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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입맛이 텁텁할 때, 갖은 양념에 식초 한두 방울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 미나리나 달래를 무침을 먹으면 입안이 상큼해 집니다.
 요즘처럼 입맛이 텁텁할 때, 갖은 양념에 식초 한두 방울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 미나리나 달래를 무침을 먹으면 입안이 상큼해 집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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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도 봄을 타는가 봅니다. 혀끝은 노곤해지고 입맛은 텁텁합니다. 며칠간 입맛 타령을 했더니 미나리무침과 달래무침을 반찬으로 준비합니다. 파릇파릇한 나물을 깨끗하게 씻어 적당한 크기로 숭숭 썹니다. 그리고는 갖은 양념 넣고 조물조물 무칩니다. 무칠 때 한두 방울 식초를 넣는 것도 빠트리지 않았습니다. 맛깔나게 무쳐진 봄나물을 한 젓가락씩 맛봤습니다. 새콤한 맛에 아삭거리는 식감이 더해지며 입맛이 상큼해집니다. 

어느 양념보다도 한두 방울 넣은 식초가 최고입니다. 노곤했던 혀끝, 시들했던 입에 침이 고일 만큼 입맛을 돋아줍니다. 식초는 나물을 무칠 때만 넣는 건 아닙니다. 짜장면이나 짬뽕과 함께 배달되는 단무지에도 몇 방울 치고, 군만두를 찍어 먹을 양념간장을 만들 때도 몇 방울 넣습니다. 냉면집 식탁에 당연히 올려져 있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식초가 가득 들어있는 식초 병입니다.

식초는 우리가 먹는 음식을 조리할 때 아주 많이 쓰이는, 어느 집에서나 사용하고 있는 조미료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식초가 먹어도 될 만큼 건강한 식초인지 아니면 몸에 해로운 식초인지까지 꼼꼼하게 따져보는 경우는 드물 거라 생각됩니다. 

시판되고 있는 것이니 당연히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대로 알고, 좋은 식초를 먹으면 약이 되지만, 잘 모르고 나쁜 식초를 먹으면 독에 버금가는 게 식초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한여름 무더운 날 식당 식탁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식초 병을 본 적이 있는가? 모든 미생물의 활동이 왕성하고 음식이 부패하기 쉬운 무더운 환경에서도 일절 변함이 없는 무서운 식초 병. 음식이나 식품은 주변 환경과 조건에 따라 발효되고 부패되는 것이 정상이다. 사람에게 이로운 미생물이 번식하면 발효가 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부패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미생물에 의한 발효와 부패가 없다면 인간을 비롯하여 모든 생명체는 더 이상 살아가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환경에서도 많은 식당의 식초들은 변함이 없다. 몸에 유해한 성분을 함유한 질 낮은 식초가 소량이라도 우리 몸에 들어온다고 생각하면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한상준의 식초독립> 37쪽

우리니라 전통식초 제법 복원기 <한상준의 식초독립>

<한상준의 식초독립>┃지은이 한상준┃펴낸곳 헬스레터┃2014.3.1┃2만 5000원
 <한상준의 식초독립>┃지은이 한상준┃펴낸곳 헬스레터┃2014.3.1┃2만 5000원
ⓒ 헬스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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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준의 식초독립>(지은이 한상준, 펴낸곳 헬스레터)은 현재 우리가 먹고 있을 수도 있는 식초의 실상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해 몸에 이로운 식초, 100년 동안 끊겼던 한국 전통 식초를 직접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복원해 그 제법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식초는 상고시대부터 사용되었으니 그 역사가 1만 년을 거슬러 올라가고, 세계적으로는 그 종류가 4000여 종이나 된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식초는 노벨 생리의학상을 3번이나 차지할 정도로 인류의 건강과 과학사 등에서 중요한 조미료, 인류가 만든 최초의 조미료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전통 식초가 있었지만 일본 강점시대 및 해방 후, 모두가 먹고 살기 힘든 시절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합성식초에 밀려 전통이 끊어진 지 어언 100년이 되었습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식초는 주정을 강제 발효시켜 제조한 주정식초이거나 빙초산이나 초산을 음용수로 희석하여 만든 합성식초, 아니면 자연 그대로의 과일과 곡물을 이용한 천연식초가 대부분입니다.

