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기사에는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터뷰>의 인터뷰로 만난 김수용 뮤지컬 배우 김수용의 사진. 그는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배역을 맡으며 굳건하게 자기 영역을 개척해 온 인물이다. 독특한 음색, 화려한 고음 등 여러 매력을 지닌 배우이지만, 무엇보다 '상대 배우'에 맞춰서 연기하는 게 그의 최대 장점이다.

ⓒ 서정준

<인터뷰>의 인터뷰로 만난 김수용 뮤지컬 배우 김수용의 사진. 그는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배역을 맡으며 굳건하게 자기 영역을 개척해 온 인물이다. 독특한 음색, 화려한 고음 등 여러 매력을 지닌 배우이지만, 무엇보다 '상대 배우'에 맞춰서 연기하는 게 그의 최대 장점이다.

▲ 배우 김수용의 매력 뮤지컬 배우 김수용은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배역을 맡으며 굳건하게 자기 영역을 개척해 온 인물이다. 독특한 음색, 화려한 고음 등 여러 매력을 지닌 배우 김수용. <엘리자벳>의 루케니로서 '밀크' 4단 고음을 지를 때, <페스트>에서 코타르를 연기하며 빠른 박자의 노래와 안무를 선보일 때, <팬레터>에서 해진 선생님으로 처연하게 세훈이를 바라볼 때 모두 다른 매력이었다. 무엇보다 '상대 배우'에 맞춰서 그에 맞는 연기를 선보이는 게 그의 최대 강점이다. ⓒ 서정준


"누가 울새를 죽였나. 나 참새가 말했어. 내 활과 화살로 내가 죽였어."
 
누가 조안 시니어를 죽였는가. 당시 경찰은 조안의 애인이었던 제이크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결정적인 증거도 나왔다. 경찰은 쉽게 판단했고, 제이크는 끝까지 범행을 부정했지만 법의 심판을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벌어진 비슷한 방법의 연쇄살인. 새로운 용의자로 떠오른 건 조안의 남동생인 맷 시니어였다. 모든 증거가 맷을 범인이라고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맷은 자신이 결코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누가 수의를 지를까. 나 풍뎅이가 말했어. 조그만 바늘로 내가 지을게."
 
피의자의 정신 상태를 감정하기 위해 정신의학자인 유진 킴이 소환된다. 유진 킴은 맷이 해리성 정체감 장애, 소위 말하는 다중 인격 장애를 겪고 있음을 알아낸다. 그러나 그 인격들이 서로 어떤 관계로 엮여 있는지,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진실이 바로 가까이에 있지만, 채 손은 닿지 않은 그 상황. 시간은 흐르고, 세기의 '오필리어 살인범'을 처벌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유진은 이대로 물러설 수 없었다.
 
"부엉이, 곡괭이‧삽으로 무덤을 파고, 떼 까마귀, 목사가 되어 장례를 치르지."
 
유진은 맷 시니어의 인격 중 하나인 지미 테일러를 몇 차례 만났다. 지미는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자기방어적이다. 유진은 진실의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힌트가 될 또 하나의 인격, 싱클레어 고든에 주목한다. 싱클레어 고든은 이미 죽었다. 죽은 자를 자신이라고 믿고 있는 이 청년. 유진이 '오필리어 살인범'이라고 믿는 청년. 유진은 추리소설 작가를 가장하고 연기를 시작한다. 이 싱클레어를 통해 진실에 더 다가갈 수 있다고 믿으면서, 정확한 진실을 알기 전에는 사법부의 판단이 온전할 수 없다고 확신하면서.
 
"불쌍한 울새를 위해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 모두가 흐느껴 우네. 모두가 흐느껴 운다네."

