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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시즌2>의 쟁쟁한 실력자들 사이에서도 볼수록 매력을 더하는 팀이 있다. 오빠인 이찬혁과 여동생 이수현으로 이루어진 '악동뮤지션'이 바로 그 주인공. 뛰어난 음악성 못지않게 재기발랄함 넘치는 가사와 곡이 사람들에게 크게 어필한 탓이다.

악동뮤지션은 자신들의 독특한 작업방식을 인터뷰에서 밝혔다. 캐스팅 오디션 파이널에서 '못나니'라는 자작곡을 선보인 뒤 양현석이 극찬을 아끼지 않자, 찬혁군은 "2012년 2월, 40분 만에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덧붙여 수현양은 "오빠는 빨리 해놓고 들려준다. 잘 까먹는다. 듣고 내가 기억한다. 나중에 음, 뭐냐고 하면 알려준다."

'K팝 스타 시즌2' 결승에서 악동뮤지션이 방예담을 꺾고 우승. 악동뮤지션은 심사위원 점수와 문자투표 합산 결과에서 방예담 보다 높은 점수를 얻어 최종 우승했다.
▲ 악동뮤지션 우승 'K팝 스타 시즌2' 결승에서 악동뮤지션이 방예담을 꺾고 우승. 악동뮤지션은 심사위원 점수와 문자투표 합산 결과에서 방예담 보다 높은 점수를 얻어 최종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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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순간적인 영감을 받아 곡을 작곡하지만,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반면 동생은 그만한 작곡 능력은 없지만, 리듬과 음정을 모두 머릿속에 저장했다가 풀어놓을 수 있다. 뇌의 기능학적인 면에서 굉장히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좌뇌와 우뇌, 어떻게 다를까

우리 몸의 모든 부분을 통제하는 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좌반구 우반구 양측으로 수많은 업무들을 분담시켜놓은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뇌가 제대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전체로서 통합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특정한 역할에 더 적합한 쪽이 있다.

논리적, 수학적, 분석적인 특성을 지니는 좌뇌는 수학적인 연산, 암기, 반복적이고 동일한 일을 좋아한다. 반면 직관적, 통합적, 추론적인 우뇌는 감성적인 영역에 관여하며, 문맥의 이해, 새롭고 신기한 일을 좋아한다. 흔히들 미술, 음악과 같은 예술 관련 작업은 '감성'의 뇌인 '우뇌'의 담당이라고 하지만, 그 쪽 세계에서도 좌우 뇌 경향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음악을 연주하거나 세밀하게 붓을 놀리는 행위는 이미 창조되어진 패턴을 따라가는 경향이 크다. 악기 연주를 배운다고 하면 주어진 악보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며, 정물화나 초상화의 경우도 눈 앞의 대상을 그대로 모사하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작업은 세밀하고 논리적이며 반복적이기에 좌뇌의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현실에 없는 소재를 찾아내는 추상화나 자작곡을 만든다고 한다면 이는 새롭고 독창적인 행위를 추구하는 우뇌의 일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악동뮤지션의 오빠는 우뇌적인 경향이 강하고, 여동생은 좌뇌 경향이 강하다고 추측할 수 있겠다. 기회가 된다면 이들에게 뇌기능검사를 권하고 싶다.

문학 작품 속에서도 이와 같이 좌우 뇌 경향을 가진 인물들을 찾아볼 수 있다. 헤르만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에서는 정반대 경향을 가진 두 인물이 나온다. 엄격한 지성의 소유자 '나르치스'와 자유롭고 생동감 넘치는 '골드문트'. 둘은 첫 만남부터 상대의 비범함을 알아본다. 나르치스의 고매한 이성에 매료된 골드문트는 견실하게 수도사의 길을 걸어가리라 다짐해보지만 타고난 본성을 거스르지 못하고 결국 세상 속으로 방랑의 길을 떠난다.

헤르만 헤세의 작품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이성과 감성의 정반합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헤르만 헤세의 작품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이성과 감성의 정반합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 최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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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유명한 두 예술가에게도 그러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르네상스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당대의 화가 라파엘로 산치오(Raffaello Sanzio)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Michelangelo di Lodovico Buonarroti). 1508년 교황 율리오 2세의 명을 받고 공식화가가 된 라파엘로는 당시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 '천지창조'를 그리던 미켈란젤로와 마주치게 된다.

