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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투지 않고 등을 맞대며 형제애를 나누는 깐지와 대박이
 다투지 않고 등을 맞대며 형제애를 나누는 깐지와 대박이
ⓒ 나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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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살던 집에서 할머니를 물어 안락사까지 생각해야 했던 강아지 깐지. 처음 만난 자리에서 귀동냥으로 가족의 아픈 사연을 듣고 내가 깐지 입양을 원했다. 깐지를 보낼 마땅한 가정을 찾지 못하고 있어 안락사를 생각했었다는 사연이다. 다행히 우리집에서 깐지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강아지로 살고 있다.

그리고 막내 처제집에서 입양된 동생 대박이(슈나우저)는 순진하고 머리가 좋다. 생김새도 하는 행동도 너무 맘에 든다. 스스로 서열도 지켜주는 영리한 아이다. 우리집은 입양 강아지들의 스킨십 요구에 항상 웃음이 가득하다. 강아지들의 평생 소원은 "사랑해 주세요" 같다. 특히 대박이는 늘 스킨십에 목말라 한다.

강아지를 좋아하신 치매 어머니
 강아지를 좋아하신 치매 어머니
ⓒ 나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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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어머니는 강아지를 좋아하셨다. 살아 움직이는 강아지는 치매 환자의 증상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강아지를 좋아하시던 어머니를 천국으로 보내드린 뒤 허전했던 내 마음을 달래준 건 깐지였다. 우연한 만남이 아니라 나에게는 필연이었다. 원래 강아지를 좋아하고 자주 강아지를 키우기는 했지만 깐지는 특별한 아이다. 하는 짓도 사람처럼, 꼬마 아이처럼 행동하니 큰 웃음과 기쁨을 준다.

이젠 침대까지 점령했다. 전에 살던 곳에서 침대에 올라오게 해줘서 그런지 우리집에서도 침대는 자기 놀이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깐지는 항상 베게를 베고 자는 것을 좋아한다. 잠을 자다 머리 쪽이 간지러워 눈을 뜨면 깐지가 누워 있곤 한다.

베게 베고 잠자는 깐지
 베게 베고 잠자는 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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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비가 몰아치고 천둥치던 어느 날 밤, 깐지가 낑낑거리며 이쪽 저쪽 돌아다녔다. 내가 품에 안아줘도 벗어나려고 하고 강하게 몸부림쳤다. 거센 비와 천둥이 무사운 모양이다. 깐지에게 천둥과 거센 비에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았다. 이전 보호자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곳에서도 딴지가 비와 천둥, 창문 흔들리는 소리를 무서워 했다고 한다. 깐지의 트라우마가 왜 생긴 것일까. 깐지를 강하게 안아주고 토닥여줬다. 조금 진정되는 듯했다. 깐지는 큰 소리에, 궂은 날씨에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깐지를 부를 때 부드럽고 사랑 가득한 작은 소리로 부른다.

깐지 동생 슈나우저 대박이는 순수하다. 생후 8개월 무렵 막내 처제에게서 입양한 강아지다. 에너지가 넘치고 먹성이 좋다. 어린아이 머리만큼 큰 참외를 집사람이 깎아 잠시 안방에 있는 노트북용 작은 탁자에 올려놓았던 적이 있다. 그런데 대박이가 보이지 않아 혹시나 해서 안방에 가보니 대박이가 순식간에 참외를 먹어 치웠다. 입에는 참외가 가득했고 아직도 먹고 있었다. 잘라 놓기는 했지만 큰 참외였다.

대박이는 너무 순진하다. 생김새부터 순수하다. 소파에 올라오는 데도 깐지를 의식해 시간이 걸렸다. 막무가내로 행동하지 않는다. 생각이 깊다. 대소변도 잘 가린다. 물론 외출 하고 돌아오면 대박이 세상이라서 휴지, 슬리퍼, 신발이 흩어져 있기는 하다. 그래서 '농촌 총각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대박이는 소파도 침대도 깐지를 의식하고, 깐지가 짖어대면 접근하지 못한다.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자기 집이나 소파 밑으로 들어간다.

드디어 침대에 오른 대박이
 드디어 침대에 오른 대박이
ⓒ 나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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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느 날, 무더위에 지쳐 옆으로 잠을 자는데, 배 부분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잠결에 배를 만졌더니 내 배가 아니었다. 대박이가 내 배에 등을 대고 자고 있었다. 깜작 놀랐고 웃음이 나왔다. 드디어 농촌총각이 침대에 올라온 것이다. 대박이 배를 만져주고 쓰다듬어 줬다. 그러면서도 깐지가 이 사실을 알면 야단날 것 같아 조심했다. 아니나 다를까 소리에 민감한 깐지가 발밑에서 일어나 짖어댔다. 대박이는 쏜살 같이 달아났다. 그 모습을 보니 대박이가 안돼 보였다.

다음 날도 대박이는 침대 옆에 내민 내 손을 햝고 자기 머리를 내 손에 비벼대며 '셀프 쓰다듬'을 했다. 순진하고 귀여웠다. 깐지를 진정시키고 내가 대박이를 끌어올렸다. 그렇게 몇 번 반복했더니 깐지도 대박이도 적응됐는지 같이 침대에 오른다.

대박이는 어찌나 점프력이 좋은지 제자리 뛰기 챔피언 같다. 이제는 스스로 가끔 잠을 자러 올라오기도 한다. 한 번은 대박이가 코를 굴면서 잠을 잤다. 코 고는 강아지는 처음 봤다. 그 모습이 너무 순수하고 귀엽다.

이젠 깐지와 대박이가 진정한 형제가 됐다. 서로의 밥그릇과 물도 공유한다. 대박이가 간지 보는 데서 침대에 올라와도 크게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이해하고 있다. 신기하다. 깐지의 너그러운 마음과 대박이의 순수한 행동이 조화를 이룬다. 화해와 사랑, 이해와 배려를 나누는 깐지와 대박이를 보면서 기쁨과 행복을 누린다. 그리고 충성스런 강아지들의 행동을 경험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덧붙이는 글 | 나관호는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대표, 문화평론가, 칼럼니스트, 작가이며, 북컨설턴트로 서평을 쓰고 있다. <나관호의 삶의 응원가>운영자로 세상에 응원가를 부르고 있으며, 따뜻한 글을 통해 희망과 행복을 전하고 있다. 또한 기윤실 문화전략위원과 광고전략위원을 지냈고, 기윤실 200대 강사에 선정된 기독교커뮤니케이션 및 대중문화 분야 전문가로, '생각과 말'의 영향력을 가르치는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와 치매환자와 가족들을 돕는 구원투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심리치료 상담과 NLP 상담(미국 NEW NLP 협회)을 통해 사람들을 돕고 있는 목사이기도 하다.



태그:#입양 강아지, #깐지, #대박이, #나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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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제이 발행인, 칼럼니스트다. 치매어머니 모신 경험으로 치매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다. 기윤실 선정 '한국 200대 강사'로 '생각과 말의 힘'에 대해 가르치는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 역사신학 및 대중문화 연구교수이며 심리치료 상담으로 사람들을 돕고 있는 교수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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