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인베이젼 스틸컷

▲ 월드 인베이젼 스틸컷 ⓒ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우리가 흔히 십중팔구란 이야기를 사용하죠. 어떤 것만 보고도 유추한 것이 거의 들어맞을 가능성이 높을 때 사용하는 단어에요. <월드 인베이젼> 역시 제목과 포스터만 보면 SF영화란 생각을 할 가능성이 높아요. 전 세계가 동시에 외계생명체로 공격받고 있는 설정까지 감안하면 이 작품을 SF영화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죠. 


대부분의 관객들이 SF영화란 생각을 가지고 작품 선택을 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죠. 이런 생각은 영화를 보면서 점점 환상이 깨지게 만들어요. 결코 이 작품은 SF영화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단순히 외계인만 나온다고 해서 SF영화가 될 순 없단 의미에요.

 

물론 <디스트릭트9> 같은 경우 이전에 나온 할리우드 SF영화처럼 아주 뛰어난 특수효과나 관객 마음을 흔들 만큼 외계인들의 신무기를 이용한 큰 전투는 없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SF영화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상상력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에요. 솔직히 <월드 인베이젼>은 이런 부분에서 큰 점수를 줄 수 없을 것 같아요. 단지 외계인이 침략했단 설정으로만 SF영화라 평가하기에 부족하단 것이죠. 가만히 내용을 보고 있자면 단순한 국지전(한정된 지역 내에서 이루어지는 전쟁) 정도의 전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에요.

 

2011년 거대한 유성 무리가 지구에 떨어지고 사람들은 우주관측 이후 사상 최대의 유성쇼를 볼 수 있단 생각에 들떠 있어요. 하지만 알고 보니 이 유성쇼는 외계 생명체의 지구침공의 시작이었어요. 세계 각 도시가 공격을 받고 거의 초토화 되는 사태가 발생하죠. 이때 LA주둔군 소속 낸츠 하사(아론 에크하트) 역시 자신의 부대와 함께 외계인 공격에 참가하게 되죠. 낸츠 하사는 여러 전투에 참여하면서 심신이 지친 상태이지만 결국 외계인과의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고 영웅이 되어요.

 

미국 같은 경우 본토 침략은 일본의 진주만 공격밖에 없었어요. 여태껏 미국이란 국가가 생긴 이후 하와이를 제외하면 본토에 적이 직접 침략한 경운 없었단 의미죠. 그래서 이 작품에서 외계인들이 본토를 침공한다는 설정은 이전에도 자주 나왔던 설정이기도 해요. 한 번도 외세의 본토 침략을 당해보지 않은 슈퍼강대국 미국 입장에서 외계 생명체의 본토 침략은 좋은 소재 거리라고 할 수 있죠.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은 <우주전쟁> 역시 외계인들의 본토 침략이었죠.

 

SF영화의 장점이 상당 부분 없어진 전투영화 

 

월드 인베이젼 스틸컷

▲ 월드 인베이젼 스틸컷 ⓒ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월드 인베이젼>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바로 별 다른 내용 없이 전투가 계속 이어진다는 것이에요. 처음엔 초반의 박진감 넘치는 전투가 눈요기 거리로 다가설 수 있겠지만 이런 방식이 계속해서 반복된다면 지루함 외에 다른 요소가 될 수 없겠죠. 여기에다 외계생명체와 싸우고 있지만 실제 벌어지는 전투나 방식을 본다면 인간과 인간이 어떤 지역을 놓고 싸우는 스케일 작은 전투에 지나지 않아요.

 

물론 영화에서 보여준 시가전들은 남성관객들에게 더 좋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어요. 특히 전쟁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이라면 외계생명체와 목숨을 걸고 싸우는 미 해병대의 전투가 더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겠죠. 하지만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 작품이 SF영화란 생각을 가지고 있단 것이에요. 인간보다 월등한 화력을 보여주는 외계 생명체에 맞서서 열세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극복하는 전형적인 SF영화를 기대하거나 혹은 절망 앞에 몸부림치는 인간들의 모습을 기대한 경우가 더 많단 것이죠.

 

하지만 <월드 인베이젼>은 아무리 봐도 그냥 전투영화에요. 전쟁영화도 아닌 단순히 한 도시에서 벌어진 미 해병대의 전투영화란 것이죠. 마치 과거 팍스아메리카나(미국의 지배에 의해 세계의 평화질서가 유지되는 상황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용어) 시절 나온 영화의 특성을 더 많이 담고 있어요. 조금 더 현실적이란 것뿐이지 영화의 주인공을 보고 있자면 어떤 면에서 1980년대 미국의 팍스아메리카나 시절을 대표하던 전쟁영화의 영웅 <람보>나 <코만도>가 떠오르는 것 역시 사실이에요.

 

처음부터 SF영화의 장점을 가진 작품으로 <월드 인베이젼>을 생각한 관객들이라면 우선 조금 관점을 바꾸는 것이 필요할 듯해요. 첫째도 둘째도 이 작품은 미 해병대 낸츠 하사의 영웅담이기 때문이죠. 외계 생명체 앞에서도 전혀 뒤로 물러서지 않는 미 해병대의 정신을 보고 있자면 왜 그들이 전 세계에서 경찰 노릇을 자처하면 군대를 온갖 곳에 파견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차라리 외계인이 아닌 다른 국가의 군대가 미국을 침공했다는 설정으로 만들었다면 더 높은 점수를 줄 뻔 했어요.

덧붙이는 글 | 국내개봉 2011년 3월10일.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1.03.11 10:16 ⓒ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국내개봉 2011년 3월10일.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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