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불꽃 이글스가 불꽃축제를 통해 팬들과 함께하고있다.

▲ 한화 이글스의 불꽃 이글스가 불꽃축제를 통해 팬들과 함께하고있다. ⓒ 한화 이글스


새해를 앞두고 프로야구 출범 33년 동안 단지 돈을 쓰기만 급급했던 구단들이 이제는 바뀌고 있다. 가장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삼성 라이온즈는, 오는 2016년 1월 1일 자로 제일기획으로 이관된다. 그동안 독자적인 계열사였던 삼성 야구단은 삼성 스포츠단으로 변경된다.

'수익'의 중요성을 강조한 삼성의 변화는 모기업의 '용돈'으로 연명해왔던 각 구단이 변할 수 있다는 신호탄이다. 이미 변화는 감지됐다. 각 구단은 마케팅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올 시즌 작년 대비 가장 많은 관중 증가를 보인 구단은 어디일까?

전반기 내내 신드롬을 일으킨 구단. 동시에 '선수 혹사' 등 온갖 논란과 다양한 핫 이슈를 만들어 낸 구단. 감독은 많은 '열광'과 '비판'을 동시에 받았고, '스포츠 마케팅' 측면에서는 매우 뜨거운 2015시즌을 보낸 구단. 모든 야구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팀. 바로 한화 이글스이다. 이에 기자는 한화 이글스 마케팅팀을 지난 15일 만나 뜨거웠던 한해를 정리했다.

LA 다저스의 전설 토미 라소다는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겼다.

"1년 중 가장 슬픈 날은 야구 시즌이 끝나는 날이다."

이 말이 절실한 요즘, 한화 야구에 대한 갈증이 깊어진 한 여성 팬이 있다.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를 야구로 날리는 박유선씨다. 한화 이글스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댓글을 단 그에게 짤막하게나마 온라인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인터뷰에 응한 박씨는 한화 야구에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우연히 봄에 TV를 켰습니다. 방송에서 그러더군요. 만년 꼴찌 팀인 한화 이글스가 새로운 신조어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그것은 바로 '마리한화'였습니다. 저는 이 단어에 호기심이 생겨 그때부터 한화 야구를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봤습니다. 선수들의 표정에서 절실하고 절박한 야구가 눈에 보여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마약 같은 한화 야구에 빠져든 것 같습니다."

기자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야구는 '감독'이 하는 것이 아닌 선수들이 하는 것이다. 한화 이글스의 선수들은 올 한해 최선을 다했고, 또한 몸이 부서지라 뛰고 또 뛰었다. 그렇지만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준 이들을 상품화 하는 것은 프런트의 몫이다.

한화 이글스의 프런트는 '나는 불꽃이다'는 광고를 통해 이글스 선수들의 '불꽃 투혼'을 아름답게 포장했다. 박찬혁 한화 이글스 마케팅부장은 "KBO리그 모든 구단이 캐치프레이즈(광고에서 남의 주의를 끌기 위한 문구나 표어)를 통해 홍보하지만, 한화의 경우 그것을 뛰어넘어 이미지 연상에 집중해 '불꽃'에 모티브를 얻어 투혼과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불꽃 광고의 효과는 관중 동원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한화의 올 시즌 홈, 원정 경기 관중 수는 홈경기는 총 65만7385명으로 전년 대비 38% 증가하였다. 홈경기 평균 관중은 9127명이 입장하였다. 1만3000석 규모의 미니구장인 대전 한화생명이글스 파크를 생각하면 매우 놀라운 수치다.

또한, 총 21회 매진을 기록하며 2008년 KBO 공식 집계 이후 2012년에 기록한 14회 매진 기록을 넘어 구단 자체 매진 신기록을 달성했다. 한화는 2012년 기록한 7758명이 한 시즌 최다 홈 평균 관중이었다. 이 밖에도 전국구 인기 구단의 척도인 원정경기 팬 동원력도 매우 놀라웠다. 원정경기는 총 99만7528명으로 전년 대비 48% 증가했으며, 총 14회 매진을 기록했다.

한화 이글스의 든든한 버팀목 '보살팬'

불꽃 투혼 이글스는 광고를 통해 팬들과 함께 소통했다.

