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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등 18개 외청장 인사를 마무리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아 차관이 인선 되지 않은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를 제외하면 사실상 새 정부의 모든 인사가 마무리된 셈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단행한 인사를 두고 곳곳에서 잡음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권력기관장 임기 보장은 백지화 됐고, 대탕평 인사를 하겠다는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또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과 야당 시절 강하게 비판했던 '코드 인사'와 '낙하산 식 보은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이라고 평가 받는 원칙과 신뢰를 스스로 허무는 인사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코드 인사에 오기 인사까지... 현오석·김병관 강행 태세

청와대는 15일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경찰청장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검찰총장에 내정된 채동욱 서울고검장, 국세청장에 내정된 김덕중 국세청 중부지방국세청장, 경찰청장에 내정된 이성한 부산지방경찰청장.
▲ 청와대 검찰총장 등 내정 청와대는 15일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경찰청장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검찰총장에 내정된 채동욱 서울고검장, 국세청장에 내정된 김덕중 국세청 중부지방국세청장, 경찰청장에 내정된 이성한 부산지방경찰청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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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출신들이 대거 내각과 청와대 요직에 포진하면서 '능력과 자질과 무관한 코드 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14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한 최문기 한국과학기술원 경영과학과 교수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한 한만수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모두 미래연구원 출신이다.

이날까지 발표된 인사에서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등 외청장을 빼고 부처 장관(급) 21명 중 미래연구원 출신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 류길재 통일부 장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등 5명이나 된다. 청와대에는 곽상도 민정수석, 최성재 고용복지수석, 김재춘 교육비서관, 정영순 여성가족비서관, 홍용표 통일비서관 등이 미래연구원 출신이다.

물론 새 정부가 약속한 대선 공약을 만드는데 참여해 국정철학과 비전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사들이 정부에 참여하는 게 효과적인 국정운영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도 있지만 자질과 능력을 도외시한 인사라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된 한만수 후보자가 대표적이다. 한 후보자는 1980년 사법시험 합격 후 대형 법무법인에 소속돼 대기업 관련 소송을 맡아 왔음에도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감시해야할 부처의 수장으로 내정됐다.

특히 한 후보자는 국내 대표적인 법무법인 '김앤장' 소속 변호사로 재직하면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편법증여 관련 소송 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 변호를 맡기도 했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기업 관련 소송에서 기업의 편을 들어온 한 후보자가 공정위의 핵심 업무인 기업조사에서 공정성을 지키고 인적 로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전직 고위 관료들이 대형 로펌에 스카웃 돼 전관예우를 받고 다시 정부 고위직으로 복귀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아 왔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기용한 인사들을 보면 내부 승진의 경우라도 조직 아래로부터의 신망과 능력 보다는 충성심이 인선 기준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며 "결국 안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장관들이 대통령만 쳐다보며 충성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기 인사도 문제다. 청와대는 여야를 막론하고 자질과 능력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두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마쳤지만 청문 과정에서 드러난 도덕성과 자질 부족 때문에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됐다.

청와대는 두 후보자의 임명 여부에 대해 "좀 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사실상 임명 시점 저울질만 남겨두고 있어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탕평 약속도 후퇴... 내각에 호남 출신은 진영 복지부 장관이 유일

탕평 약속도 후퇴했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호남 총리론'이 거론될 정도로 '인사 대탕평'을 약속했지만 4대 권력기관장 인선에서는 호남 출신은 한 명도 발탁되지 못했다. 남재준 국정원장 내정자와 채동욱 검찰총장 내정자, 이성한 경찰청장 내정자 모두 서울 출신이고 김덕중 국세청장은 대전 출신이다.

물론 대구·경북 등 영남 출신도 제외됐지만 새 정부 초대 장관에 호남 출신은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전북 고창)과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전남 완도), 단 두 명이라는 점에서 4대 권력기관장 인선에서 호남 배려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막판까지 검찰총장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였던 소병철(전남) 대구고검장은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윤창중 대변인은 이날 인선 결과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역 안배 고려 여부를 묻는 질문에 "채 내정자의 인선 배경의 하나로 지역을 고려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 채 내정자는 서울 출생으로 돼 있지만 아버지가 5대 종손이고 선산이 전북 군산시 옥구군 임실면에 있다. 매년 선산을 다니면서 그 지역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청와대의 호남 배려론은 궁색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권력기관장 임기보장 공약 백지화, 스스로 깨버린 원칙

법적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경찰청장을 교체하면서 공약 파기 논란도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임기가 내년 5월까지인 김기용 서울청장을 경질하고 후임으로 이성한 부산경찰청장을 내정했다. 당초 박 대통령이 임기 보장을 대선 공약으로 내건 만큼 유임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무색할 만큼 예상치 못한 조치였다.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10월 "경찰이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경찰청장 임기 2년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임기 초 경찰에 대한 정권의 장악력을 높이고 조직 문화를 쇄신하겠다는 뜻에 따라 공약을 백지화하면서 박 대통령이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운 원칙과 신뢰를 스스로 허물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청와대는 임기 보장 약속을 뒤집은 이유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새롭게 임명하는 것인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윤창중 대변인)고만 했을 뿐 설득력 있는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특히 청와대는 임기가 2년 남은 양건 감사원장에 대해서도 교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김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임기가 1년 넘게 남아있는 경찰청장을 교체한 것은 약속 위반"이라며 "박 대통령이 강조해 왔던 소신과 원칙, 국민과의 약속은 단지 대통령이 되기 위한 수단이었느냐"고 비판했다.

전문성 중요하다더니... 예술의전당 사장에 '육영수 뮤지컬' 공연장 사장 내정

새 정부의 첫 공공기관장 인사는 대선 공신에 대한 '보은·코드 인사'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14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예술의전당 신임 사장에 임명한 고학찬 윤당아트홀 사장이 논란의 장본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임명 배경에 대해 "공연장 운영자로서 전문성을 인정 받았다"고 했지만 문화계에서는 윤당아트홀이라는 이름 조차 들어본 적이 없다며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고 사장이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이 미래연구원 출신인데다 현재 윤당아트홀에서는 박 대통령의 모친인 고 육영수씨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이 공연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전문성과는 상관 없는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해 12월 이명박 정부 말기 이뤄진 공기업 인사에 대해 "최근에 공기업, 공공기관 이런 데에 전문성 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선임해서 보낸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고 있다. 국민들께도 큰 부담이 되는 것이고, 다음 정부에도 부담이 되는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어 자신이 세운 원칙을 스스로 허물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태그:#박근혜, #인사,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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