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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성역의궤>의 동장대도와 1939년 영화 <수업료>의 배경으로 나오는 동장대를 비교해 보기 위해서 설 연휴 기간에 동장대에 가봤다. 영화에서 봤을 때는 현 국궁 체험장이 동장대에 비해 지대가 아주 낮아 보여 상대적으로 동장대가 우뚝 솟은 모습이 장쾌하게 보였다.

영화를 찍었을 때의 카메라 각도와 비슷한 지점을 찾아 창룡문 안쪽 이쪽저쪽에서 앵글을 맞춰봤다. 높이를 바꿔가며 촬영을 해봐도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만 세월이 흘러 토사가 쌓여 지대가 높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봤다.

창룡문 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데 답사객 두 사람이 스마트폰을 보며 옥신각신하고 있다.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인터넷에서 동장대를 검색해 찾아왔는데 바로 창룡문 앞이었고, 인터넷의 사진과 실제 모습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때다 싶어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인터넷에서 동장대를 검색한 결과화면, 엉뚱하게도 창룡문이 나온다.
 인터넷에서 동장대를 검색한 결과화면, 엉뚱하게도 창룡문이 나온다.
ⓒ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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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수원사람으로 수원화성에 대해 조금 아는 편인데 어떤 문제라도 있나요?"
"설 연휴를 맞이해 친구와 함께 수원화성을 답사하러 왔어요. 답사의 시작점을 동장대로 정해 인터넷에서 동장대를 검색 했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어요."

그러면서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준다. 분명히 '동장대'로 검색한 결과 화면인데, 동장대가 아닌 창룡문 사진이 나와 있는 것. 창룡문 사진 아래로는 동장대를 설명하고 있었다.

"요즘 인터넷의 정보는 오류가 많아 검색 결과를 잘 취사 선택해야 하지요. 이곳은 수원화성의 동쪽문인 창룡문이고, 건너편에 보이는 저 육중한 건물이 바로 동장대입니다. 그 앞 넓은 공터에서 군사들을 훈련시켜 연무대란 이름으로도 불리지요."

약간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해주니 고맙다며 인사를 하고 답사를 시작했지만, 기자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오래전부터 인터넷에서 수원화성을 검색하면 검색결과의 설명이 제각각이고 오류도 많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전혀 시정되지 않았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작은 일일지 모르지만 2016년 수원화성 방문의 해 벽두부터 대형사고가 터진 것이다.

수원화성 동장대
 수원화성 동장대
ⓒ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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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 절대 다수가 사용하는 인터넷 검색 결과에 이런 오류가 있다면, 이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했을 때의 일반적인 검색 결과는, 인터넷 업체에서 가공한 정보가 노출되기도 하고, 관공서의 정보가 노출되기도 한다. 이들 정보는 비교적 신뢰할 수 있는 정보다.

그 외에 홍보성 정보, 개인 블로그, 카페 등의 정보가 노출되는데, 이렇게 개인적으로 만든 정보는 자의든 타의든 심각한 정보의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어지간해서는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이런 정보의 정확성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2016년 수원화성 방문의 해를 맞이해 외부에서 많은 손님들이 수원을 찾으리라 본다. 수원을 찾는 방문객들이 일차적으로 수원에 대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면서 여행일정을 잡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외지인들이 검색결과의 정확성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수원화성을 답사하다보면 곳곳의 안내간판이 낡아있고, 지워져서 아예 안 보이는 곳도 있다. 문제가 있는 안내문은 시급히 정비하고, 더 중요한 인터넷 정보의 오류를 잡는 데 노력해야 한다. 2016년 수원화성 방문의 해를 준비하는 관계자들은 서둘러 정비를 해야 한다.

차량에 붙은 '2016 수원화성 방문의 해' 스티커를 보고 방문객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문객이 수원여행을 제대로 계획하고, 추억에 남을 만한 멋진 여행을 하고, 돌아가서 수원에 대한 좋은 인상의 글을 인터넷에 남겨야 완벽하게 행사가 마무리되는 것 아닐까. 인터넷의 정보는 가치가 있을 때 이런 선순환 구조를 가지며, 그 입소문을 타고 방문객이 몰려오게 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수원화성, #동장대, #창룡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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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가슴에 안고 살면서 고전과 서예에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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