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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검찰 수사팀에서 작성한 1987년 1월 19일자 '고문치사사건 수사 중간보고' 문서(복원본).
 당시 검찰 수사팀에서 작성한 1987년 1월 19일자 '고문치사사건 수사 중간보고' 문서(복원본).
ⓒ 서기호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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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지난 1987년 치안본부로부터 박종철 고문치사-조작·은폐 사건(아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송치받기 전에 '조용하게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지난 30일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기록물(총 275쪽)을 열람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987년 1월 19일 검찰수사팀이 작성한 '고문치사 사건 수사 중간보고'라는 문서에 '흥분된 매스컴의 보도 열기를 가라앉히는 조용한 수사 마무리'라는 지시사항이 적혀 있었다.

같은 문서에는 '피의자 상대 수사는 사건 송치전 치안본부에서 완결되도록 수사 지휘', '구속피의자 2명뿐', '상급자 등 교사·방조 없음' 등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문서가 작성된 다음 날인 1월 20일 검찰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치안본부로부터 송치받았다는 점을 헤아릴 때 이는 사건을 수사하기도 전에 경찰에서 수사한 대로 사건을 마무리하려 했음을 보여준다. 검찰의 1차 수사(1월 20일~23일)가 경찰수사 결과를 추인하는 수사였다는 의혹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특히 안상수(현 창원시장) 검사가 1월 19일 작성한 '정보보고'에 따르면, 치안본부로부터 조한경 경위와 강진규 경사의 구속영장이 비공식으로 접수된 직후 수사팀장이었던 신창언 형사2부장이 '구속영장을 치안본부 발표를 참조해 수정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기록물에 각종 동향 보고 문서 포함 

서기호 정의당 의원.
 서기호 정의당 의원.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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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오전 10시 강민창 치안본부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고문치사'를 처음으로 인정했다. 이전까지 치안본부는 "조사경찰관이 박종철군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책상을 '꽝' 치니 박군이 '억' 하며 쓰러져 심장쇼크로 사망했다"라고 주장해왔다.  

또한 검찰은 사건이 일어난 직후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와 어머니, 형과 누나 등 유가족들을 지속적으로 사찰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지검과 부산지검(박종철 열사의 고향인 부산 소재)이 수 건의 유가족 동향 보고서 등을 작성해 법무부 등에 보고한 것이다.

'변사자 박종철 유족 관련 동향'이나 '박군 치사사건 공판 관련 법정 주변 동향' 등의 문서에 따르면, 검찰은 유가족들이 누구를 만나는지, 야당인 신민당 인사들과 접촉하고 있는지, 국가배상소송을 준비하고 있는지, 서울에 올 때 누구를 만나 어디에 숙박하는지 등을 파악해 보고했다.

게다가 가족 형편은 물론이고 유가족 개개인의 성향이나 순화 가능성까지 보고됐다. 부산시 수도국장과 영도구청장이 박 열사의 부친인 박정기씨를 접촉해서 순화하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서 의원은 "이번 기록물 열람을 통해 당시 검찰이 경찰 수사 결과에 맞추어 짜맞추기기 수사를 하려 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수사에 전력을 다해야 할 검찰이 진실 파악은 외면하고 유가족 사찰에만 열을 올린 것을 보며 당시 검찰이 과연 공익의 대변자로 국민의 편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검찰은 박종철군과 유가족에게 사죄해야 하고, 당시 직접 수사검사였던 박상옥 후보자도 검찰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라며 "박 후보자가 빨리 대법관 후보자에서 자진사퇴하는 것이 지금이나마 민주열사와 유가족들에게 사죄하는 길이다"라고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서 의원이 열람한 국가기록원 자료에는 '연행 피의자 변사사건 발생보고', '변사한 서울대생 박종철 화장 관계 동향보고', '박종철 사건에 따른 수원대 분향소 설치 동향', '박종철 사망 관련 서울대 문제권 학생 동향', '박종철군 유족의 배상청구 동향' 등 수 건의 '가족동향 보고' 등의 문서가 포함됐다.


태그:#서기호, #박상옥,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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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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