영토고 한국이 불법적으로 점유했다'라고 배운 학생들이 점점 많아지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일본 우익 세력이 주장하는 (정식군대를 가진) '보통국가'를 만들자는 목소리도 함께 높아질 거다."
지난 3월 30일 일본에선 2018년 '고교학습지도요령'에 따라 역사총합과 지리총합, 공공 등 3개 사회과목 교과서 총 30종에 '독도가 일본 고유영토'라고 명기했다.
1일 오후 <오마이뉴스>를 만난 홍성근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이번 사태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학습지도요령' 변경에 따라 일본 학생들은 최소 10년 정도는 왜곡된 교과 내용을 배우게 된다"고 우려했다.
홍 위원이 속한 동북아역사재단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바른 역사 정립을 통한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번영 기반 조성한다'라는 목적으로 설립된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홍 위원은 재단이 출범할 당시부터 현재까지 재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14년부터 2017년 6월까지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 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울릉도가 고향인 홍 위원은 조상 때부터 독도와 인연이 깊다. 1883년께 증조부 홍재현 선생이 울릉도 개척민으로 정착한 이후 큰아버지 홍순칠 선생이 한국전쟁 뒤 일본에 맞서 자발적으로 독도의용수비대를 조직해 독도를 지켰다. 지금은 홍 위원이 연구자로 일본의 역사왜곡에 맞서고 있다.
아베 정권이 독도 왜곡을 시작한 이유
이날 홍 위원은 "2005년 우익 교과서 출판사의 대표격인 후쇼샤의 중학교 공민 교과서가 독도를 일본의 '고유영토'로,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다고 기술한 지 십수 년 만에 이제는 일본 거의 모든 사회과 교과서에서 후쇼샤 교과서의 왜곡 수위를 훨씬 넘어서는 수준으로 기술되고 있다"면서 "교과서를 왜곡한 주범은 아베 정부"라고 꼬집었다.
"일본의 장기불황 흐름 속에 우익 세력이 정권을 잡고 '보통국가'를 표방했다. 그것이 1차 아베 내각이다. 아베 내각은 2006년 교육기본법 개정을 통해 애국심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기조를 잡는다. 애국심 강화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영토에 대한 강조다. 이를 위해 아베 내각은 교과서의 집필 기준이 되는 '학습지도요령 해설'을 세 차례나 개정해가며 교과서에서 독도 기술의 변화를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독도 영유권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서 해결하자'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를 두고 홍 위원은 "일본의 의도는 분명하다"면서 "국제사법재판소를 강조해 마치 한국은 불법적으로 독도를 점유하고 있고 일본은 국제법에 준해 정당하게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서"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이 사안을 두고 국제사법재판소에 가서 해결하자고 말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 스스로 주권을 내놓은 행위다. 독도는 그 자체로 우리의 주권과 독립의 상징이다. 역사적으로나 실효적으로 우리땅인데 우리 스스로 왜 논란을 만드나? 주권을 포기하는 행위다."
