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선 안욱수 이혜은씨 부산역 안내데스크 자원봉사자

▲ 박정선 안욱수 이혜은씨 부산역 안내데스크 자원봉사자 ⓒ 성하훈


이번 1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활동하는 자원봉사자들은 모두 824명이다. 곳곳에서 적극적 움직임을 펴며 축제를 돕는 이들 자원봉사자가 없는 부산영화제는 상상하기 어렵다.

자원봉사자들은 대부분 영화제 본부가 있는 해운대와 남포동과 수영만 등 영화제 열기가 뜨거운 곳에서 근무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영화제의 열기를 느끼지 못하는 곳에서 따로 떨어져 부산국제영화제를 돕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부산역에서 근무하는 안욱수·박정선·이혜은씨는 그런 자원봉사자들 중의 하나다.

영화제의 중심에서 조금 거리가 있는 부산역 근무가 다소 한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영화제의 네비게이션을 자임하는 이들의 활동은 관객들에게 가장 중요한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부산이 초행길인 사람들에게 이들이 세세하게 알려주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나침반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급할 때는 급한 대로 이곳저곳 연락하며 도움을 주려는 이들의 노력에 관객들은 그저 고마울 뿐이다.

 부산역에 도착해 영화제에대해  문의하는 관객들

부산역에 도착해 영화제에대해 문의하는 관객들 ⓒ 성하훈


부산의 관문인 부산역은 영화제를 보기 위해 오가는 관객들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곳 중의 하나다. KTX를 이용하는 관객들이 늘어나면서 개찰구 앞은 영화를 보기 위해 원정온 관객들이 연방 끊이지 않는다. 부산역 앞에서 영화제 티켓 카탈로그(안내책자)를 들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젊은 사람들이 보인다면, 이들은 십중팔구 대부분 소문으로만 듣던 영화제를 위해 먼 길을 달려온 관객들이다.

영화제가 열리는 기간 부산을 찾는 관객들에게 정보와 편의를 제공하는 부산역 안내데스크는 오전 9시에 시작돼 12시간 동안 부산역에 앉아 오가는 관객들을 맞이한 후 밤 9시에 마친다. 이들이 하루에 상대하는 사람은 대략 200~300여 명. 안내부스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주로 부산에 처음 온 관객들이라고 한다. 초행길 관객들에게 이들의 존재는 더욱 소중한 셈이다.

"주로 해운대에서 남포동 가는 것을 많이 물어보는 편입니다. 티켓 발권 안 한 사람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문의하고 숙박장소와 행사가 열리는 장소 등에 대해 많이 묻는 것 같아요."

이 곳의 책임을 지고 있는 안욱수씨가 전하는, 관객들이 많이 문의하는 내용이다.

안씨와 함께 부산역을 지키고 있는 3인방 중 또 다른 2명인 박정선씨와 이혜은씨는 각각 동아대와 부산대에서 불문학과 독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재원들이다. 안씨 역시 아직 학생으로 부경대에서 생물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공학도.

"저희 안내팀의 경우 7곳으로 나눠 배치가 됐는데, 해운대 백사장에 있는 피프빌리지(영화제 본부 및 부대시설)에는 주로 남자들이 배치됐고 그 외의 지역은 여자들만 내보내기가 어려워 남자들도 한 명씩 배치됐습니다."

안욱식씨의 설명에 이혜은씨는 "거주지도 배치 기준에 포함된 것 같다"고 한마디 거들었다. 외국인들을 상대해야 하는 곳이라 특별히 어학을 전공하는 이들 두 여학생이 부산역에 적격이었다는 것이 이들이 전하는 또 다른 '발탁' 배경.

 부산영화제를 처음 찾는 사람들에게 이들은 나침반 구실을 한다.

부산영화제를 처음 찾는 사람들에게 이들은 나침반 구실을 한다. ⓒ 성하훈


남들은 영화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에서 일하는데, 영화제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운 곳에 배치된 게 불만스럽지는 않았을까?

이혜은씨는 "처음에는 부산역에 배치된 게 조금 아쉬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부산을 처음 찾는 분들을 만나는 곳이라 그 중요성이 큰 것을 알고 괜찮아졌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9일 동안 내내 이곳에 머물러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관객들이 제일 많이 몰리는 주말이 지나고 영화제가 후반부로 접어들면 다른 지역으로 순환배치 된다. 영화제 일반상영작이 끝날 때쯤 남포동이나 해운대 등 영화제 중심부로 옮겨 가는 것이다.

비록 영화제 후반부 열기가 식기 시작할 즈음이겠지만, 그때쯤이면 이들도 영화제의 축제 분위기를 즐길 수 있게 된다. 폐막식이 열리는 12일에는 모두 야외상영장에서 영화제 마무리를 도울 예정이다.

부산역 자원봉사자 이혜은씨 관객의 문의에 설명해주고 있다.

▲ 부산역 자원봉사자 이혜은씨 관객의 문의에 설명해주고 있다. ⓒ 성하훈


이들이 자원봉사에 나선 것은 부산영화제에 대한 매력이 작용했다. 아시아 최대 최고의 영화제로 성장한 부산영화제의 위상이 자원봉사자 경쟁률 또한 해마다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도 4390명이 지원해 6: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고, 이들은 그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선발됐다. 그래서인 듯 부산영화제를 설명하는 이들의 표정에는 큰 자부심이 배어있었다.

다른 행사에도 자원봉사한 경험이 있는지에 대해 이혜은씨만 부산연극제에서 자원봉사 한 경험이 있다고 했을 뿐 나머지는 자원봉사가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나 부산영화제를 처음 돕는 이들의 각오에는 1년차 자원봉사자들이 열정이 그대로 담겨 있어 더 특별해 보였다.

"많은 분들이 부산에 오셔서 처음 마주치는 곳이잖아요. 첫인상을 기분 좋게 해 드리면 내내 즐겁게 보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야 내년에도 부산영화제에 재방문을 하실 거고요. 부산역에 오시는 분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 안내데스크를 찾아주세요."

부산역의 한 귀퉁이에서 영화제를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안내데스크 자원봉사자들. 그곳에서 보내는 이들의 미소가 영화제 기간 부산을 찾는 관객들에게 편안함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부산역 안내데스크 자원봉사자들 부산에 도착하시면 언제든 찾아주세요

▲ 부산역 안내데스크 자원봉사자들 부산에 도착하시면 언제든 찾아주세요 ⓒ 성하훈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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