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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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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1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육성이 나오지 않았다.

집권 이후인 2013년부터 매년 1월 1일 녹화방송 형식으로 신년사를 발표한 김 위원장은 2020년의 첫날, 이를 생략했다. 북한의 관영매체인 <로동신문>도 신년사를 싣지 않았다. 통상 육성 신년사의 녹화 중계가 끝난 직후 노동신문에 전문이 실린 채 발행됐다.

올해 신년사를 대체한 건 지난해 28일부터 4일간 진행된 당 전원회의 결과였다. 이날 <로동신문>은 지난해 12월 31일에 끝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보도를 실었다. 신문은 보통 6면으로 발행했지만, 이날은 8면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당 전원회의 결과 내용이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대체했다고 짚었다. 지난해의 성과를 평가해야 하는 신년사보다 전원회의 주요 내용을 발표하는 게 김 위원장에게 부담이 적었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

2019년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주요 내용 즉 ▲북한 경제발전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 ▲완전한 비핵화 등에서 이렇다 할 성과가 보이지 않아 이를 언급하기 쉽지 않았을 거라는 지적이다.

북한에서 신년사란?

북한에서 신년사는 주민들에게 '달성해야 할 과업'이다. 주민들은 이를 암기하며 내용을 되새기고 농장, 지도소의 목표도 '신년사'를 기준으로 한다. 그만큼 중요하고 의미있는 절차다.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의 신년사는 55년여 이어져 온 전통이기도 하다.  김일성 주석은 1946년부터 1월 1일 신년사를 통해 주민들에게 새해 인사와 함께 한 해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중요한 대남 제의도 신년사를 통해 나왔다.

북한의 국어사전인 <조선말대사전>은 신년사를 "당과 국가의 수반이 새해를 맞이하여 시행하는 공식적인 연설이나 그 연설문"이라고 정의한다. 그해 국정 전반에 대한 지표를 제시하고, 정책 방향을 대내외적으로 밝히는 것이다.

신년사는 북한 주민에 대한 통치수단으로서 역할도 상당하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신년사를 발표하는 1월 1일 아침에 보통 북한의 주민들은 의무적으로 신년사를 청취한다. 이후 각 시·도·단체, 공장·기업소 별로 신년사 관철 결의 모임과 궐기대회를 한 달여 진행한다. 신년사 전문을 암기해서 조직별로 신년사학습경연대회를 벌이기도 한다.

구성은 매년 엇비슷하다. 새해 분야별 추진과업이 나온 후 대내정책, 대남메시지, 대외정책 등의 순으로 언급된다. 북한의 향후 정책과 구체적 과제를 제시하는 일종의 '국정지표'라 볼 수도 있다.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가 신년사를 통해 제시한 과업은 반드시 집행해야 하는 절대적인 지침으로 여겨진다.

"2019년 김정은 말대로 된 게 없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이틀째 진행된 노동당 7기 5차 전원회의를 직접 주재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지난해 12월 30일 보도했다.
▲ 뿔테 안경 낀 김정은... 이틀 연속 회의 주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이틀째 진행된 노동당 7기 5차 전원회의를 직접 주재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지난해 12월 30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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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중요한 절차이자 전통인 신년사가 2020년에는 보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앞서 1987년에도 신년사가 나오지 않은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12월 30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일성 주석이 '시정연설'을 했다. 

전문가들은 올해의 첫날, 김 위원장이 이른바 북한의 '국정지표'인 신년사를 전원회의가 대체했다고 짚었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사흘 동안 진행한 전원회의에서 북한의 정책방향 등 주요 내용이 언급됐다는 것.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전원회의 결정문에 모든 내용이 담겨있다. 신년사처럼 전원회의도 김정은이 직접 지도했고 발표했다"라면서 "굳이 (김정은이) 신년사를 따로 발표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김 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목표로 삼았던 것들이 성과가 없어 신년사 발표를 피해갔다는 분석도 있다. 전원회의 결정문으로 신년사를 대체한 것이 김 위원장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지적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신년사는 지난해에 대한 평가를 담아야 한다. 그런데 2019년에 김정은이 직접 제안한 비핵화나 남북관계 발전 등 이루어진 게 거의 없다. 그런 상황에서 김정은이 직접 신년사를 하는 건 부담됐을 거다. 모든 게 안됐다고 할 수 없지 않느냐"라고 분석했다.

김종원 서강대 연구교수(정치외교학) 역시 "신년사는 국가 전반의 상황을 북한주민에게 설명하며 지난해에 대한 반성, 성과를 밝혀야 한다. 김정은으로서는 2019년에 대해 좋게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라며 "전원회의 결정문을 통해 현재 북한의 상황이 좋지 않으니 잘해나가자고 강조하는 정도가 김정은에게 부담이 적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그:#북한, #김정은, #신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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