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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친구사이?>에서 연인으로 나온 석이(이제훈 분)와 민수(연우진 분)
 영화 <친구사이?>에서 연인으로 나온 석이(이제훈 분)와 민수(연우진 분)
ⓒ 인디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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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사이트 오픈 사전에 등록되어 있는 초식남에 대한 설명은 '잘생긴 꽃미남의 의미라기 보단 온순한 성격에 부드러운 이미지를 뜻함. 여성스러운 취미를 갖거나 감수성이 풍부하며 꼼꼼하고 섬세한 요리나 패션과 쇼핑에 관심이 많은 남자'로 이어진다. 추가 설명을 보면 '남성다움(육식적)을 강하게 어필하지 않으면서도 주로 자신의 취미활동에 적극적이나 이성과의 연애에는 소극적인 동성애자와는 차별된 남성을 일컫는다'라고 되어 있다.

초식남을 게이로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취미활동에 관심이 많고 거기다 패션이나 쇼핑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게이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성애자인 초식남은 분명 게이와 다르고, 한 가지 보태자면 게이 중에서도 '초식남'은 존재한다.

게이는 남성 편력 심하지 않나요?... 오해하지 마세요

어딜 가나 내가 동성애자라고 하면 이성애자들은 애인이 있는지 부터 묻는다. 만나는 사람은 있지만 애인으로 발전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고 하면, 뭘 그리 벅차게 노냐고 묻는다. 게이에 대한 오해가 쌓인 탓이다. 이들에게 (십중팔구 본인 스스로 연애 경험이 적거나 게이를 <섹스 앤 더 시티> 같은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접한 부류임에 틀림없다.) 게이는 남성 편력이 심하거나 한 사람과 오래 사귀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럴 때 되묻고 싶어진다. 연애나 결혼이나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고, 자신에게 잘 맞는 옷을 찾을 때처럼 여러 번의 실패 끝에 성공이 찾아온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 역시 시즌6이 끝나도록 결혼에는 성공하지 못하는데 동성애자라고 다르겠냐고. 동성애자도 여느 이성애자들처럼 스스로 좋은 파트너를 만나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고, 그것 때문에 고민도 많고, 연애에 대한 쓴맛도 많이 본다. 게이에 대한 연애스토리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섹스만 생각하니 이런 오해들이 생기는 것이다.

나 역시 아직 연애하고픈 파트너가 없고, 파트너가 생기기 전까지는 이러한 시행착오를 계속 하려고 한다. 그것 때문에 연애에 소극적인 '초식남 게이'로 보일지라도 괜찮다. 게이라고 모두 연애해 사랑에 성공한다면, 나 같은 말 많은 게이들은 냉혹한 게이 연애시장에서 팔리지 못할 것은 자명한데 설마 그럴 날이 오겠나. 게이 커뮤니티의 오랜 격언이 있다. '게이 연애 시장에 재고란 없다'고. 누구에게나 자기 짝은 있다고. 그것을 찾기 전까지는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라고.

특별히 다를 것 없는 게이와 레즈비언의 솔직한 이야기

아이고. 서론이 너무 길었다. 본론을 말하면 나는 초식남 게이다. 연애에 소극적인 게 아니라 연애보단 다른 데 관심이 조금 많다는 것. 지보이스(게이 코러스) 같이 노래로 게이들의 삶을 알리는 문화 활동에 관심이 많고, 좋은 바에서 멋있는 마스터와 함께 다양한 음악과 인생을 이야기하는 것이 더 끌린다. 음주가무를 너무 좋아하다보니 당연히 남자가 따르겠거니 하지만 좀처럼 쉽지 않다. 이렇게 자기 자신에 더 투자를 많이 하는 사람이면 누가 마음을 주려고 하겠나 싶다. 연애도 안하는 게이가 무슨 동성애자 인권운동을 하나고 싶겠지만, 남들이 연애하기 바쁠 때 나라도 인권운동 해야지 않겠나 싶다.

아 이제부터 더 진짜 본론이다. 지금까지 이야기는 동성애자인 내가 동성애자이면서 남의 눈치를 보고 하지 못했던 생각들을 풀어낸 이야기다.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것을 '커밍아웃'이라고 한다. 나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앞으로 동성애자가 이 사회에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기사를 쓰려고 한다. 앞으로 이 기사에서는 동성애자가 이 사회에 눈치 보며 못했던 이야기들을 솔직 대담하게 꺼내볼 계획이다. 커밍아웃 속의 커밍아웃인 셈이다. 시작으로 이 칼럼을 진행할 내가 먼저 속내를 보였다. 이제부터는 더욱 멋진 게이, 레즈비언 등을 만나고자 한다. 그리고 그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이 속속들이 꺼내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들어볼 것이다. 기대하셔도 좋다.

게이들은 사랑에 잘 빠진다. 그래서 혼자 기뻐하다가 실패하면 상처받고 그러다 다시 사랑을 찾아 곧추 일어선다. 이 사람 저 사람 만나 고생하는 것을 안쓰러워 생각하지 말라. 이 거리 누군들 슬프지 않겠는가. 다 사연 있는 슬픈 사람들이다. 그러니 이상하게도 보지 말고, 삐뚤게 보지 않기를 바란다. 다르지만 '같은 사람'이니까.


태그:#게이, #커밍아웃 , #초식남,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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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활동하는 이종걸 입니다. 성소수자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이 공간에서 나누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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