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방영한 KBS <불후의 명곡2-전설을 노래하다-유재하 특집> 한 장면

지난 20일 방영한 KBS <불후의 명곡2-전설을 노래하다-유재하 특집> 한 장면 ⓒ KBS


20일 방송된 <불후의 명곡>에서 5승을 거둔 문명진이 노래를 마친 하동균과 악수를 나눴다. 그리고 이어진 인터뷰에서 문명진은 자신이 오랜 무명 끝에 출연한 <불후의 명곡>을 통해 세상에 나왔듯이 하동균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화면엔 '10년의 무명 문명진, 그리고 6년의 칩거 하동균'이라는 자막이 흘렀다.

<불후의 명곡>엔 늘 대세가 있다. 그 대세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정의를 내리는 '대세'와는 다르다. 흔히 '대세'라고 하면, 거대 기획사에서 인위적으로 만든 기획에 따라 만들어지고 알뜰하게(?) 밀어주는 아이돌이나, 단박에 주인공을 꿰찬 신인 배우일 대가 많다. 하지만 <불후의 명곡>에서 발견하는 대세는 그런 기성품이 아니다.

되살펴 보면 <불후의 명곡>을 통해 대세로 등극한 것은 '알리'였다. 그토록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노래를 잘 한다는 칭찬을 들었지만 세상이 외면했던 알리를 '대세'로 만들어 준 것은 <불후의 명곡>이었다. 알리 이후로로 <불후의 명곡>의 대세는 여럿 등장했다. 이미 <슈퍼스타K>를 통해 인정받았지만 공중파의 높은 장벽을 넘지 못했던 허각과 울랄라세션도 그 '대세'다. 뮤지컬 가수 임태경도 광고에 출연할 정도로 인지도를 넓혔다.

100회를 넘어서며 안정기에 들어서 자신감을 얻은  <불후의 명곡>은 지금까지 묻혀진 여러 가수들을 발굴했고, 숨겨진 다양한 장르의 재주꾼을 섭외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20일 방송된 <불후의 명곡>은 상징적이다.

문명진을 소개한 것은 MC 신동엽이었다. 나이 오십이 넘은 아줌마를 처음으로 가수의 팬카페에 가입하게 만든 요즘 대세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그 말에 대기실의 모든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 문명진을 바라봤다. 이런 '대세'를 증명이라도 하듯 파죽의 5연승을 거뒀다. 평상복 차림으로 외롭게 무대에 올라 그간의 설음을 토해내듯 노래를 불렀던 문명진. 그리고 그 짧은 시간 동안 문명진, 그가 나오는 것만으로 사람들의 얼굴이 밝아지고 환호가 이어지는 가수로 자리매김했다. 이제 지나가는 사람들이 알아보는 문명진이 됐다. 이제 문명진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하동균에게 자신처럼 세상에 나오라는 덕담을 해줄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선 것이다. 이것은 문명진이라는 가수의 저력이요, 그 저력을 알아보고 띄워준 <불후의 명곡>의 힘이다.

지난 20일 방송의 대미는 그런 '대세 문명진'을 이기고 하동균이 2승을 거둔 대목이다. 문명진의 바람처럼 하동균이 그의 뒤를 이은 것이다. 여전히 집 밖에는 웬만하면 나오지 않는다는 하동균. 한 때 가장 촉망받는 그룹의 일원이었으나 음악 동료의 죽음으로 날개가 꺾여버렸다는 하동균. 말수도 적고 세상 물정에 어두운 그를 대세로 만들기 위해 <불후의 명곡> 대기실은 분주했다. 하동균의 모창을 하동균에게 시키는 해프닝이 벌어지는가 하면 매번 모든 질문의 향방이 하동균을 향했다. 세상과 담쌓은 그의 칩거를 순수함과 고독함의 표상으로 이미지메이킹했다.

그리고 하동균은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문명진의 짙은 소울과는 조금 다른, 짙눌려 있지만 그 벽을 뚫고 나와 호소하는 그만의 절창으로 새로운 대세를 알렸다.

 지난 20일 방영한 KBS <불후의 명곡2-전설을 노래하다-유재하 특집> 한 장면

지난 20일 방영한 KBS <불후의 명곡2-전설을 노래하다-유재하 특집> 한 장면 ⓒ KBS


20일 방송의 큰 줄기는 문명진이 내민 손을 잡은 하동균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대세의 탄생이긴 하나, 꼭 그런 '대세론'이 아니더라도 눈여겨봐야할 지점이 많다. 한때 <나가수>의 음악감독인정지찬과 유재하 음악경연 대회 수상자인 박원과 함께 만든 그룹 '원모어 찬스'의 출연도 눈길을 끌었다.

이제는 사라진 상대 방송국 음악 서바이벌 출전자들이 경연 대상자가 되어 한 무대에 서는 것도 눈길을 끌었지만, 무엇보다 유재하를 기념하는 자리에 유재하를 추모하기 위해 만든 음악 경연대회 수상자들이 함께 나왔다는 것도 상징적이다. 10여 회를 훌쩍 넘긴 유재하 경연대회의 수상자들이 조금 더 많이 출연했다는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다. 롤러코스터의 일워으로 전설적인 언더그라운드 여자 가수로 이름을 나렸던 조원선의 등장도 눈길을 끈다. 사연있는 하동균처럼 6년 동안 칩거를 한 것은 아니지만 조원선 역시 오랫만에 무대에 올랐다. 파격적인 탱고 리듬으로 편곡한 '우울한 편지'를 자신만으로 매력으로 힘차게 열창했다. 1승이라는 성과를 이야기할 필요없이 일반 대중에겐 낯선 실력자들의 귀환은 반갑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여전히 누군가의 노래를 통해서만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포맷을 지닌 <불후의 명곡>의 특성도 그러하거니와 또 여전히 <나가수> 식의 내지르고 통곡해야만 판정단의 눈에 띄는 것처럼 보이는 편곡의 딜레마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엔 그 어떤 새로운 가수가 등장해 보석처럼 빛을 낼까 하면서 <불후의 명곡>을 기대하는 마음이 덜 해지지는 않지만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불후의 명곡 하동균 문명진 조원선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