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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검찰청에 자진출석하고 있다.
▲ 자진출석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실히 조사 받겠다"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검찰청에 자진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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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선주자로 언급되던 정치인이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며 추락했다. 반듯한 이미지와 정의로운 발언으로 탄핵 정국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2위를 차지할 만큼,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기에 충격이 더 크다.

이번 사건은 '상하 관계를 악용한 성폭행'이라는 점에서, 다른 '미투' 폭로들과 흡사하다. 하지만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괘념치 마라', '잊어라'라고 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 피해자의 SOS를 외면한 동료 보좌진, 정치공작이라는 의심의 눈초리 등 다른 점들이 있다.

우선, 이 사건이 정치계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한다. 사건의 발생과 폭로 이후 정치공작이라는 의심에는, 정치계와 지지자들의 고질적인 문제가 반영되었고 나는 이 문제가 '정치인과 특정 가치를 동일시하는 풍조'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집단은, 특정 가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그들을 대표하는 기수가 등장하면서 탄생한다. 대표자는 동일한 가치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구심점이 되고, 그 가치를 현실화하는 강한 추동력이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대표자와 집단이 지향하는 가치가 동일한 듯 보인다. 대표자가 가치와 동일시되면, 대표가 비판받는 것은, 가치가 비판을 받는 것이고, 대표에 대한 비판은 허락되지 않는다. 비판을 억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표자가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것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대표자는 결점이 없는 사람이 된다. 아니, 결점이 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결점 없는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 은폐가 이루어질 뿐이다. 지지자들은 본인들의 가치를 수호하듯, 대표자를 수호한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발생하고 외면당한다.

정치집단이 공유하는 가치는 사회적 가치이고, 이는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에 관한 것이다. 사회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치는, 한 개인이 독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대표자가 무너진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사회를 위한 본인들의 가치를 내세우지만, 대표자의 부당함은 묵인하는 태도가 가치의 본질을 훼손시키고, 현실에서 외면받도록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대표자는, 가치의 '분신'으로서 완전무결한 사람이 아니라, 결점은 있지만 구성원들의 가치를 '진정성' 있게 설득하는 사람이다.

불과 1년 전,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탄핵당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건 또한, 지지자들이 자신들 가치의 상징인 대통령의 잘못을 끊임없이 외면하고, 잘못이 드러났을 때 감쌌기 때문이었다. 안희정의 몰락을 보면, 대통령은 바뀌었지만, 정치문화는 여전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치인들은 자신의 행실을 돌아보고, 대중은 지지하는 정치인을 바라보는 관점을 돌아봤으면 한다.




태그:#안희정, #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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