▲ 불꽃 투혼 이글스는 광고를 통해 팬들과 함께 소통했다. ⓒ 한화 이글스


한화 이글스의 팬들은 소위 '보살팬'으로 불린다. 이유는 하나다. 오랜 기간 꼴찌에도 불구하고 믿음을 갖고 팀에 '헌신'하며 높은 충성심을 보여준다. 아쉽게도 평균 관중 1만 명의 벽을 넘진 못했지만, 스몰마켓 구단이 변신할 수 있다는 점에서 KBO리그 관계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KBO 관계자는 "만약 올 시즌 한화 이글스가 전반기에 흥행 돌풍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메르스 여파로 관중 동원에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박 부장은 "'나는 이글스다' 문구를 통해 팬들의 자존심을 회복하고자 노력했다, 별도의 마케팅이 아닌 일체감을 느끼도록 실시간 영상을 만들어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영상에서 '나는 행복합니다'가 포함된 응원가는 KBO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응원가로 흥을 돋우는데 톡톡히 한몫했다. 한화 팬들은 팀이 지고 있어도 응원가를 목이 터져나갈 정도의 함성으로 부른다. 그러다 보니 대전 구장이 자연스레 들썩인다. 대전 시내에서는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글스 숍(용품판매 매장)에서 가장 많은 판매를 기록하는 굿즈가 무엇인지 묻자 우종범 한화이글스 마케팅2팀장은 "단연 유니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팬들의 사랑이 매우 놀라웠다, 전년 대비 약 3배의 매출을 기록했다"라며 "한화 이글스의 유니폼은 어센틱, 고급, 일반 총 3종류로 가격을 다양화하여 팬들이 선택하여 구매할 수 있는 점이 큰 장점이다"라고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화 구단은 '보살팬'들의 성적에 대한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전임 김응용 감독 시절 국가대표 테이블 세터 정근우·이용규 FA 영입으로 137억 원을 쏟아 부었으며, 2014년은 권혁·배영수·송은범을 통해 전력 강화를 꾀했다. 2015년에는 정우람과 심수창을 영입하며 최근 3년간 465억 원을 투자했다. 모기업 한화 또한 '보살팬'들에게 가을야구를 보여주기 위해 선수 영입에 아낌없는 투자를 지원했다.

한화의 세심한 배려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팬들이 야구장에서 상품 하나하나 구매하는 부분에서도 불편함이 없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우 팀장은 한화 이글스의 상품 판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타 팀과 차별을 둔 머천다이징(상품)을 통해 더 많은 인기를 누렸다. 또한, 제품의 디자인과 퀄리티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 특히 유니폼은 장기간 디자인 작업을 통해 연초 국내 프로야구 최초로 4종 유니폼을 출시해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백화점, 대형할인점 등 신규 유통채널에 입점하면서 팬들의 구매 접점을 확대하여 친숙하고 가까운 곳에서도 접할 수 있도록 발걸음을 유도했다.

새로운 상품 카테고리로 '이글스 어센틱케이션 프로그램'을 시즌 중에 론칭하여 선수들이 직접 사용했던 유니폼, 헬멧, 시합구 등을 판매하고 수익금 일부는 연말 사회공헌활동으로 기부한다. 이는 평소 사회적 약자를 먼저 생각하는 이글스의 '신념'이기 때문이다."

'보살팬'들을 위한 이벤트는 매일 홈 팬들을 찾아갔다. 한화는 국내 최초로 전 홈경기 프로모션데이 마케팅을 진행했다. 말이 쉽지 70경기가 넘는 홈경기를 프로모션 하는 것은 상당한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 박 부장은 "시즌 초반에는 후원사를 유치하는 게 쉽지 않았으나, 구단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프로모션을 경험해본 후원사 간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요청이 쇄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글스 행사                 미생의 날을 맞이하여 프로기사들과 어린 팬들이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다.

▲ 이글스 행사 미생의 날을 맞이하여 프로기사들과 어린 팬들이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다. ⓒ 한화


한화의 인기가 치솟자 많은 유명인의 시구 행사를 위한 요청도 많았다. 이글스 마케팅팀은 전체 프로모션데이 콘셉트와 스토리에 부합하는 후원사와 프로그램을 유지하고자 노력하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글스 프로모션데이 행사는 어떤 것이 있었느냐고 묻자 한화 마케팅팀 관계자들은 "시즌 초,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미생>이란 드라마의 여운이 남아있던 시점에 한화 이글스의 상황과 스토리가 맞아떨어진다고 여겨졌다"라며 "한국 바둑국가대표팀과 후원사를 연계하여 '미생의 날'을 탄생시켰다"고 전했다.

그는 "팬들에겐 바둑 관련 기념품과 프로기사들과의 지도대국 서비스가 제공되었고, 조훈현 국수, 이창호 국수 및 국가대표팀 40여 명 등 유명 바둑계 인사들이 시구 등 행사에 참석해 주셔서 행사가 풍성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한화 이글스는 뜨거운 햇살이 기승을 부리는 휴가철을 맞아서 한화리조트와 함께 팬들에게 다양한 리조트 상품권을 제공했다. 팬들이 즉석에서 참여하는 이벤트를 열고, 한화리조트의 명예 회원인 석해균 선장(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되었던 삼호주얼리호 선장)의 시구 행사 등도 진행했다.