어머니가 불러주던, 조안이 맷에게 불러주던 이 자장가는 극 전체를 관통하는 거대한 메타포가 된다. 누가 울새를 죽였나. 누가 조안을 죽였나. 그의 죽음은 누가 애도하나. 이 비극의 진실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그렇게 유진 킴은 인터뷰어가, 싱클레어 고든은 인터뷰이가 되어 뮤지컬 <인터뷰>는 시작한다. 유진의 보조작가 자리에 지원하기 위해 왔다고 믿는 싱클레어는 유진을 범인으로 몰아붙일 준비를 마친 상태이다. 유진은 보조작가를 구하기 위한 인터뷰를 가장한, 그의 내면을 파헤치기 위한 진짜 인터뷰를 시작한다. 그는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와 관객은 마주하게 될 진실 앞에서 싱클레어 아니 맷에게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가.
 
"시작된 건가요? 인터뷰."
 
유진 킴, 싱클레어 고든을 '이해'하지 않다
 

<인터뷰>의 인터뷰로 만난 김수용 뮤지컬 배우 김수용의 사진. 그는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배역을 맡으며 굳건하게 자기 영역을 개척해 온 인물이다. 독특한 음색, 화려한 고음 등 여러 매력을 지닌 배우이지만, 무엇보다 '상대 배우'에 맞춰서 연기하는 게 그의 최대 장점이다.

▲ <인터뷰>의 인터뷰로 만난 김수용 <인터뷰> 인터뷰는 8월 19일에 진행됐지만, 당시 촬영했던 사진 파일들이 분실되고 말았다. 기사에 인용된 사진들은 올해 3월 2일에 촬영한 것이다. ⓒ 서정준


"싱클레어를 할 때는 몸이 힘들었다면, 유진은 머리가 힘들어요. 싱클레어는 여러 가지 성향이 바뀌는 과정에서 각자의 개성을 표현해야 하고, 그에 따른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하거든요. 액션도 많아요.

그런데 유진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캐릭터를 유지해야 하잖아요, 육체적으로 크게 고된 느낌은 아니지만 자신의 이야기가 없어요. 상황을 이끌어나가는 사람이 아니라 지켜보고, 대처하고, 그 상황을 만들기 위해 도와주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위해 감정이나 디테일을 조절하는 부분이 어려웠어요. 시쳇말로 '맨땅에 헤딩'이라 할까요? 사실 싱클레어도 맨땅에 헤딩인 부분이 있었지만요. (웃음)"

 
한 작품을 시즌에 따라 다른 캐릭터로 소화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특히나 주연과 조연의 구분이 확실한 작품이 아니라 각 인물이 균형을 맞추어 극을 끌고 가는 경우에는 더욱 드물다. 그 드문 케이스의 주인공이 바로 배우 김수용이다. 뮤지컬 <인터뷰>의 초연에서는 싱클레어를 그리고 벌써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 이번 <인터뷰>에서는 유진 킴을 소화했다.
 
"'이제는 뭘 해도 잘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두 주연배역을 모두 하고 나니까 극의 대사를 80퍼센트는 외운 셈이잖아요. 물론 다른 극을 할 때에도 연기 때문에 직접적인 상대 배우의 대사는 거의 외우게 되긴 하지만, 이 극은 직접 두 역할을 다 했으니까 어떠한 상황이 생겨도 대처할 수 있을 것 같고, 극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의 폭이 굉장히 넓어진 느낌이죠.
 
조금 인간적인 부분에서 생각을 해 보자면, 제가 예전에 싱클레어 했을 때 만났던 유진들…. '아, 정말 힘들었겠다. 그때 내가 왜 유진을 도와주지 못했던가.' (웃음) '그때 내가 싱클레어로 조금 더 도와주고 받쳐 줬으면 유진들이 훨씬 수월했을 텐데'하는 후회가 생겼고요. (웃음) 또 하나는, 싱클레어가 종종 물을 마시잖아요. 그 물 마시는 시간이 굉장히 소중한 시간이었구나…. 유진은 퇴장도 딱히 없고, 뭔가를 마시는 신도 처음에 커피를 빼면 거의 없거든요. (웃음)"

 

<인터뷰>의 인터뷰로 만난 김수용 뮤지컬 배우 김수용의 사진. 그는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배역을 맡으며 굳건하게 자기 영역을 개척해 온 인물이다. 독특한 음색, 화려한 고음 등 여러 매력을 지닌 배우이지만, 무엇보다 '상대 배우'에 맞춰서 연기하는 게 그의 최대 장점이다.

