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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정거장'은 작품 제작 설치비가 1억8천만 원인데 안양시는 1억 원을 들여 보수를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애초에는 보수가 불가능해 1천만 원을 들여 철거를 하겠다는 게 안양시의 주장이었다.
 '오징어 정거장'은 작품 제작 설치비가 1억8천만 원인데 안양시는 1억 원을 들여 보수를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애초에는 보수가 불가능해 1천만 원을 들여 철거를 하겠다는 게 안양시의 주장이었다.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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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가 40억의 예산이 소요되는 APAP(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를 추진하려고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사실상 여론을 조작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안양시는 'APAP발전 방안 모색을 위한 시민 토론회'를 열면서 찬성하는 토론자만 참석시켜 빈축을 사고 있다.

안양시는 지난 1월 11일부터 20일까지 10일 동안 'APAP'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안양시는 "안양시민 700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면접 및 가구 방문 방법으로 조사한 결과 시민 10명 중 8명이 APAP를 알고 있으며 응답자의 84.9%가 (APAP를) 지속할 필요성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설문조사는 전문기관에 의뢰한 것이 아니라 안양시 홍보실에서 직원을 채용해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양시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런 사실은 숨겼다.

설문조사 문항도 APAP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파악하기에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그동안 투입된 예산이나 문제점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고 '안양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에 대해 알고 있나? 어느 정도 만족하나?' 등의 문항만으로 작성, 시민들이 알아야 할 사전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안양시는 이 조사 결과를 보도자료로 만들어 "안양 시민 대다수가 APAP를 알고 있으며 찬성하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안양시가 지난 3월 4일 배포한 관련 보도자료는 "안양시민 10명중 8명 이상은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가 계속 개최되길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돼, APAP를 선호하고 있음이 확인됐다"로 시작된다.

안양시는 APAP 예산을 편성하면서 이 여론조사를 이용해 시민 대다수가 APAP 추진을 원하고 있다면서 여론을 왜곡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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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AP 찬성하는 발제자와 토론자만 참석한 토론회

또한 안양시는 지난 1월 24일, APAP를 주제로 'APAP발전 방안 모색을 위한 시민 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회에는 APAP 사업을 찬성하는 발제자와 토론자만 참석, APAP를 일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안양시의 꼼수였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APAP 사업은 그동안 안양시 문화예술과에서 담당했지만 지난 2012년부터 안양문화예술재단에서 담당하고 있다.

안양시는 지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3차에 걸쳐 APAP(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그동안 191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됐다. 하지만 안양유원지에 설치된 많은 작품들은 현재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할뿐더러 흉물로 전락,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이 예술작품들을 보수·철거하기 위한 비용으로 9억2000만 원의 예산이 소요될 예정이다.

지난 2005년 설치한 제1차 APAP 작품 총 97점 중 영구 보존 작품은 52점이고 그중 보존 상태가 비교적 양호해 손대지 않고 존치 시킬 수 있는 작품은 불과 13점밖에 되지 않는다. 보수해야 할 작품이 31점이고, 7점은 보수도 할 수 없어 철거해야 한다. 또한 1점은 이전 예정으로 있다.

철거·보수비도 만만치 않다. 24억 원을 들여 제작한 '선으로 된 나무위의 집'(일명 웜홀·작가 비토아콘치)을 보수하는 데 무려 5억 원이 들어간다. 1억8000만 원을 들여 설치한 '오징어 정거장'(작가 엘라스티코)은 1억 원을 들여 보수할 예정이다. 특히 오징어 정거장은 애초에는 보수가 불가능해 1천만 원을 들여 철거할 예정이었으나 안양시는 상징성이 있다면서 1억 원을 들여 보수를 하겠다고 방침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에 설치한 작품 중에서도 철거해야 할 작품이 다섯 점, 보수해야 할 작품은 11점이나 된다. 존치 할 수 있는 작품은 불과 12점뿐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안양시는 올해, 40억의 예산을 편성해 APAP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예산 심의 당시 안양시의회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 예산 20억을 삭감한 바 있다. 하지만 안양시는 추경예산에 17억8000만 원을 다시 편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APAP와 관련, 안양시의회에서는 김선화 의원이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김 의원은 그동안 안양시의회에서 시정질문이나 의정활동을 통해서 APAP 사업 추진을 반대하면서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

이런 김 의원에 대해 일부 안양시공무원과 사업주체인 안양문화재단 관계자는 '예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식하게 반대한다"며 노골적으로 김 의원을 비난해왔다. 이런 비난에도 김 의원은 꿋꿋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혀왔다.

