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대표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한국-인도' 경기 모습

여자배구 대표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한국-인도' 경기 모습 ⓒ 아시아배구연맹


여자배구 4강 팀들의 아시안게임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일본·태국 등 세계적 강호들이 지난 19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첫 경기를 치렀다.

모두 완승을 거두며 산뜻한 출발을 했다. 한국은 인도를, 중국은 베트남을, 일본은 인도네시아를, 태국은 필리핀을 똑같이 세트 스코어 3-0으로 꺾었다.

경기 패턴도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비슷했다. 4팀 모두 상대 팀의 수준과 관계없이 주전 멤버와 교체 멤버를 풀가동했다.

세계랭킹 1위 중국이 45위 베트남을 상대하면서 핵심 선수인 주팅(25세·198cm)과 위안신웨(23세·201cm)를 교체도 없이 3세트 풀로 뛰게 했다. 이는 예상밖의 일로 평가된다.

한국, 일본, 태국도 비슷했다. 1세트부터 주전 멤버를 출전시켰다. 그리고 세트 중간 크게 앞서갈 때와 마지막 3세트에서 주전 선수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첫 경기 중요성... 약팀 상대로 '컨디션 끌어올리기'

4강 팀들이 첫 경기부터 그런 경기 운영을 한 것은 크게 3가지 이유로 풀이된다. 우선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는 점이다. 국제대회에서 첫 경기를 어떻게 치르느냐는 중요하다. 강팀들이 경기장 적응, 컨디션 조절 실패 등의 문제로 고전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초반 분위기를 그르치면서 대회 전체의 경기력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4팀 모두 주전 선수에게 휴식을 주는 것보다 약팀을 상대로 가벼운 마음으로 컨디션과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경기 일정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아시안게임 여자배구는 이틀에 한 번씩 경기를 한다. 대부분 2~3일 연속 경기를 하는 다른 국제대회보다 체력적인 면에서 다소 나은 일정이다.

한국 대표팀은 첫 경기인 인도전에서 3-0(25-17 25-11 25-13)으로 손쉬운 승리를 거두었다. 다른 강팀들과 마찬가지로 1~3세트 모두 초반에는 주전 멤버를 출전시켰다.

이날 선발 주전 멤버는 레프트 김연경(31세·192cm)과 이재영(23세·178cm), 라이트 박정아(26세·187cm), 센터 양효진(30세·190cm)과 김수지(32세·188cm), 세터 이효희(39세·173cm), 리베로 임명옥(33세·175cm)이었다.

그러나 매 세트마다 큰 점수 차이로 앞서는 상황에서 황민경(29세·174cm), 강소휘(22세·180cm), 이다영(23세·179cm)은 물론, 박은진(188cm), 이주아(186cm), 정호영(190cm) 등 고교생 장신 유망주 3인방도 적극 활용했다.

3세트 중후반에는 김연경, 양효진, 김수지 등 핵심 선수를 모두 빼고, 고교생 3인방을 한꺼번에 코트에 투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표팀은 안정적인 플레이를 이어갔고 큰 스코어 차이로 압승을 거두었다.

고교 장신 선수 '요긴한 조커' 활용... 중국전 대비 차원도
 '최장신 전방 라인'... 왼쪽부터 양효진(190cm)-정호영(190cm)-김연경(192cm)

'최장신 전방 라인'... 왼쪽부터 양효진(190cm)-정호영(190cm)-김연경(192cm) ⓒ 박진철


한국은 인도전에서 선발 주전들이 고른 활약으로 세트 초반 기세를 장악하면, 고교 장신 선수를 교체 투입하면서 세트를 마무리하는 방식을 취했다. 고교 선수들도 큰 무대의 성인 대표팀으로 나서는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압승 흐름을 이어가는 데 무리 없이 역할을 해냈다.

사실 진천선수촌에서 진행된 자체 훈련과 연습경기에서도 같은 패턴으로 경기 운영을 했다. 차해원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은 고교 장신 선수들을 단순히 비주전이 아니라, 주전 선수가 흔들릴 경우 언제든지 교체 투입해 '요긴한 조커'로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중국·유럽 등 장신 군단을 상대할 때 시너지 효과가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방침을 인도전에서도 그대로 적용했다.

한국이 첫 경기부터 주전 멤버를 풀가동한 이유에는 또 한 가지 전략적 판단이 담겨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 여자배구 최대 빅매치인 '한국-중국전'을 겨낭한 포석이기도 하다.

한국-중국전은 3번째 경기로 23일 오후 6시 30분에 펼쳐진다. 중국전에서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앞서 열리는 2경기에서 주전 멤버들이 충분히 컨디션과 몸 상태를 끌어올려야 한다.

김연경도 경기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선수 풀가동' 이유에 대해 "아시안게임 시작 전부터 계획했던 부분"이라며 "대표팀이 실전 연습할 기회가 별로 없어서 쉬운 상대와의 경기를 연습 기회로 삼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야 다가올 중국전이나 더 중요한 8강 토너먼트에서 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최소 '조 2위 확보' 분수령... 카자흐스탄전 승리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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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국


아쉬운 점은 인도전이 국내 방송사를 통해 중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2 코트인 불룽안 스포츠홀(2코트)에서 경기가 열렸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와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경기장이 비좁고 열악하다는 등의 이유로 아예 중계 카메라를 설치하지 않았다. TV 생중계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날 경기에는 최근 여자배구 인기를 반영하듯 많은 교민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우며 뜨거운 응원 열기를 뿜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경도 "여기가 홈 코트인지 자카르타인지 모를 정도로 많은 분이 와서 응원해주셔서 힘이 났다"고 말했다.

다행히 이후 경기부터 한국 팀은 배구 메인 코트인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스포츠 콤플렉스' 내 배구 경기장(1코트)에서 경기를 한다.

한국 여자배구의 1라운드 경기 일정(한국시간)은 인도(8월 19일, 오후 6시 30분), 카자흐스탄(8월 21일, 오후 2시 30분), 중국(8월 23일, 오후 6시 30분), 베트남(8월 25일, 오후 2시 30분), 대만(8월 27일, 오후 9시) 순이다. 조별로 4위까지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8강전은 1라운드 각 조의 1위-4위, 2-3위가 크로스로 맞대결해 승자들이 4강에 진출한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21일 오후 2시 30분 복병 카자흐스탄과 2번째 경기를 펼친다. 대진표와 객관적인 전력상 카자흐스탄전의 승패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최소한 B조 2위를 확보해 8강전에서 유리한 상대를 만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겨야하기 때문이다. 이 경기는 국내 지상파 방송사(MBC)에서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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