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방영한 KBS <2012 KBS 연예대상>에서 쇼·버라이어티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승우

지난 22일 방영한 KBS <2012 KBS 연예대상>에서 쇼·버라이어티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승우 ⓒ KBS


지난 22일 열린 KBS <2012 KBS 연예대상>을 몇 가지 키워드로 보자면, <개그콘서트>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강세 속 배우들의 돌풍으로 볼 수 있다. 쇼·버라이어티 부문은 여자 최우수상 이영자, 남자 우수상 컬투를 제외하고, 배우와 가수들이 상을 대거 받아 눈길을 끌었다.

KBS <연예대상> 외에도 앞으로 진행될 MBC <연예대상>과 SBS <연예대상> 또한 배우와 가수들의 약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올 한해 절반 이상을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파업으로 보냈기에, 오랜 세월 마니아층을 형성해온 <무한도전>과 <황금어장-라디오스타> 외에 특별히 눈에 띄는 프로그램이 없는 MBC같은 경우에는, 아이돌인 엠블랙 이준과 제국의 아이들 황광희 그리고 데프콘 등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런닝맨> <정글의 법칙> <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로 일요 예능 독주체제를 굳건히 한 SBS 예능 돌풍 주역에는 유명 가수와 배우들이 있었다. 또한 신동엽과 함께 <강심장>을 이끄는 이동욱과 <힐링캠프>의 한혜진도 올 SBS <연예대상>에서 주목해야할 배우 겸 예능인이다.

그들은 왜 예능 프로그램에 도전하나

과거 희극인의 영역으로만 인식되었던 예능 프로그램에 배우와 가수들이 전면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리얼 버라이어티가 각광을 받던 2000년대 후반부터 볼 수 있다. 그 이전에도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 <서바이벌 동고동락>, SBS <일요일이 좋다-X맨> 등의 예능에서 배우와 가수들의 종종 출연해왔지만, 이들이 MC로 전면에 나서는 일은 드물었다.

그러나 MBC <무한도전>, KBS <1박2일> <남자의 자격>, SBS <패밀 리가 떴다> <런닝맨> 등 리얼 버라이어티가 활성화 되면서 개그맨들뿐만 아니라 기존 예능과 거리가 멀어보였던 배우와 가수들의 고정 출연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또한 예능 트렌드가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Mnet<슈퍼스타K>시리즈, MBC <일밤-나는 가수다> <위대한 탄생>, KBS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SBS < K팝스타 > 등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옮겨가면서 가수들이 희극인들을 제치고 예능 중심을 차지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가수, 배우들의 예능 출연이 봇물을 이루는 이유로 과거와는 달리 연예계에 있어서 예능이 차지하는 위상이 현격히 높아진 것을 들 수 있다. 또한 인기 예능에 출연,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면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고 인기가 상승한다는 점은 이들이 예능 도전을 하게하는 원동력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토크쇼에 단발성으로 출연해 숨겨진 입담을 뽐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종 버라이어티에 고정으로 출연하길 원하는 배우들도 적지 않다. <1박2일>에 출연해 개념 청년으로 큰 사랑을 받은 이승기와 <런닝맨>을 통해 털털한 이미지로 입지를 굳힌 송지효는 좋은 예로 볼 수 있다.

이승기와 송지효 외에도, <1박2일>의 김승우·차태현·엄태웅·김종민·성시경·주원, <남자의 자격> 주상욱, <런닝맨> 이광수·김종국 등이 바쁜 스케줄 와중에도 예능 출연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배우, 가수 겸 예능인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KBS <연예대상>은 <1박2일> 외에도 <승승장구>를 꾸준히 진행해온 김승우에게 최우수상을, 주상욱과 주원에게 예능 신인상을 수여했다. 현재 KBS 시트콤 <닥치고 패밀리>에 출연하는 황신혜는 시트콤·버라이어티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KBS <연예대상>에서 개그 부문을 제외하고 상을 석권한 이들의 약진은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세다. 오직 희극인 출신으로만 MC진이 채워진 주요 예능 프로그램(정통 코미디 프로그램 제외)이 KBS <해피투게더3>와 <안녕하세요> 밖에 없는 현실에서 배우, 가수들이 개그맨들을 제치고 연예대상이 주역이 되는 것은 더 이상 놀랄 일도 아니다.

 지난 22일 방영한 KBS <2012 KBS 연예대상>에서 쇼·버라이어티 부문 공동 신인상을 수상한 주상욱

지난 22일 방영한 KBS <2012 KBS 연예대상>에서 쇼·버라이어티 부문 공동 신인상을 수상한 주상욱 ⓒ KBS


경계의 해체, 탈장르화를 지향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개그맨, 가수, 배우로 출신 성분을 구분 짓는 것도 한편으론 모호하다. 개그맨 공채로 연예계를 입문했든, 과거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였든, 지금 예능에 출연하는 이 순간 대중들의 웃음보를 제대로 터트리기만 하면 그것으로 족하는 게 오늘날 예능의 현실이다.

개가수(개그맨+가수 혼합어)가 등장하고 연예계 전 영역에 걸쳐 사랑받는 엔터테이너가 각광받는 시대. 앞으로 있을 연예대상에서 배우, 가수들의 돌풍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그나마 KBS는 <개그콘서트>의 흥행 덕분에 개그맨들이 연예대상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화제성 있는 개그 프로그램이 보이지 않는 MBC와 SBS에서는 배우, 가수가 연예대상의 중심이 되는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다.

예능인을 위한 잔치에 정작 각 방송사 공채 개그맨들은 뒷전인 연예대상. 다가오는 2013년부터는 배우와 가수들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약으로 사랑받은 개그맨들이 KBS처럼 연예대상의 주역이 되는 시절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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