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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권센터,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방통심의위의 통신심의 문제를 진단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언론인권센터,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방통심의위의 통신심의 문제를 진단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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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인터넷 게시물 삭제 요구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온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이진강, 아래 방통심의위)가 이번엔 시민단체 심사대에 올랐다.

언론인권센터,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방통심의위의 통신심의 문제를 진단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2008년 5월 방통심의위 출범 이후 2년간 권리침해 게시물 삭제 등 시정요구 건수가 3만6209건에 달하고, 2008년 50%에 불과하던 심의 건수 대비 시정요구 비율도 지난해 72%, 올해 87%로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는 최문순 의원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인터넷 게시물에 공적 매체에나 적용되는 사실 확인 요구"

이처럼 시정요구 비율이 증가한 것은 블로그 등 인터넷 게시물의 권리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통신 심의에까지 엄격한 방송 심의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009년부터 최근 1년여간 통신심의소위 심의 결과를 분석한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블로그 등에 올리는 글까지 준언론에 달하는 사실 확인 의무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는 결국 해당 게시판에 대해 권리 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에게 유리하게 작용해 소비자 비판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비속어나 욕설 사용을 이유로 유튜브나 트위터, 미투데이 등 소셜 네트워크까지 심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심의위 통신분과 특별위원으로도 활동했던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사실 확인은 공적 매체에나 적용되는 것인데 통신분과 방송계 인사들이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면서 "방송통신 융합 환경에서 방송도 통신처럼 규제 완화로 가야 하는데, 거꾸로 통신까지 방송처럼 규제 강화로 가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밝혔다.

"시멘트회사 의견만 듣고 '쓰레기 시멘트' 글 일방 삭제"

심의 과정에서 정작 글을 올린 당사자 의견은 듣지 않고 권리 침해를 주장하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의존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제시됐다. 최병성 목사의 이른바 '쓰레기 시멘트' 관련 다음 블로그 글 삭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환경운동가인 최 목사는 3년 전부터 시멘트를 만들 때 인체에 유해한 산업 폐기물이 들어가는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2008년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된 공익적 사안이었지만 지난해 4월 방통심의위가 명예 훼손을 주장한 양회협회 요청을 받아들여 다음 블로그에 올라온 관련 게시 글 4건에 대해 시정요구를 결정해 다음이 이를 삭제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2월 행정법원 1심에서 해당 게시물이 명예훼손을 구성하지 않는다며 시정요구는 무효라고 결정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은 "당사자에게 사전 통지도 하지 않고 시멘트회사의 자료만을 근거로 일방적으로 명예훼손을 결정했다"면서 "사법적 결정에 앞서 행정부의 잘못된 결정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시정요구 이행율 99.5%... 책임 요구엔 '민간기구' 발뺌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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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독립기구와 행정기관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방통심의위의 이중적 행태도 비판을 받았다. 지난 2월 행정법원 판결을 통해 방통심의위가 사실상 강제력을 지닌 '행정기관'이라는 해석이 나왔는데도, '민간독립기구'임을 내세워 잘못된 심의 결과에 따른 법적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방통심의위에서 강제력이 없는 '권고'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시정 요구'를 인터넷 사업자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해 서비스 거부, 정지, 제한 명령을 받을 수 있다. 2년간 포털 시정요구 이행율이 99.5%에 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정 요구에 따른 삭제 외에도 네이버, 다음 등 4개 포털 사업자를 통한 '임시조치'도 12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여진 사무처장은 "방통심의위는 행정기관 권한을 넘어서는 심의와 게시물 권리 침해 여부를 사법부 판단 전에 자의적으로 결정하고 게시물 삭제를 명령하는 월권 행위로 헌법이 정한 시민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책임질 일이 생기면 민간기구로서 자율성을 강조하는 이중성으로 인해 '박쥐' 같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전응휘 이사는 "방통심의위는 현행 법령에서 자신들 입맛에 맞는 것만 골라 파행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이는 기구 권한을 강화하고 심의 대상을 넓혀 예산과 인력을 늘리려는 사무국의 요구와 정치적, 파당적 이해가 부수적으로 맞아떨어진 것"이라며 조직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방통심의위는 한국 사회에서 인터넷 규제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국가 영역인 방통심의위는 최소한의 것만 맡고 명예훼손 문제 등 나머지는 민간이나 사법 영역에 넘겨야 한다"며 역할 재정립을 주문했다. 


태그:#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 #인터넷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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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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