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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5일 국회 정무위 국가보훈처 국정감사 현장. 송승미 주무관이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이 당한 갑질피해 사례를 설명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지난 10월 25일 국회 정무위 국가보훈처 국정감사 현장. 송승미 주무관이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이 당한 갑질피해 사례를 설명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일요서울TV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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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의 인사, 고충을 담당하는 주무과장이 도저히 해서는 안 될 협박과 강요를 했다. (중략) 국가보훈처 해당 과장에 대한 부당한 갑질 행위를 철저하게 진상조사해 엄정 조치해주길 부탁드린다."

지난 10월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가보훈처(아래 보훈처) 국정감사 현장, 보훈처 소속 주무관 송승미씨가 눈물을 흘리며 한 말이다. 이날 송 주무관은 "보훈처 한 과장에 대한 특별승진에 관한 비판글을 작성하고 유포했다는 누명을 썼다"며 "이 과정에서 소명 과정도 없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까 하는 공포감에 정상적으로 근무할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이 증언은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증인 신청으로 이뤄졌다. 당시 김 의원은 피우진 보훈처장에게 "부조리를 치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며 "실질적인 조치를 빨리 마무리해달라"라고 주문했다.

보훈처의 '실질적인 조치'는 이뤄졌을까. 지난 8일 보훈처는 <오마이뉴스>에 "국정감사에서 지적이 있어 내부 감사를 벌이고 있고, 조만간 결론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사건 경과] '7급 공무원'은 어쩌다가 국정감사장에 서게 됐나

그렇다면 보훈처 송승미 주무관(7급)은 왜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상급자 대해 '갑질'을 당했다고 증언했을까?

발단은 보훈처 익명 게시판 '보톡스'(8월 17일)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9월 13일, 10월 5일)에 올라온 글에서 시작됐다. 이 글은 '보훈처의 특별승진 대상자 중에 부적절한 인사가 포함돼 있으니 감사·수사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글이 지칭한 부적절한 인사 대상자는 지난 8월 특별승진한 보훈처 인사였다.

이 글은 ▲해당 과장이 1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3급 부이사관으로 특별승진했다는 점 ▲해당 과장이 지난 정부 박승춘 보훈처장 아래서 실무를 보면서 적폐로 몰린 직원들을 보호하기보다 중징계 요구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 ▲피우진 처장 체제에서 특별승진제도를 만든 당사자가 첫 수혜자가 됐다는 점 등을 꼬집었다. 이 글이 보훈처와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오자, 문제가 된 과장은 송 주무관을 해당 게시글 작성자로 지목했다.

송 주무관은 "결론적으로 나는 그런 글을 쓴 적이 없다"라며 "해당 과장이 직위와 권한을 이용해 갑질을 했다"라고 주장했다.

[피해자의 주장] "쓴 적 없는 글인데 처벌 운운... 공포감 느꼈다"

송승미 주무관에 따르면 해당 과장은 자신을 향한 비판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간 뒤 송 주무관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문자메시지에는 '허위사실 유포·명예훼손이 뭔지 일일이 설명해주겠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송 주무관은 이 문자에 보훈처에 근무하는 남편까지 언급하자 "엄청난 공포감을 느꼈다"라고 설명했다.

송 주무관에 따르면 해당 과장은 "소명 기회 없이 저를 (익명 비난)글을 올린 자로 지명했다"라고 설명했다. 10월 8일 두 사람간의 면담이 이뤄졌는데, 당시 '가짜뉴스 강력대응'을 천명한 이낙연 총리의 발언을 알리며 청와대 청원 관련 내용을 상부에 보고했다고 전했다.

수사 의뢰 및 징계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송 주무관은 "과장은 나에게 게시글을 내리지 않으면 수사 의뢰 및 징계 등의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면서 "나를 포함해 댓글(작성)자, 배우자까지 드러나 처벌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제가 총학생회장 출신 강성이라는 허위사실이 유포되고 있었다"며 2차 피해 상황도 설명했다.

[그래서?] 보훈처 "조만간 결론 낼 것"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사진은 지난 10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 국감 출석한 피우진 처장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사진은 지난 10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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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당시 피우진 보훈처장은 관련 내용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파장은 국정감사장 밖으로도 이어졌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은 10월 30일 성명을 내 "(보훈처는) 갑질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송 주무관의 명예회복에 힘써야 한다"라며 "부당행위에 대해 엄정 조치하고, 익명게시판 작성자 등 내부고발자 보호 조치도 필수"라고 주문했다. 

보훈처는 지난 8일 <오마이뉴스>에 "국정감사에서 지적이 있어 내부 감사를 벌이고 있고, 조만간 결론을 낼 것이다"라고 밝혔다. 여기서 '조만간'은 '11월 말'을 뜻한다.

그러나 송승미 주무관 증언의 진위 여부, 조치 결과에 대해서 보훈처는 함구했다. 보훈처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는 민감한 사항이라 말씀드리기 어렵다"라며 "사안상 둘 중 한 사람에게는 인사상 불이익이 갈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태그:#국가보훈처,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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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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