빙초산은 일본이나 서구에서는 공업용으로만 허가돼 섬유 염색제나 제초제 등에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기에서 중금속만 제거해 식용할 수 있게 허가하고 있다.

빙초산은 16.6℃ 이하에서는 얼음 형태의 고체로 결정이 되어 빙초산으로 불린다. 피부에 닿으면 화상과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인데, 이를 먹는다는 것은 독약을 먹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강산성 석유 정제물을 물로 엷게 희석하고 맛을 내기 위해 합성 향신료 등의 여러 가지 첨가물을 넣어 만든 것이 합성식초이다.
- <한상준의 식초독립> 35쪽

신이 준 선물이라고 할 만큼 제대로 만들어 잘만 먹으면 맛도 제대로 내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게 우리나라 전통초(醋)입니다. 하지만 일본 총독부가 공포한 주세령과 시대적 상황에 밀려 사라지고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는 합성식초를 사용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누구나 쉽게 식초 만들 수 있는 비법

책에서는 식초의 역사와 실상을 소개할 뿐 아니라 저자가 10여 년에 걸쳐 전국을 누비며 희미한 흔적처럼 남아 있는 전통초의 맥을 되찾아 살려낸 제법, 우리나라 전통 식초를 별 어려움 없이 만들 수 있는 제법을 낱낱이 공개하고 있습니다.

나라별 전통 식초도 엄청나지만 우리나라 전통 식초는 더더욱 대단합니다. 오미자식초는 피로 회복에 좋고, 현미식초는 고혈압 예방에 효과적이랍니다. 율무식초는 신경통 예방에 효과적이고 오곡식초는 생활습관병을 예방하고 몸의 면역력을 키워 준다고 하니 식초만으로도 생활 힐링이 충분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만들기 쉽고 간편한 식초가 무엇일까요?'라고 묻는다면 필자는 단연 감식초라 답을 할 것이다. 가을날 잘 익은 감을 따다가 항아리에 넣고 시간만 지나면 스스로 식초가 되는 것이 감식초이다. - <한상준의 식초독립> 90쪽

누룩의 두께는 손가락 두 마디 정도면 충분한데 이때 너무 두꺼우면 건조가 잘 되지 않고, 누룩의 중간 부분이 썩기 쉽다. 결국 누룩의 표면은 수분이 증발되어 마르고 속 부분은 수분이 발산되지 않아 좋은 누룩을 띄울 수 없게 된다. -<한상준의 식초독립> 106쪽

책에서는 식초를 만드는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는 곡물 선정부터 누룩 만들기, 누룩 띄우기, 전통주 빚기는 물론 제대로 된 식초를 가늠하는 데 필요한 관능검사까지를 일괄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만들기 쉽고 간편한 식초는 감식초입니다. 잘 익은 감을 항아리에 넣고 기다리가만 하면 된답니다.
 세상에서 가장 만들기 쉽고 간편한 식초는 감식초입니다. 잘 익은 감을 항아리에 넣고 기다리가만 하면 된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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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룩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 식초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따라 하기만 하면 분명 좋은 식초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갖게 할 만큼 쉬우면서도 자세한 설명입니다.

식초는 모든 곡물과 야채, 과일이 다 가능하다고 합니다. <한상준의 식초독립>에는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식초는 물론 기관지에 좋은 도라지 식초, 중풍예방에 좋은 삼백초, 뼈를 튼튼하게 해주는 초밀란,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초콩, 아토피를 말끔하게 낫게 해주는 식초비누 등을 만드는 방법이 이정표처럼 차곡차곡 설명돼 있어 누구라도 비법 전수자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 당장,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식초가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초인지 아니면 건강을 해치는 식초인지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맘때쯤이면 노곤해지는 혀, 텁텁해진 입맛 정도는 건강하면서도 새콤한 신맛을 보장해 줄 우리나라 전통 식초를 만들어 보는 데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텁텁했던 입맛은 되살아나고, 찌뿌듯했던 몸은 가뿐해지는 상큼한 봄날을 <한상준의 식초독립>에서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덧붙이는 글 | <한상준의 식초독립>┃지은이 한상준┃펴낸곳 헬스레터┃2014.3.1┃2만 5000원



한상준의 식초독립 - 100년 끊긴 한국 전통 곡물식초 복원기

한상준 지음, 헬스레터(2014)


태그:#한상준의 식초독립, #한상준, #헬스레터, #누룩, #식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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