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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대리인들은 일치된 목표를 공유한 것 같지 않았다. 마지막 변론에서도 최후진술 할 순서를 정하는 데서부터 핵심 변론 취지까지, 중구난방 '아무 변론 대잔치'가 열렸다.

국회 측 대리인들의 최후진술이 끝나고 박 대통령 측 대리인들이 나설 차례가 됐지만, 작은 소란이 일었다.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인 이정미 재판관은 본래 최후진술하기로 돼 있던 대표 대리인 이동흡·전병관·이중환 변호사 순서를 제안하고 이외에도 진술할 이가 있는지 물었다.

여러 대리인들이 손을 들었고, 이 재판관은 "종전부터 변론에 참여하신 분이 먼저 진술하는 게 이해하기 쉽다"고 기준을 제시했지만, 김평우 변호사는 "저희끼리 합의를 했습니다. 맡겨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법률대리인 이중환 변호사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리는 박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에 앞서 다른 변호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탄핵심판 최종변론 참석한 이중환 변호사 박근혜 대통령 법률대리인 이중환 변호사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리는 박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에 앞서 다른 변호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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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환 변호사가 가만 있지 않았다. 이 변호사는 "합의가 되지 않았습니다. 재판관님 말씀대로 해주십시오"라고 요청했다. 이 변호사는 탄핵심판 초기부터 대표 대리인으로 참여해왔고 정기승·김평우 변호사 등은 2월 중순부터 합류했다.

김 변호사는 다시 "정기승 변호사가 가장 먼저 하고, 그 다음엔 제가 하고, 사법연령(사법연수원 수료) 순으로 하기로 다른 변호사들과 이야기가 됐다"고 자신의 주장을 고집했다.

이 재판관은 "종전부터 계속 참여하신 분의 의견을 먼저 듣도록 재판부에서 정했다"고 다시 한번 애초 방침을 재확인했다. 김평우 변호사는 대표 대리인 3명의 차례가 끝난 뒤 최후진술했다. 애초 '사법연령순'을 주장했던 김 변호사지만, 그보다 훨씬 사법연령이 오래 된 정기승 변호사에 앞서 변론했다.

박근혜의 '막무가내'와 대리인단의 중구난방

마지막 변론도 중구난방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출석하는 대신 "손수 작성해" 보낸 의견서 내용은 그간의 변론을 무시한 '막무가내', '우기기' 변론이었다. 자신의 측근들이 심판정에 나와 증언한 내용과도 배치되는 내용들을 강변하면서 '최순실을 경계하지 못한 잘못 뿐, 나는 잘못이 없다'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의 잘못'을 주장했지만 이동흡 변호사는 '최순실에 무죄가 선고되면 어떡하겠느냐'는 논리를 폈다. 그는 "공범(최순실)의 유죄도 확실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박 대통령은) 공범 관계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며 "최서원(최순실)에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고, 공범에 대한 유죄도 확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굳이 서둘러 대통령을 파면하는 것은 성급하고 무리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중환 변호사의 변론은 국회가 소추사유로 내건 각종 헌법·법률 위반 사항의 사실입증이 안 된다는 논리를 폈다.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등 결정적인 증거들의 수집과정에 대한 위법성을 주장하면서 형사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내용이니 헌법재판관들이 섣불리 사실관계를 인정해 결정하면 안 된다는 논리였다.

'막말 변론'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김평우 변호사는 "이 사건은 민사소송이나 형사사건과 같은 작은 시각으로 봐선 안된다"며 "법률용어보다는 일상적인 용어로 변론해야 한다"고 변론을 시작했다.

"언제 박근혜 대통령께서 법치주의가 나쁘다고 하셨나요? 공무원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하셨나요? 언제 박근혜 대통령께서 생명권 보호 무시해도 된다고 하셨나요? 마음대로 갖다 붙이고 이러면 안 되죠."

"박근혜 대통령도 인간이고, 모든 인간은 완벽하고 완전한 전지전능한 인간이 없습니다. 박 대통령을 이런 이유로 쫓아낸다고 합시다. 다음 대통령이 어떤 분일지 모르겠지만 그 분이 대통령 되면 세월호 같은 재난사고 안 생길 것 같아요?"

김평우 변호사의 변론은 이런 식이었다. 별다른 판단 근거를 제공하지 않은 채, '국회의 탄핵소추는 무식한 짓'이라는 취지의 이야기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서석구 변호사는 촛불집회에 대해 "이적단체 범민련 남측본부와 '통일의 그날까지 함께 투쟁하자고 선동했던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대단히 불순하고 심지어 주체사상을 따르는 이석기의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라며 "이런 촛불집회에 의한 국회의 탄핵은 대한민국에 대한 선전포고이고 반란이다. 이것을 멈출 수 있는 힘은 바로 헌법재판관 여러분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절반 이상을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퍼준 돈으로 북한은 핵폭탄을 만들었다', '북한은 아직도 6·25를 북침이라고 주장한다', '북한이 남한의 언론을 찬양하고 있다'는 등의 주장을 늘어놓으면서 대북 적개심 고취에 집중했다.

박근혜 대통령측 대리인 15명은 4시간 50여분 동안 최후변론을 했다.


태그:#탄핵심판, #최종변론, #박근혜, #김평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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