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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예산군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됐다. 물론 소녀상 건립 후, 특정인에게 공로패를 전달하지는 않았다.
 지난 4월 예산군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됐다. 물론 소녀상 건립 후, 특정인에게 공로패를 전달하지는 않았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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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 건립이 특정 단체나 개인의 생색내기 사업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성 소녀상 건립을 둘러싸고 부지선정에서부터 공로패 제작 문제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충남 홍성군 소녀상 건립은 지난 2015년 말부터 추진되어 왔다. 올해 초 문화재청이 소녀상의 홍주성내 건립을 불허하면서 소녀상 건립은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최근 홍성지역의 진보와 보수시민 단체들은 우여곡절 끝에 오는 8월 15일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열기로 합의했다.
   
소녀상이 세워질 장소는 홍주(홍성의 옛 이름)성 안쪽이 아닌 외곽의 공유지로 결정된 것이다. 그러나 해당 부지 인근에는 주점과 같은 유흥업소가 있다. 때문에 홍성의 일부 진보단체들은 해당 부지에 소녀상을 건립하는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홍성의 진보시민단체들은 소녀상의 방향과 위치를 재조정하는 조건으로, 해당부지에 소녀상을 건립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녀상이 유흥업소 쪽을 바라보지 않도록 한 것이다. 일부 보수단체들이 소녀상 건립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실제로 소녀상으로 형상화되고 있는 '위안부 할머니' 들은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성적으로 유린당한 이 땅의 민초들이다. 이런 분들을 기리는 동상을 유흥업소 앞에 세우자고 제안한 것 자체가 소녀상 건립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용일(홍성평화의소녀상건립추진위원)씨는 "소녀상을 유흥가를 바라보도록 세워서는 안 된다는 일각의 지적에 따라 소녀상의 방향과 건립 위치를 조정했다"고 밝혔다.  

소녀상 건립 위치에 대한 지적이 없었다면 홍성 평화의 소녀상은 유흥주점을 바라보고 세워질 뻔한 것이다. 물론 소녀상 건립을 둘러싼 잡음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홍성의 보수여성단체는 최근 "소녀상 건립에 공이 적지 않다"며 전임 회장에게 공로패를 전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민성기 홍성문화연대 대표는 "여성단체의 전임 회장이 소녀상 건립 기금을 모금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 것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소녀상 건립이 특정 단체나 개인의 치적을 내세우기 위한 것처럼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홍성군민 신인섭씨도 "소녀상을 세우는데 특정인에게 공로패를 전달한 사례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위안부 할머니들 문제는 지금도 여전히 해결이 안 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평화의 소녀상은 누군가의 공로를 치하하기 위해 세우는 것이 아니라 일본 제국주의의 만행과 아픈역사를 잊지 말자는 뜻에서 세우는 것"이라며 "공로패를 전달하고 싶다면 해당 여성단체의 이름으로 조용히 전하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당 여성단체의 관계자는 "공로패 전달 문제는 대표자(홍성소녀상건립추진위) 회의에서 나온 얘기이다. 공로패는 전임 회장님과 홍성시민모임 양쪽에 전달할 예정"이라며 "누군가의 치적을 내세우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소녀상 건립에 공을 세운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홍성 평화의 소녀상이 들어설 자리이다. 터가 잡히고 터닦이 공사가 진행 중이다.
 홍성 평화의 소녀상이 들어설 자리이다. 터가 잡히고 터닦이 공사가 진행 중이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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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근 예산군의 상황은 달랐다. 예산군민들은 지난 4월, 예산군청 분수공원 앞에 소녀상을 건립했다. 물론 특정인에게 공로패를 전달하지도 않았다.

예산군 소녀상 건립을 최초로 제안하고, 기금을 모으는 데도 관여했던 정기정 예산참여자치연대 대표는 어떤 이유에서든 소녀상의 건립 취지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소녀상 건립은 단순히 동상 하나를 세우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기정 대표는 "소녀상 건립과 관련해 어떤 공로패도 제작하지 않았다"며 "다만 건립에 참여한 분들의 이름과 단체명을 적은 동판을 제작해 소녀상 뒤편에 세웠다"고 말했다. 이어 "동판이 평화의 소녀상을 압도하거나 영향을 주지 않도록 소녀상의 뒤쪽에 작게 배치했다"고 덧붙였다.


태그:#홍성평화의소녀상 , #공로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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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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