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제작된 영화 <파업전야> 팸플릿. 영화에 대한 소개가 들어있는 자료집으로 당시 관람료 대신 판매했다.

1990년 제작된 영화 <파업전야> 팸플릿. 영화에 대한 소개가 들어있는 자료집으로 당시 관람료 대신 판매했다. ⓒ 성하훈


독립영화축제 인디포럼 2014가 지난 29일 신사동 롯데시네마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했다. 지난 2일 저녁에는 제작된 지 24년 된 영화의 특별상영이 열려 관심을 끌었다. 이날 상영된 작품은 1990년대 불후의 명작으로 소문났던 <파업전야>.

1990년 16mm 필름으로 제작된 <파업전야>는 공장 노동자들의 열악한 삶과 노조 결성과정 등을 담고 있다. 일반 영화사가 아닌, 당시 젊은 영화인들의 모임이었던 '장산곶매'가 집단창작 형식으로 제작해 한국영화 최초의 장편독립영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장산곶매 대표였던 이용배 계원조형예술학교 교수와 현 명필름 이은 대표가 제작을 맡았고, <이웃집 남자>의 장동홍 감독과 <접속> <가비>의 장윤현 감독이 공동 연출로 참여했다. 

<파업전야>는 90년대 한국 영화운동이 만들어낸 결실로 독립영화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주로 소극장이나 대학가를 중심으로 상영됐는데, 당시 정부 당국이 영화법 위반이라며 필름을 압수하고 상영을 막으려는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려는 학생들과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영화 상영을 막겠다며 경찰이 헬기까지 동원하고 제작자인 이용배 대표에 대한 검거령이 내려지는 등 사회적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날 특별상영은 인디포럼2014가 '필름은 잠들지 않는다'는 제목으로 90년대 16mm 필름 기획전을 마련한 덕분에 이뤄졌다. 꽤 오랜 만의 공개다. 지난 2007년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개관 당시 상영돼 큰 호응을 받기도 했고, 2008년에는 DVD로 출시됐다.

워낙 오랜 만에 상영되는 탓인지 영화에 대해 소문으로만 들었던 관객들은 큰 관심을 나타냈다. 제작된 지 24년이 지났지만 당시 사회현실에 대한 영화인들의 고민과 연대의 의지가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일부 관객들은 영화의 여운이 길게 남는 듯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상영이 끝난 후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는 이은 대표와 장동홍 감독이 참석해 영화의 뒷이야기를 전했다.

장동홍 감독은 "1989년 제작된 광주항쟁을 소재로 한 <오! 꿈의 나라> 이후 다음 작품으로 <파업전야>를 기획했고 공동 작업으로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가 만들어졌다"며 제작 동기를  설명했다. 이어 "영화가 촬영된 장소는 인천 부평의 한 공장으로 파업투쟁을 벌이고 있던 노동자들의 도움을 받아 촬영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작비 2천만 원, 천원 팸플릿 팔아 1억 수익"

 '인디포럼 2014'가 마련한 기획전 필름은 잠들지 않는다. 2일 <파업전야> 상영 후 당시 연출과 제작을 맡았던 장동홍 감독과 명필름 이은 대표가 영화에 대해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인디포럼 2014'가 마련한 기획전 필름은 잠들지 않는다. 2일 <파업전야> 상영 후 당시 연출과 제작을 맡았던 장동홍 감독과 명필름 이은 대표가 영화에 대해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인디포럼


당시 <파업전야>의 수익도 일부분 공개됐다. 이은 대표는 "2천만 원 정도의 제작비가 들어갔고, (영화에 대한 소개가 들어가 있는)팸플릿을 1천원에 팔아 1억의 수익을 얻었다"고 밝혔다. 관람료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팸플릿을 판 것인데,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 대부분이 구입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최하 10만 관객이 찾은 것으로, 1만 관객을 흥행기준으로 삼는 지금 독립영화 현실과 비교해 볼 때도 엄청난 기록이다. 이은 대표는 그 수익으로 다음 영화인 <닫힌 교문을 열며>를 만들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장 감독은 "서울대 상영에는 1만 명 정도가 관람했고 거제도에서도 음향 앰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영화를 관람했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에서 정확히 집계할 수 없었지만 10만 그 이상의 관객이 찾았다는 것이다. <파업전야>는 당시 다양한 집회와 모임에서 상영됐는데, 영화계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전체 관객 수를 최대 15만~20만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은 대표는 "당시 제작 역할을 맡게 돼 영화 제작비를 구하러 다녔다"며 "주변 지인들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1인당 3만원~5만원 정도를 모금했다"고 제작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파업전야>를 통해 제작자로서 역할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당시 경찰의 상영 방해를 막기 위해 대학가에서 같은 날 동시 상영하는 방법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경찰 병력이 한 곳으로 집중하면 상영을 지켜내기 어려워, 이를 막아내기 위한 방편으로 병력이 분산될 수 있도록 여러 곳에서 동시상영하게 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파업전야>를 만들었던 문제의식은 현실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이은 대표는 올 가을 개봉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영화 <카트>에 대해서도 일부 언급했다. <카트>는 대형마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과 해고에 맞서는 과정을 담은 영화로 염정아, 문정희, 김강우 등이 출연한다. 1990년 <파업전야>의 문제의식이 현재와 접속하고 있는 셈이다. 

<파업전야>를 관람한 한 관객은 SNS에 올린 감상평을 통해 '노동착취, 노조탄압, 노조를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 비정규직 문제 등 20년이 지난 영화임에도 변화 없이 이어지고 현재진행형이라는 생각에 아..."라고 적었다.

기획전을 마련한 인디포럼 의장 이송희일 감독은 "영상자료원 후원으로 상영하게 됐는데,  오랫동안 상영되지 않아서 생기는 얼룩들과 뭉침들 등으로 <파업전야> 프린트 상태가 좋지 않다"면서 "그동안 아무도 찾지 않았다는 이야기라 마음이 더 짠하다"고 말했다.

한편 인디포럼 2014는 오는 6월 5일까지 롯데시네마 브로드웨이와 같은 건물에 있는 인디플러스에서 계속된다. 

인디포럼 파업전야 이은 장동홍 이송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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