그러면서 홍 위원은 "이미 독도가 한국령이라는 무수한 증거와 기록들이 일본 자료를 통해서도 계속 나오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자신들의 기록조차 무시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큰사진보기
|
| ▲ 1881년 제작된 대일본국전도(大日本國全圖). 이 지도는 현재 일본 국토지리원의 전신인 내무성 지리국 지지과에서 제작한 것이다. 울릉도와 독도는 일본의 영토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측량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그의 이노도(伊能圖)에는 울릉도와 독도 두 섬이 제외되어 있다. 1877년의 태정관 지령에 독도는 일본 영토와 무관하다는 인식과 관련 있다. |
| ⓒ 동북아역사재단 제공 | 관련사진보기 |
실제로 19세기 말 메이지유신 시대 일본 최고 국가기관인 태정관은 울릉도와 독도가 일본의 영토가 아니라고 확인한 공식 문서인 '태정관지령'을 발표한다. 지령에서 "다케시마(당시엔 울릉도를 다케시마로 칭함) 외 일도(독도)는 본방(일본)과 관계없음을 명심한다"고 기재됐다. 일본 정부 스스로 울릉도와 독도가 자국의 영토가 아님을 인정한 기록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1897년에 발행된 일본 중학교 과정의 지리부도와 1904년 일본 문부성이 직접 펴낸 교과서에서도 그대로 확인된다. 현재 일본 정부가 독도가 속해 있다고 주장하는 지역인 시마네현 어디에도 독도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1905년 독도를 시마네현 영토로 편입했고,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에서 일본이 한국에 반환할 영토로 독도를 명확히 적지 않았기 때문에 독도는 일본 영토로 남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 최종안에는 "일본은 한국의 독립을 승인하고, 제주도, 거문도 및 울릉도를 포함한 한국에 대한 모든 권리, 권원, 그리고 청구권을 포기한다"라고 적시돼 있다.
"지키는 독도에서 생산적인 독도로 나아가야"
그렇다면 일본의 독도 역사 왜곡에 맞서 우리 국민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홍 위원은 "독도는 우리 생활 속의 이미 일부"라면서 "아주 원론적이지만 각자 자기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는 것이 독도를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제가 울릉도에 살 때도 그랬지만 울릉도 사람들에게 독도는 그냥 옆에 있는 섬이다. 왜 그럴까? 울릉도에서 독도는 아주 잘 보인다. 고기 잡으러 나갔다가 필요하면 정박도 하고 그랬다. 우리 영토를 굳이 우리 영토라고 외칠 필요가 있나.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역사적으로 국가적으로 위기 상황일 때 울릉도와 독도도 항상 문제가 불거졌다는 점이다."
홍 위원은 "임진왜란 후 17세기 말 울릉도를 두고 일본과 '울릉도쟁계'라는 다툼이 있었다. 안용복이 일본으로 건너가 해결하기도 했지만 이후에도 나라가 위기 상황이면 변방에 있는 울릉도와 독도 같은 섬은 항상 위기에 처했다"면서 "나라가 부강하면 자연스레 독도 문제도 해결된다"라고 말했다.
"불특정 다수에게 독도가 우리땅이라고 외치는 것보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 특정인에게 제대로 알리는 게 더 중요하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어떤 수난을 겪으며 버텨왔고 어떻게 독도를 지켜왔는지를 알아야 한다.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말할 수 있다."
홍 위원은 "독도와 관련해 일본과 굳이 제로섬 게임으로 갈 필요가 없다"면서 "역사에 대해 제대로 된 인식을 깨우치고 공유하면 자연스레 문제는 해결된다. 내 큰아버지이자 독도의용수비대 홍순칠 대장의 말처럼 앞으로의 미래는 '지키는 독도에서 생산적인 독도'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홍 위원은 "일본이 원하는 건 독도의 분쟁지역화"라면서 "굳이 일본이 원하는 대로 링 위에 올라가서 말려들 필요가 없다. 독도를 우리의 영토로서 어떻게 잘 가꾸어나갈지를 고민하고 논의하는 과정을 거쳐 생산적으로 만들어 가는데 집중하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어릴 때부터 독도를 보면서 '해상국립공원을 만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강치도 많이 있었고, 지금은 수많은 지질자원과 괭이갈매기도 있다. 국민들이 자주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생산적인 독도가 만들어지지 않겠나."
한편 교육부는 지난 3월 31일 성명을 통해 "한일 관계의 얽힌 매듭을 푸는 첫걸음은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것에서 시작된다. 일본 정부는 다음 세대를 위해 왜곡된 교과서 내용을 스스로 시정하라"면서 "대한민국 정부는 일본 정부의 영토 주권 침해와 역사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지속적으로 독도 교육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산하 동북아역사재단 건물 지하에서 운영되는 독도체험관 역시 올해 여름께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로 확장 이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