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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경기도지사 선거 예비후보자가 '무상버스'를 공약한 이후 '무상교통'이 지방선거 최대 이슈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전국 최초로 '무상버스'를 운행하는 전남 신안과 전국 최초로 '무상택시'를 운행한 전남 나주를 찾아 '무상교통'의 현재와 미래를 점검하는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편집자말]
'원조 무상버스' 박우량 신안군수(왼쪽)와 '원조 무상택시' 신정훈 전 나주시장이 지난달 28일 전남 신안 신안군청 군수실에서 만나 '무상교통'을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다.
 '원조 무상버스' 박우량 신안군수(왼쪽)와 '원조 무상택시' 신정훈 전 나주시장이 지난달 28일 전남 신안 신안군청 군수실에서 만나 '무상교통'을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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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로 무상버스를 운행하는 박우량 신안군수. 비록 열흘 밖에 달리지 못했지만 전국 최초로 무상택시를 운행한 신정훈 전 나주시장. 무상교통의 원조 격인 두 사람은 '민주당의 텃밭'으로 불리던 전남지역에서 무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한 이력이 있다.

무상교통 원조인 두 사람이 지난 3월 28일 신안군청에서 만나 특별한 대담을 했다. 무상교통을 고민하게 된 배경과 추진과정에서 힘들었던 점, 최근 논란이 되는 경기도 무상버스 공약 등 두 사람의 대담은 한 시간이 넘도록 진행되었다.

두 사람은 "무상교통은 1조 10석의 효과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박우량 군수가 "무상버스에 연간 20억 원을 투자해 100억 원 이상의 경제 효과를 올리고 있다"라고 소개하자 신정훈 전 시장은 "교통은 곧 경제"라면서 "무상버스·무상택시 제도는 오히려 예산이 절감되고 거기서 파생되는 경제 효과가 엄청난 것이 사실"이라고 말을 받았다.

<오마이뉴스>는 이 특별한 대담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첨삭 없이 두 차례에 걸쳐 중계한다.

"읍·면 버스회사 모두 인수하는 데 6년 걸렸다"

- 무상버스와 무상택시를 도입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나.

 전국 최초로 '무상버스'를 시행한 박우량 신안군수.
 전국 최초로 '무상버스'를 시행한 박우량 신안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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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량(이하 박)= 2006년까지만 해도 야간에는 여객선이 다닐 수 없어 1004개 섬으로 이뤄진 신안 사람들은 오후 4시30분이면 배가 끊겨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태반이었다. 통금이 없어진 지 20년이 넘었지만 섬  사람들에겐 사실상 2006년까지 통금이 있었던 것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께 야간에도 여객선 운항을 할 수 있게 해양수산부 고시를 고쳐달라고 요청해서 마침내 야간에도 여객선이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또 있었다. 밤에 여객선을 타고 섬에 들어와도 버스가 다니지 않아 매번 비싼 택시를 타야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버스 회사와 만나 야간 운행을 해달라고 하니 그때까지 주던 보조금의 두 배를 달라고 하더라. 고심 끝에 '버스공영제'를 시행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판단해 버스회사 인수에 들어갔다.

신정훈(이하 신)= 당시 나주 대중교통의 문제는 시민의 생활권이 서로 연결되기 어려웠다는 점에 있었다. 군내버스조차도 '영산포-광주-나주' 식이었다. 대중교통이 시민의 생활권과 경제권을 연결하는 동맥 역할을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엔 순환버스를 만들어 면 소재지 간을 다니게끔 했다. 하지만 오지 마을의 노약자와 같은 교통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의 불편까지 해소해 주진 못하더라.

문제 해결을 위해 우선 버스가 들어가지 못하거나 버스 정류장과의 거리가 0.5km 이상 떨어진 마을을 조사했다. 62개 마을이 이에 해당했는데 이곳에 버스를 다니게 하려니 1년에 8억 정도의 예산이 들더라. 그래서 생각해 낸 게 무상택시인 '마을택시'인데 여기 드는 비용이 약 3억3000만 원이더라. 그래서 마을택시를 시작하게 됐다.

- 무상교통은 지금도 그렇지만 시행 당시에도 파격적인 정책이었다. 제도를 시행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

전국 최초로 '무상택시' 제도를 시행한 신정훈 전 나주시장.
 전국 최초로 '무상택시' 제도를 시행한 신정훈 전 나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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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무상버스를 운영하려고 처음에 버스공영제를 하겠다고 하니 주위 사람들이 '재선하려면 버스회사 사람들 건들지 마라'고 하더라. 각 섬에서 40여 년 동안 버스를 운영했으니 사실상 토호였던 셈이다.

버스 회사 사장에게 인수를 하겠다고 하니 할아버지 때부터 했던 거라 팔 수 없다고 하더라. 한편에선 보조금을 미리 주지 않고 지도 단속 등을 강화하며 압박하고, 또 다른 한 편으론 영업 손실권을 보장해 주고 버스기사를 그대로 채용하고, 전업 시 전업 비용의 일부를 지원해 주기로 약속하며 달랬다.

