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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도 한 해를 태운 열차가 마지막 종착역을 향하여 달리고 있다. 저마다의 사연과 추억을 싣고 달리는 세월 열차에 몸을 싣고 나도 함께 달린다. 왠지 마음만은 두고 떠나고 싶은 건 나만의 욕심일까? 열심히 살아왔건만 세월 따라 무작정 달리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고등학교에 다니며 기숙사에 머물고 있는 큰딸이 집에 와서 하는 말.


“아빠, 우리 크리스마스에 뭐 특별한 이벤트 없어요?”
“그냥 집에서 조용히 보내실 거예요?”


“왜, 어떻게 보내고 싶은데?”
“무슨 콘서트라도 가든지 우리 여행가요. 네 아빠?”


꼭 가고 싶다는, 아니 가고야 말겠다는 듯 아이의 눈동자가 강하게 말을 한다.


“우리, 바다 갈까? 밤 열차 타고 바다에 가보자.”


아내가 옆에서 듣다가 한마디 거든다.


“네, 우리 밤바다 보러 가요”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큰지 딸의 모습이 대변하는 것 같다. 오로지 공부, 공부, 공부…. 그 외에는 생각할 수조차 없는 현실에서 잠시 나마 벗어나고 싶은 건 아닌지.


그래서 인터넷으로 급하게 기차표를 예매하고 크리스마스이브 날, 늦은 밤에 열차에 몸을 실었다. 나이 40이 넘도록 한 번도 타보지 못했던 새마을호에 올라 밤을 달려 도착한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시간은 이미 자정을 넘어 새벽으로 치닫고 있다.

 

아니 이럴 수가, 사진 속에서 보았던 광안리 대교의 화려한 불빛이 잠자러 갔는지 보초선 가로등 몇 몇이서 가물가물 졸고 있는 것이 아닌가. 딸들에게 반짝반짝 화려하게 빛나는 광안리 대교를 보여줄 생각으로 달려왔건만 그것마저도 허락하지 않는다.


바닷물이 달려와 반겨주니 그나마 다행이다. 바닷가를 거닐며 바라본 밤바다는 아직도 생기가 넘쳐흐른다. 찾아온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려는 듯 바다는 온 몸으로 춤을 추고 노래 부른다. 살아오면서 몸과 마음에 이끼처럼 달라붙은 스트레스를 다 떨쳐버리라는 듯, 바다는 가수가 되고 악기가 되고 무희가 되어 사람들을 위로 한다.


다정한 연인들이 두 손을 꼭 잡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앞서가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걸어가는 젊은이들, 언제였던가…. 가물거리는 기억을 더듬어 본다. 참 좋은 때지…. 부디, 그 젊음과 사랑이 먼 훗날까지 삶의 용기가 되고 희망이 되어 행복한 인생 길을 걸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심호흡을 하며 바다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가슴이 탁 트이는 듯한 이 느낌, 아내와 딸들의 마음도 이렇게 후련했으면…. 그 동안 떼어내지 못한 스트레스가 남아 있다면 바다에게 던져주고 그가 전해주는 희망을 한 아름 안고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 도착했다. '누리마루 APEC하우스'는 '온세상'(누리)과 '정상'(마루)을 의미하는 순 우리말에 영어 APEC과 하우스가 결합돼 세계의 정상이 모여 APEC회의를 하는 집이라는 뜻이다. 


2005년 11월 18∼19일에 열린 제13차 APEC 정상회담의 회의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부산시가 해운대구 중동의 아름다운 동백섬에 세운 건축물이란다. 전체 건물 구조는 한국 전통 건축인 정자를 현대식으로 표현하였고, 지붕은 동백섬의 능선을 형상화하였다는 누리마루 APEC 하우스, 그곳으로 가기 위해 데코를 따라 걸으며 바라보는 주변풍경은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감동 그 자체다.


꽃피는 동백섬의 겨울, 비록 시들기는 했지만 동백꽃이 곳곳에 피어있었다. 그곳에서 바라다본 해운대의 풍경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바다는 언제 보아도 넓은 가슴으로 안아주고 어루만져 주어 마음에 평화를 갖게 한다. 바다를 즐겨 찾는 이유다.

 

한 번뿐인 인생 아니던가? 그 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얼굴 찡그리고 무거운 마음으로 달려온 삶의 여정, 이제부터라도 저 푸른 바다처럼 더 넓고 깊은 마음으로 세상을 살며 포용하는 삶을 살아가야겠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바다, 그 바다를 닮고 싶다. 광안리 바다 찍고, 누리마루APEC 하우스에서의 하루, 내일로 가는 마차에 희망을 가득 실어본다.


태그:#광안리 해수욕장, #누리마루 , #동백섬, #해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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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다니며 만나고 느껴지는 숨결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가족여행을 즐겨 하며 앞으로 독자들과 공감하는 기사를 작성하여 기고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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