▲ 김수용이 추구하는 연기 "제가 들었던 코멘트 중 가장 좋았던 건, ‘너랑 하니까 참 편해. 재밌어. 생각했던 걸 잘 만들어 줘서 좋아'였어요. 인정을 받아서 좋았다기보다는, 그분들에게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는 게 뿌듯하더라고요. 잘 맞춰주고 하니까 많이 찾아주시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선배들에게 얘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연기는 배려고, 너 혼자 하는 게 아니니까 넓게 보라’고. 그런 가르침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계속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하죠." ⓒ 서정준

 
정반대의 입장에서 서로를 마주하는 두 인물을 각기 한 배우가 모두 연기하게 됐다. 그가 말하는 것처럼 작품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다고 했다. 그렇다면 싱클레어를 이미 연기했던 입장에서, 새롭게 유진을 연기하면서 다른 각도에서 싱클레어를 이해하게 된 부분이 있을까?
 
"유진 킴은 싱클레어를 '이해'하고 있지 않아요. 그저 진실을 밝히고 싶은 거예요. 이 사건이 강력반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경찰이 유진이라는 전문가를 불러서 오게 된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게 단순히 정신병동에서 정신분석학 의사가 와서 조언을 하는 게 아니라, 수사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상황 속에서 제가 수사전담팀의 베테랑 역할이라고 생각했죠.
 
여담으로, 제가 정신분석학 의사 분들의 고견을 많이 들어본 건 아니지만, 최면을 걸어서 뭔가를 수사한다는 게 생경한 일이잖아요. 의사가 직접 참여자로 개입하는 건 아주 드물고요. 그래서 제가 맡은 캐릭터도 '단순한 의사나 정신학자는 아닐 것이다', '이런 사건을 많이 맡아봤을 것이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유진을 이해할 때의 출발점은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겠다'였어요. 제일 중요한 건 '진실을 밝히는 것'이 유진의 가장 큰 원동력이자 목적이라는 거죠.
 
전화가 왔을 때 '지지부진하니까 이제 그만하면 어떻겠느냐. 언론과 피해자 모두 가만히 있지 않는데 덮어놓는 건 특혜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조치를 취해야 한다'와 같은 말이 들렸겠죠. 그런데 제 입장은 '일단 더 지켜봐야 한다'거든요. 어떻게든 범죄의 진실을 밝히고, 가해자한테 형을 받는 이유를 설명하고 집행해야죠. 그게 아니면 우리가 가해자와 다를 바가 무엇일까 하는 게 유진의 생각이거든요. 아무것도 모르는, 제정신이 아닌 애를 사형시키는 건 인권 침해로밖에 보이지 않으니까요."
 

가해자 미화 논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의 인터뷰로 만난 김수용 뮤지컬 배우 김수용의 사진. 그는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배역을 맡으며 굳건하게 자기 영역을 개척해 온 인물이다. 독특한 음색, 화려한 고음 등 여러 매력을 지닌 배우이지만, 무엇보다 '상대 배우'에 맞춰서 연기하는 게 그의 최대 장점이다.

▲ <인터뷰>는 좋은 작품일까? "좋은 작품의 기준이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어서, 각자 생각하는 게 다를 것이기 때문에 확실히 말하긴 어렵지만…. 배우들이 다 재미있어 해요. 관객 분들의 호불호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작품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인기가 있다는 건, 우선 나쁜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좋은 작품이 인기가 없을 수는 있지만, 나쁜 작품이 인기가 있을 수는 없거든요." ⓒ 서정준