그렇게 1년 만에 한 버스회사를 최초로 인수했다. 그리고 신안 14개 읍·면의 버스회사를 모두 인수하는 데 6년이 걸렸다. 마지막에 인수한 압해도 버스회사 사장은 회사 넘기는 계약서를 쓰면서 손을 '덜덜덜' 떨더라. 안 그러겠는가. 대를 이어가며 해온 회사인데 감회가 오죽했겠는가.

신= 제도 하나 바꾸는 데 이렇게 시간이 걸린다. 대부분 '박 군수가 전국 최초로 버스공영제를 시행했다'고 쉽게 생각하는데 얼마나 어려웠을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나주 '마을택시'를 준비하는 데는 4년의 시간이 걸렸다.

"버스 덕에 면 소재지 경기 좋아져... 의사들까지 개업"

- 공짜버스, 공짜택시는 결국 지자체의 예산부담만 늘린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전남 신안이 전국 최초로 2007년부터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요금을 받지 않는 '무상버스'를 시행 중인 가운데 28일 한 할머니가 버스에서 내리며 기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전남 신안이 전국 최초로 2007년부터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요금을 받지 않는 '무상버스'를 시행 중인 가운데 28일 한 할머니가 버스에서 내리며 기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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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현재 신안군이 운영하는 버스가 38대로 이를 운영하는 데 1년에 약 20억 원의 예산이 든다. 비슷한 규모의 버스가 운행되는 인근 군은 1년에 약 25억 원을 버스회사 보조금으로 쓴다. 그러면서 손님과 노선은 줄고 적자와 보조금은 늘고 있다. 신안은 더 적은 예산을 들이고도 손님은 계속 느는 데다 100억 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올리고 있다. 

신= 교통은 곧 경제다. 최근 무상교통 논쟁이 벌어지면서 이걸 포퓰리즘, 퍼주기식 행정이라고 하는데 박 군수와 내가 경험한 무상버스, 무상택시 제도를 보면 오히려 예산이 절감되고 거기서 파생되는 경제 효과가 엄청난 것이 사실이다.

돈 3000원이 아까워서 버스를 안 타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의 이동권은 당연히 복지와 연결돼 있고, 행정 서비스를 원활히 하는 것과 연결돼 있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수단과 연결돼 있다.

박= 그렇다. 할머니들이 수입은 없으니 돈 3000원 아끼려고 10리 길을 걷는다. 그런 점에서 무상교통은 곧 복지다. 무상버스를 이용하는 대부분이 교통 약자 아닌가.

신= 현재 신안군이 운행하는 공영버스 기사의 봉급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박= 시간 외 수당까지 하면 한 달에 약 200만 원 수준인데 예비 기사 6명을 포함해 모두 44명이 일하고 있다. 시골에서 그만한 일자리가 없어서 서로 들어오려고 한다.

신= 44명에 연봉 3000만 원이면 지원액 20억 원 중 대부분이 인건비란 말이다. 이 정도 예산으로 44개의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공공자금으로 저소득층을 구제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그 정도는 쓴다. 공공성 있는 대중교통에 예산 쓰는 건 단순한 공짜 버스가 아니다.

박= 신안의 무상버스는 '1조 10석'이다. 먼저 면 소재지 경기가 살아났다. '마을' 단위의 주민들이 면 소재지까지 버스비 들이지 않고 가다 보니 거기서 쇼핑도 하고 이발도 하고 병원도 가고 한다. 면 소재지 활성화는 웬만한 군비 투자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지역 간 교류도 활발해졌다. 전에는 여자들이 친정집을 잘 안 갔다. 이젠 김장을 하거나 고구마 몇 상자가 남으면 버스를 타고 친정이든 시가든 가 나눠주더라. 그리고 무상버스를 시행한 이후로 '1000원 목욕탕'을 만들었는데 할머니들이 버스를 타고 나와 이 목욕탕을 잘 이용하신다. 그러다 보니 건강도 좋아지시고. 또 예전에는 면 소재지에 전천후 경기장을 만들어도 찾아오는 사람이 적었는데 무상버스를 시행한 이후 운동시설을 이용하는 주민이 많아졌다.

면 소재지 경기가 좋아지니 전에는 공중 보건 의사만 있던 섬에 자생적으로 병원이 생길 정도다. 의사·한의사들이 섬에 와 수익성 조사를 해보고 '돈이 되겠다'고 판단을 하니 군에서 직접 유치를 안 해도 알아서 섬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지도의 경우엔 치과를 포함해 3개의 병원이 생겼다. 이러면 공중보건 의사를 더 오지로 보낼 수 있어 많은 이들이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태그:#무상교통, #무상버스, #박우량, #신정훈,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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