이글스 프로모션에 빼놓을 수 없었던 부분은 바로 유명 아이돌 그룹인 EXO 백현의 시구 행사였다. 한화는 EXO 팬들이 입장권을 사전 독식할 것을 우려해 일반 팬들의 입장권 구매 시점 직후 시구 행사 일정을 발표하여 팬들 간의 균형을 맞추려 하였다. 또 자발적이고 건전한 관람과 응원 캠페인을 유도하였다. 백현은 그날 경기를 끝까지 관람하며 열띤 응원을 보내주었다. 박 부장은 "EXO 팬들에게 무례한 행동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는데, 팬들 또한 시구가 끝나고 우르르 나가는 게 아니라 경기 끝까지 함께 뜨거운 응원을 보내줬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브랜드 가치 확장 키워드 '마리한화' 그리고 '불꽃'

승리의 포즈 이글스, 승리의 하이파이브

▲ 승리의 포즈 이글스, 승리의 하이파이브 ⓒ 한화 이글스


최준서 한양대학교 스포츠 산업학과 교수는 "올 한해 정체성이 도드라지는 구단은 한화 이글스이다, 브랜드 가치가 매우 높고 독립된 야구단으로서의 정체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KBO리그를 넘어 한화 이글스는 자체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여 큰 성공을 거뒀다. 2015년 봄 하나의 신드롬이었다. 박 부장은 '불꽃 투혼'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그룹의 모태 연상 이미지인 '불꽃'과 이를 한화 이글스만의 '투혼'이라는 정신으로 재해석하여 이글스의 특성과 이미지를 부여하려 노력하였다. 아울러 이글스만의 '투혼'으로 그동안 잃었던 선수단의 자신감과 팬들의 자존심을 회복시켜주려는 목표로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했다.

또한, 투혼이라는 핵심 메시지에 맞는 다양한 스토리를 발굴하고 이를 모든 마케팅 활동에 통합적으로 반영시켰다. '불꽃'과 '투혼' 콘셉트를 토대로 '뭉치' 정현석 선수의 암 투병을 극복한 사연이나 권혁 선수와 윤규진 선수의 눈부신 호투 등을 테마 영상으로 제작하여 전달하였다. 또한, 경기별 하이라이트도 우리만의 스토리로 재해석하였으며, 영상뿐만 아니라 도서와 방송, 웹툰, SNS 및 경기장 행사 등 다양한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진행하였다."

한화 팬뿐 아니라 야구를 잘 모르는 일반 시민들의 경우에도 한화 이글스 하면 '불꽃'과 투혼을 떠올린다. 여기 '투혼'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다. 한화 이글스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인터뷰할 수 있었던 임영서씨. 그는 인천에 사는 대학생이지만 인천이 연고지인 SK 와이번스가 아니라 한화 이글스의 팬이다.

"인천 시민이지만, 문학경기장을 찾게 되면 홈팀 SK를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한화를 응원하게 된다. 한화 야구는 사람을 이끌리게 하는 묘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고 친숙한 광고를 접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이 투영되는 것 같다."

한화 구단 또한 이런 현상을 놓치지 않고 발 빠르게 움직였다. 박 부장은 "단순하게 경기와 팬서비스를 이분화하는 경험을 넘어서, 경기와 구단 활동 하나하나가 곧 우리만의 스토리로 이입되어 동질감을 형성하는 데 주력했다"라며 "팬들과의 소통은 곧 관중유입, 잠재적인 팬 확대는 물론, 나아가 경기가 있든 없든 일상생활 속에서 한화 이글스와 함께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 올 한해 한화는 역대 최다관중, 역대 최다 매진, 역대 최다 입장수입, 프로스포츠 최다 페이스북 좋아요 및 팬 달성 등 선수들의 활약과 마케팅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결과를 냈다.

한화 이글스 홍보팀 관계자는 "방송 카테고리를 나눠 30%는 '불꽃'에 관한 영상, 37% 정도는 '투혼'에 관한 영상제작을 통해 한화 하면 모호한 특성에서 벗어나 뚜렷한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이 큰 수확"이라고 답했다. 이런 모든 결과는 한화의 사장, 단장 및 프런트 모두가 땀 흘려 이룩한 소중한 결과물이라고 덧붙였다.

한화의 경우 전임 정승진 사장과 노재덕 단장 콤비의 서산 2군 훈련장 건립, 메이저리그 벤치마킹을 통한 구장 리모델링 등 많은 일을 발 빠르게 진행 시켰다. 팬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부단히 노력했다.

그러나 프런트와 팬의 소통만큼 중요한 것은, 프런트와 현장의 소통이다. 올 한해만 놓고 본다면 한화 이글스만큼 호불호가 갈린 구단은 없었다. 누구에게는 '마리한화'였고, 누군가에게는 '혹사'였다. 이제는 단지 승리에만 급급한 모습 대신, 팬들의 기대에 보다 부응할 수 있는 구단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프런트와 현장이 함께 손을 잡고, 보살팬들의 인내와 응원에 응답할 때이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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