뮤지컬 <인터뷰>는 분명 매혹적인 작품이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는 작품이기도 하다. <인터뷰>는 자신이 싱클레어라고 착각하고 있는 맷의 과거를 탐색해 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맷이 겪어야 했던 가정폭력과 비정상적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묘사된다. 맷은 잔혹한 가해자임과 동시에, 사회로부터 소외받은 피해자이기도 하다. 맷과 관계된 인물들, 예컨대 엄마나 누나 역시 가해자인 면과 피해자인 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맷이 가진 양면적 속성 중 피해자의 요소를 강조하다 보면, 반대급부로 다른 피해자 특히 조안의 가해자적 요소가 부각된다. 맷에게 연민을 느끼게 하기 위해 조안과 같은 주변 인물을 희생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맷이 저지른 범죄의 사회적 맥락과 책임을 관객에게 이해시키는 과정에서 자칫 맷의 범죄 자체를 정당화해줄 여지가 상당 부분 있다. <인터뷰>는 그 때문에 초연과 재연 그리고 이번 삼연의 캐릭터 설정과 대사가 모두 다르다. 여전히 그 고민은 '미완'인 것으로도 보인다.
 
"초연 때는 그런 이야기가 지금보다도 더 많았어요. 그때는 유진의 최후변론이 구체적이지 못했고, 지금보다는 더 싱클레어에 대한 연민이 강했고요. 싱클레어가 누나를 죽이잖아요. 제가 싱클레어를 할 때에는 이 행동이 조금 더 우발적이라는 느낌으로 디테일을 연기했거든요. 어찌할 줄 모르고, 움직이지 않는 누나를 눕혀 놓고 허둥지둥 대면서 울고….
 
지금 유진을 연기할 때에는 관객 분들의 비판들을 생각하면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연기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싱클레어의 각 인격이 나올 때마다 최대한 그 인격만을 생각하면서 제 대응 또한 맞추어 가는 것 같아요. 제가 보여주는 모든 감정들은 그 상황에 따른 감정이지, 싱클레어 '자체'에 대한 감정은 아닌 것 같아요.
 
매 시즌 올라갈 때마다 고민이 많죠. 어찌 되었든 논란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니까요. 기존에 했던 배우들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새로 들어온 배우들은 새로운 고민이 있으니까. 그들의 이야기도 듣고 아이디어도 받고 하면서 계속 조금씩 발전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인터뷰>란 작품은 굉장히 사회적인 것 같아요. 일상생활에 쉬이 녹아들 수 있는 이야기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작품이니까요."

  

<인터뷰>의 인터뷰로 만난 김수용 뮤지컬 배우 김수용의 사진. 그는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배역을 맡으며 굳건하게 자기 영역을 개척해 온 인물이다. 독특한 음색, 화려한 고음 등 여러 매력을 지닌 배우이지만, 무엇보다 '상대 배우'에 맞춰서 연기하는 게 그의 최대 장점이다.

▲ 스스로 생각하는 배우로서의 장점 "음…. 시키는 대로 다 하는 거? (웃음) 조금 ‘허세’를 부려 보자면, 뭘 갖다 대도 잘할 수 있는 거라고 할까요?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면 정말 다양한 캐릭터를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이제는 어떤 배역이라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근자감’(?)이 생기기도 하더라고요. 근거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웃음) 이런 게 제 장점인 것 같아요." ⓒ 서정준

범죄에 대한 판단에는 개인적 요소와 사회적 요소가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 개인에게 물어야 할 책임과, 그 범죄를 방조 혹은 유도한 사회구조적 책임이 동시에 평가되어야 한다. 법정에 선 유진은 맷이 저지른 범죄 자체를 인정함과 동시에, 맷이라는 개인을 악마화하는 것으로 사회가 책임을 회피할 수 없음을 역설해야 한다. 어려운 임무일 수밖에 없다.
 