특유의 장인 정신으로 천장 밑 작업대에 누워 4년 동안 붓질만 하던 미켈란젤로는 성격이 거칠뿐더러 사람들을 질투하고 의심해서 아무도 가까이하려 하지 않았다. 3달에 한 번씩 조수를 교체할 정도였다. 반면 라파엘로는 지극히 예의 바르고, 매력적이며, 늘 쾌활했고 모두가 그를 좋아했다. 곁에 있던 여러 명의 조수들은 그를 신처럼 떠받들어 모셨다.

둘 모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최고의 화가지만, 성향은 정말 달랐다. 잠시라도 사랑하는 여인이 곁에 없으면 평온한 상태에서 일할 수 없었던 라파엘로가 시력 감퇴와 목 디스크의 위험성을 감수하면서 천장 벽화를 그릴 리 없었고, 작업 상태를 점검하려는 교황의 방문조차 시간을 뺏는다며 싫어했던 미켈란젤로가 여자를 끼고 작업을 할 리 없었다.

창조적인 예술가였다는 점에서 둘 모두 우뇌 성향이 강했겠지만, 대인관계나 사회성 면에서 분류를 하자면 좌우뇌로 분류해 볼 수 있겠다. 우뇌는 상대방의 감정을 읽고 분위기를 파악하여 대인관계를 원만하게 해 주는 역할을 한다. 라파엘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뇌적인 면이 약했던 미켈란젤로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무뚝뚝했으며 격식을 차리지 않았다. 그림에도 그러한 성향이 반영되어 그가 그린 여인들은 가슴 달린 운동선수를 연상시켰지만, 라파엘로가 그린 여인들은 아름다운 곡선과 풍만한 육체를 자랑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모두 아우르는 관용 아닐까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Michelangelo Buonarroti)가 로마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 그린 천장벽화.
▲ 천지창조 중 '아담의 창조'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Michelangelo Buonarroti)가 로마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 그린 천장벽화.
ⓒ 최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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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좌뇌와 우뇌의 역할이 다르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느 한 쪽이 아니라 양 쪽 모두를 아우르는 일이다. 뇌의 한쪽이 다른 쪽에 비해 기능이 떨어진다면 좌우 뇌는 입력된 정보를 제대로 비교, 공유하지 못하게 되고 그 결과 세상에 대한 이해와 반응이 비정상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마치 한의학의 '음양'처럼 한쪽이 더 우월한 게 아니라 양쪽 모두 서로에게 필수불가결한 존재인 것이다.

서로의 특성을 하나로 잘 버무린 악동뮤지션은 마침내 일을 내고야 말았다. 4월 7일 방송된 SBS <일요일이 좋다-K팝스타2> 결승 무대에서 573점을 받으며 570점을 받은 방예담을 누르고 총점에서 앞선 뒤, 이후 문자투표에서 'K팝스타2' 최종 우승자로 호명됐다. 남매의 찰떡궁합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타고난 외모와 감성으로 무수한 여자들을 만나던 골드문트는 세도가의 여인을 건드렸다가 감옥에 갇히지만 나르치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다. 수도원으로 돌아온 그는 모든 역량을 발휘해 수도원의 고결함에 어울리는 걸작품을 완성시킨다. 작품을 본 나르치스는 지성으로 재단한 세상 외에도 상상 속에 형태를 가지고 살아있는 이데아가 있음을 깨닫고 골드문트가 보낸 방랑의 세월을 인정한다.

미켈란젤로와 반목했던 라파엘로는 그가 그리던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벽화를 보고 영감을 얻어 자신이 그리던 거대한 벽화 '아테네 학당' 속 등장인물들에게 더 많은 활력과 장엄함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못하는 것은 감추고 잘하는 것만 어떻게든 내보이려는 세상. 이런 급격한 세태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모두를 포용하고 아우르는 관용이 아닐까?


태그:#악동뮤지션, #좌우뇌 불균형, #음양, #방예담, #미켈란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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