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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무더위가 물러간 뒤 스산해진 가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영화 '도가니'가 있습니다. 본래 사전적 의미로 '도가니'는 '쇠붙이를 녹이는 그릇'을 뜻합니다. 그런데 이번 영화가 우리 모두의 심장을 녹여 놓은듯합니다.

오늘은 당시 사건을 직접 담당했던 형사분이 영화를 보고 당시 조사할때의 심경과 함께 앞으로의 바람을 적은 글을 보고 경찰관의 한사람으로써 무척이나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짧은 글이었지만 한 시간여를 읽고 또 읽은듯합니다.

영화 <도가니>의 한 장면.
 영화 <도가니>의 한 장면.
ⓒ ㈜삼거리픽쳐스, ㈜판타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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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는 감히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영화 속 픽션이나 논픽션에 대해 우리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입니다. 그것은 수사기관인 경찰이든 검찰이든 법원이든 모두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이 시대 문화가 던져준 자성의 기회를 그냥 방치하거나 버리지 말라는 우리 모두의 요구이자 함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 분은 "이번에 영화를 보면서 가슴을 찌르는듯했다"고 했습니다. 저 또한 경찰관이라 그런지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가끔 제 주위에 있는 형사 분들도 '인간적으로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법이 이러니.....'라는 이야기를 종종 말합니다. 그래서 더욱이나 그런듯합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우리도 뛰는 가슴을 가진 사람인데'라고 말합니다.

사실 저는 그때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 분이 어떤분인지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지금 심경이 어떤지도 직접 듣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어제 저녁에 우연찮게도 통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너무도 담담하고 침착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섞여 나오는 사투리는 정감 가는 이웃집 형님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어쨌거나 저는 그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분과 짧게 인사를 나눈뒤 지금 어떤 기분인지 물었습니다. 그분은 짧고 굵게 답해줬습니다. "사실 영화의 일부 과장된 경찰의 모습을 보고 섭섭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더 큰 숙제를 준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라고 제게 답해줬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긴 숨을 내쉬었습니다. 나중에야 알게된 사실이지만 저와 통화를 하는 30여분 내내 계속 담배를 피웠다는 얘기를 전화를 끊을때쯤 이야기해줬습니다.

그분은 "영화는 영화로 봐줄 거라 믿지만 혹여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 입장에서 생각하면 경찰 모두를 그렇게 과장해서 생각하지 않을까? 라는, 노파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조심스레 말했습니다. 그분의 글에서도 말했지만 당시 조사를 하면서도 피해 학생들의 신분이나 범죄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까 조심스러웠다고 말했듯이 그분은 지금도 그 학생들을 심히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아무리 사회적 이슈가 되더라도 그들의 대한 신분은 언론에서도 철저히 보호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영화 <도가니>의 한 장면.
 영화 <도가니>의 한 장면.
ⓒ ㈜삼거리픽쳐스, ㈜판타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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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경찰관은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 냉정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집행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 또한 그렇게 배웠습니다. 그러나 수사를 직접하고 있는 분들의 경우 "같은 사람의 입장에서 가슴 아프고 안타까울 때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아마 그래서 일까요? 지금 우리 사회는 강력한 법적 처벌보다도 도덕적 심판대에서 당시의 가해자들을 심판하길 원하고 있는듯 합니다. 그것은 결국 실질적 처벌보다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만들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망을 구축하라고 말하는듯합니다.

이번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렇지만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분명 픽션(fiction)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큽니다. 오죽했으면 영화를 제작한 황동혁 감독은 "악역 배우들 욕하지 마세요"라고 부탁을 하고 있고, 영화 속 교장 역할을 하신 장광 씨는 "돌 맞을까 두려워 밖을 나가지 못한다"라고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 분명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도가니'는 분명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자성의 기회를 주었습니다. 그것은 어찌 보면 너무도 감사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런 점에서 원작을 쓰신 공지영 작가님과 영화를 제작한 황동혁 감독님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 분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공개했듯이 '이번 영화를 보면서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장애우들의 인권이 재조명되고 미비한 관련법들이 조속히 개정되길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듯이 하루빨리 보완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원작소설 <도가니> 표지
 원작소설 <도가니> 표지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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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이미 여러 분야에서 의견이 제시됐고 또한 우려의 목소리도 큰 만큼 영화속 허구와 실제는 차이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제작진은 철저히 반영했으면 하는 의견을 드립니다.

하지만 분명 어느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문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던져준 자성의 기회를 이번 영화 '도가니'가 해낸 것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다시 한 번 황동혁 감독님 그리고 제작진과 출연진 모든 분들께 경찰관의 한사람이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로써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했습니다



태그:#경찰, #도가니, #박승일, #공지영,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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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에 근무하고 있으며, 우리 이웃의 훈훈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현직 경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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