"유진은 싱클레어를 대상으로 몇 번을 반복했을 실험을 계속해요. 누군가는 '유진이 이 아이를 실험 대상으로 생각하나?'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절대 아니고요. 저의 해석으로는, 유진은 싱클레어를 완벽하게 하나의 인격으로 통일시키고 싶은 거죠. 물론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지만, 이 아이는 아주 오랫동안 분리된 인격으로 살아왔고, 아직도 그런 상태인 거잖아요. 완벽하게 돌아왔으면 노네임이 죽이려고 하지 않았겠죠. 유진은 이 아이의 제정신을 찾아 주고 싶은 것 같아요. 일단은 맷 시니어가 자신을 알고, 사건을 깨달아야 진실에 대한 설명도 해 줄 수 있으니까요.
 
예전에 그런 사건이 있잖아요. 14살 흑인 아이가 백인 여자아이 둘을 성폭행 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잡혀가서 자백을 하고 사형이 집행되었는데, 그게 나중에 외압에 의한 거짓 자백이었고, 인종차별 사건이었다는 게 밝혀진 거죠. (1944년 미국에서 발생한 조지 스티니 사건. 재심 운동 끝에 2014년 재판 무효 판결을 받았다– 기자 말) 그런 사건을 보면 굉장히 억울하잖아요. 흑인이라는 이유로 최소한의 인권을 갖지 못하고, 범인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진범의 자백으로 밝혀지고.
 
그런 의미에서 유진도, 이런 억울한 판결이 이루어지지 않게 최대한의 노력을 해왔고,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여기서는 맷이 진범이지만, 그래도 유진은 조금의 의심 여지도 남기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 아이에게 진실보다 유리한 혹은 불리한 부분은 남기고 싶지 않았던 거겠죠."

 
아무도 불행하지 않은 사회
  

<인터뷰>의 인터뷰로 만난 김수용 뮤지컬 배우 김수용의 사진. 그는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배역을 맡으며 굳건하게 자기 영역을 개척해 온 인물이다. 독특한 음색, 화려한 고음 등 여러 매력을 지닌 배우이지만, 무엇보다 '상대 배우'에 맞춰서 연기하는 게 그의 최대 장점이다.

▲ <인터뷰>의 매력 "<인터뷰>는 노래마저도 연기로 생각하면서 공연하는 흔치 않은 작품인 것 같아요. 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연기를 담으려고 노력하거든요. ‘누구야 넌’ 구절에서는 노래할 때 음악적인 발성보다는, 감정적 흐름을 위해 톤, 호흡, 목소리 등을 신경 쓰는 편이에요. 모든 뮤지컬이 그렇지만, 이 작품은 좀 유별나게 현장감과 생동감이 있거든요. 그게 매력 포인트 중 하나 아닐까요." ⓒ 서정준

뮤지컬 <인터뷰>는 많은 부분이 가려져 있는 작품이다. 왜 유진은 그토록 진실에 집착하는가(이를 보강하기 위해 재연에서 추가됐던 캐릭터 설정은 논란 끝에 삭제됐다). 조안의 시점에서 조안은 어떤 일들을 겪었을까. 맷은 왜 그 이후로 연쇄살인범이 되었나 등등. 보는 이가 상상력을 통해 메워야 할 부분이 많다는 건 극을 관람하는 재미 요소이기도 하지만, 극의 완성도를 해치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는 극의 메시지에 대한 다면적 고찰로도 이어진다. <인터뷰>를 통해 범죄의 사회적 맥락과 책임뿐만이 아니라 사법 체계의 허술함을 지적할 수도 있고, 개인을 보호하지 못하는 공동체의 문제를 고발할 수도 있다. 외적으로는 여성 피해자에게 씌워지는 프레임에 대해서 고민해볼 수도 있고, 해리성 장애를 범죄의 원인으로 연결하려는 시도의 위험성을 지적할 수도 있다. 관객은 이 많은 것 중 어떤 것을 가져가게 되는 걸까.
 