"APAP 사업에 들어갔고 또 들어가려는 막대한 예산이 자기 돈이라면 이렇게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내 돈이라면 사업의 타당성이 있는지, 낭비하는 건 아닌지, 문제는 없는지 꼼꼼히 따져볼 텐데, 현재 안양시는 이런 검토 없이 막무가내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시민들이 안다면 가만히 있겠나?"

김선화 의원의 말이다. 김 의원은 지난 3월 29일에 열린 제 196회 안양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APAP와 관련해 날선 시정 질문을 던졌다. 김 의원이 특히 문제를 삼은 것은 찬성 일색의 시민토론회였다.

김선화 의원은 "(APAP) 예산이 절반이나 삭감된 상황(40억에서 20억으로)에서 하는 토론회라면 당연히 APAP의 필요성에 대한 찬반 토론회가 열렸어야 했는데, 발제자나 토론자 모두 찬성 일색이었다"며 토론회 자체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토론회에서 공무원 노조관계자와 내가 APAP의 문제점 등을 언급하면서 APAP 사업 추진을 하지 말아야한다고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토론회가 끝난 뒤 작성된 평가보고서에는 참석자 모두가 긍정적이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안양시의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김 의원은 "조사 항목이나 설명에 여러분의 세금이 그렇게 많이 들어갔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계속 많이 들어갈 것이라는 사실을 밝혔다면 아마도 그런 여론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양시의 여론조사와 토론회와 관련, 노재천 안양문화재단 상임대표는 "여론조사의 목적이 APAP 홍보를 하는 것에 있었다"고 답변했다.

"여론조사의 목적이 APAP 홍보에 있었다"

3천만원을 들여 보수해야 할 '1평타워'. 작품 제작 설치비는 1억4600만원.
 3천만원을 들여 보수해야 할 '1평타워'. 작품 제작 설치비는 1억4600만원.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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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일, 노 대표는 "안양시에서 한 설문조사는 APAP 핵심 사항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홍보에 목적이 있었고 시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기 위한 인지도 측정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토론회와 관련해서도 노 대표는 "(APAP 사업을) 할 거냐 말 거냐 하는 자리가 아니라 그동안의 문제점을 고쳐서 해보자는 취지로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회와 관련해서는 지난 3월 29일, 김선화 의원의 시정질문 답변에 나선 정재학 안양시 문화예술국장도 찬성 일변도의 토론회였다고 시인한 바 있다.

김주석 안양시의원 역시 "토론회는 형식적이었고 자기들만의 잔치였으며, 여론조사 역시 공정하지 못했다"며 "지역구 주민들에게 APAP를 아느냐고 물으면 모른다는 대답이 대부분이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새누리당 소속 한 의원은 "APAP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토론회가 일방적으로 진행되었던 것은 문제였다"며 "여론조사 역시 안양시에서 직접 했다면 (찬성을) 유도하는 질문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5억원을 들여 보수해야 할 '선으로 된 나무위의 집'. 작품 제작 설치비는 24억원. 김선화 안양시의원이 작품을 가리키고 있다.
 5억원을 들여 보수해야 할 '선으로 된 나무위의 집'. 작품 제작 설치비는 24억원. 김선화 안양시의원이 작품을 가리키고 있다.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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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주 안양시의원은 토론회와 관련해 "(APAP를) 하자, 말자 하는 식의 토론회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APAP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가 관심사였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송 의원은 여론조사에 대해서는 "보도자료를 보고 어떻게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APAP를 안다고 했을까 의문스러웠다"며 "이런 식으로 여론을 몰아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번 취재 결과 안양시의회 의원들 대부분은 안양시가 직접 여론조사를 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안양시는 시의원들에게조차 여론조사나 토론회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을 하지 않은 채 APAP 관련 예산을 승인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안양시의 이와 같은 행태에 대해 송성영 안양시민단체연석회의 공동대표 역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 대표는 "형식적인 토론회를 한 것 같다, 한마디로 준비 부족이었다, 이런 식으로 추진하면 위험하다. 급하게 가는 것 같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여론조사에 대해서는 "충분한 정보를 주고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여론을 호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안양시가 밀어붙이고 있는 APAP는 안양시의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례로 남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금까지 191억의 예산을 낭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양시는 올해 40억에 가까운 예산을 쏟아 부을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안양시는 대체 왜 이런 낭비성 사업을 여론을 조작·왜곡하면서까지 밀어붙이고 있는 것인지, 속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한 채 관계자는 변명만을 늘어놓기에 급급한 것이 현 상황이다.


태그:#안양시, #안양문화재단, #김선화, #노재천,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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