"요즘은 작품 안의 모든 상황이 하나의 주제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이 없거든요. 어떤 주제나 화두가 던져졌을 때 그걸 느낄 수 있지만, 주된 주제 말고도 여러 가지 목소리가 많이 담겨 있는 게 트렌드니까요. 제가 이어서 하게 될 다른 작품도, 주제를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고 여러 가지 문장들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전작인 <팬레터>도 마찬가지였고요. <인터뷰>도 마찬가지예요.
 
한 마디로, 한 가지 키워드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보신 분들은 다 알 거예요. 여러 가지 상징적인 것도 많고, 두루뭉술한 표현도 많지만 마지막엔 어찌되었든 다 전달이 되는 것 같아요. 보시고 나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실 것 같고요. 작품 외적으로는, 모든 플레이어들, 예를 들어 배우, 반주자, 스태프 등이 혼신의 힘을 다했다는 것을 느껴주셨으면 좋겠고요. 작품적으로는, 조금 계몽적인 이야기긴 하지만, 올바른 세상을 위해 힘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이 작품의 메시지는 사회의 자정 작용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게 아닐까 해요.
 
추정화 누나(작/연출)는 너무 계몽적인 건 싫다고 하시지만, 넓게 말하면 <인터뷰>도 계몽적인 이야기거든요. 이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고,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이런 건강치 못한 사회나 세상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요. 아, 너무 계몽적인데? (웃음)
 
저는 정말 그래요. 맷의 인생이 정말 짜증나고 열 받고, 조안이 불쌍하고, 제이크도 너무 불쌍하고…. 제이크는 축구만 좋아했을 뿐인데 정말 억울하게 죽잖아요. 이 모든 원흉은 사실 맷의 아버지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버지 캐릭터가 너무 밉고 싫어요. 그런 슬픈, 불행한 일들이 없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이런 비극이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또 다른 맷이 없게, 또 다른 조안이 없게, 또 다른 제이크가 없게, 유진 같은 사람들이 백수가 될 수 있게…. (웃음) 우리가 우리의 주변을 돌아볼 수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요."

 

<인터뷰>의 인터뷰로 만난 김수용 뮤지컬 배우 김수용의 사진. 그는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배역을 맡으며 굳건하게 자기 영역을 개척해 온 인물이다. 독특한 음색, 화려한 고음 등 여러 매력을 지닌 배우이지만, 무엇보다 '상대 배우'에 맞춰서 연기하는 게 그의 최대 장점이다.

▲ 조안 그리고 싱클레어 "조안이 싱클레어에게 의지했던 건 그게 ‘싱클레어’이기 때문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냥 자신이 살아왔던 것과 가치관이 아예 다르고, 함께 있으면 현실을 잊어버릴 수 있고, 싱클레어만 따라간다면 현실을 탈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일차원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빠졌던 것 같아요. 싱클레어가 아닌 다른 누군가였어도 조안은 똑같이 행동하지 않았을까요?" ⓒ 서정준

 
지난 7월 10일 개막한 뮤지컬 <인터뷰>는 오는 30일 폐막을 코앞에 두고 있다. 10월 6일과 7일에는 성남 공연이 그 이후에는 중국 쇼케이스가 예정되어 있다. 여전히 '미완'으로 남은 이 작품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완성형에 가까워지며 본래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 있을까. 그 자리에 배우 김수용도 있을까?
 
"사연이요? 불러주신다면야 저는 당연히 할 건데, 그때는 뭘 시켜 주실지 모르겠네요. (웃음)"
 

 뮤지컬 <인터뷰>의 김수용 배우 프로필 포스터.

▲ 싱클레어에서 유진으로 "싱클레어 같은 경우는 다시 한 번 잘 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스페셜 회차로라도 싱클레어를 꼭 한 번 다시 해보고 싶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유진이 싫다는 건 결코 아닙니다. 시켜주시는 건 뭐든 한다니깐요. (웃음) 여러모로 <인터뷰>는 제게 많은 의미가 있는 작품이니까요." ⓒ (주)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김수용 인터뷰 싱클레어 유진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공연문화, 연극/뮤지컬 전문 기자. 취재/사진/영상 전 부문을 다룹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