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29 06:55최종 업데이트 24.03.29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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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을 아시나요? 다이렉트 메시지(Direct Message)의 약자인 디엠은 인스타그램 등에서 유저들이 1대 1로 보내는 메시지를 의미합니다. 4월 10일 22대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대변하기 위해 국회로 가겠다는 후보들에게, 유권자들이 DM 보내듯 원하는 바를 '다이렉트로' 전달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오마이뉴스>는 시민들이 22대 국회에 바라는 점을 진솔하게 담은 DM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편집자말]
 

지역 경제 살리기에 효과가 매우 큰 지역화폐를 정치 논리 아닌 민생의 관점에서 다뤄주기를 당부하는 유권자의 DM ⓒ 오마이뉴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멀리까지 갈 필요도 없습니다. 가성비의 대명사였던 국밥 가격에 놀라면서도 고명으로 올라간 대파 가격을 생각하면 수긍하며 조용히 지갑을 닫게 됩니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가계동향 상세 분석에 따르면, 2023년 4/4분기 가계소득은 1.5% 증가한 반면 오락·문화, 주거·수도·광열, 보건 등 분야의 소비지출은 5.1% 증가했습니다. 번 돈보다 쓸 돈이 많으니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 위축은 생활 소비가 집중되는 소상공인들을 생존의 기로에 서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충북도와 중소기업중앙회 충북지역본부의 지난해 하반기 지역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가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조사 결과 소상공인 59.7%가 2022년 대비 2023년 경영 상황이 악화됐다고 응답했으며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매출액이 59.4%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매출액은 낮을수록(3억 원 미만 62.8%, 3억~10억 원 미만 57.3%, 10억 원 이상 54.7%), 상시근로자 수가 적을수록(2명 이하 66.9%, 3~5명 65.4%, 6명 이상 34.3%) 올해 매출액의 감소를 예상하는 응답이 높았습니다. 무엇보다 응답자의 58.1%는 2024년 경기전망도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소비위축에 따른 소상공인의 위기는 고용위기, 소득악화, 다시 소비위축으로 이어지는 내수경기 침체의 악순환을 불러옵니다. 이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정부가 취하는 조치가 재정정책이겠지요.

소상공인 골목경제 대상 재정정책 중에서 최근 가장 인지도가 높은 정책이 지역화폐로 일컬어지는 지역사랑상품권일 것입니다.

지역화폐는 지난 1996년 충북 괴산의 괴산사랑상품권이 최초입니다. 최근 지역화폐와 더불어 많이 호명되는 전통시장 상품권 온누리상품권은 2009년에 지역화폐보다 늦게 시작했습니다. 특정 정치인이 2010년대 중반 최초로 시작했다, 온누리상품권이 지역화폐보다 먼저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언제부터 왜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경기도 일부지역의 지역화폐 카드 ⓒ 박정훈


목마른 지역 골목상권에 단비

여하튼 지역화폐의 도입 목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지역 내 소비의 역외유출을 막아 지역에서 순환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지자지소(地資地消, 지역의 부는 지역에서 소비)에 입각해 지역 내에서만 쓸 수 있는 돈이 지역화폐입니다. 실제로 전국 지자체의 역외유출률은 평균 40%를 넘습니다. 지역 외로 유출된 부는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모든 것이 서울·수도권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지역 내수 활성화에 집중하자는 정책이 지역화폐입니다.

두 번째는 '역내 유입된 소비가 보다 어려운 골목상권 소상공인에게 순환'되는 것입니다. 지역화폐가 백화점, 대형점포,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출 30억 이상 업체에서 사용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지역화폐가 불편한 돈인 이유이기도 하고, 이 불편함을 상쇄시키기 위해 구매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두 가지 목표는 코로나19 시기 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면서 효과를 극명하게 보여줬습니다. 소비 자체가 메말라가던 재난의 시기에 적극적인 재정정책의 일환으로 지급된 재난지원금 지역화폐는 온라인 쇼핑몰도 대형마트도 아닌 각 지역 골목상권에 단비처럼 내려왔습니다.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그동안 시행했던 수많은 재정정책 중 이렇게 드라마틱한 변화를 촉발한 정책이 있었을까요? 현시기 지속적인 내수 침체를 타개할 방법으로 앞에 인용한 충북지역 소상공인들은 정책자금(예산 규모 등) 지원 확대(50.9%), 인건비·임대료 지원 등 정부의 재정 투입을 통한 지원 확대(40.9%), 그리고 지역사랑상품권, 신용·체크카드 세액공제 확대 등 소비 촉진 지원책 확대(19.4%) 등의 순으로 답했습니다.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지역화폐는 소비 촉진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실물경제에서 풀리는 광의통화(유동성 현금)는 수 천조 원에 달합니다. 지난해 전국에서 유통된 지역화폐는 약 22조 원이었습니다. 한 모금의 지역화폐가 중앙으로 몰리는 소비의 발걸음을 지역으로 돌리며 목마른 지역경제에 숨통을 열어줬음을 여러 실물지표와 현장의 목소리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경제적 효과를 넘어 지역화폐라는 도구로 지역과 사회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시도도 늘고 있습니다. 사실 '지역사랑상품권법' 제1장 목적에는 '지역경제활성화'보다 '공동체 강화'가 먼저 명시되어 있습니다.

지역화폐 활용 연계 정책은 어쩌면 무궁무진합니다. 마치 우리 몸의 혈관을 타고 도는 혈액처럼 지역화폐는 경제·사회의 혈맥을 타고 연계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지역화폐 정책발행이라고 일컫습니다. 초기에는 각종 복지비를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형태였습니다. 경기도 청년기본소득, 전남의 농민기본소득 등이 그것입니다. 여기에서 진화하여 최근에는 시민건강권 증진과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하루 1만 걸음을 걸으면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경기 시흥시·서울시, 지역화폐로 결제가 가능한 공공배달앱과 골목상권 전용 기프티콘앱, 지역특산물 쇼핑몰 등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서천시장에 큰불이 난 후 상권을 되살리기 위해 지역화폐 사용 시 추가 특별할인을 한 것이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발행의 모범사례로 떠올랐습니다.
   

서천 특화시장 농산물동의 상인들. 2024.2.8 ⓒ 이재환

 
철저하게 민생의 관점에서 다뤄야

지역화폐는 이렇게 지역경제와 골목상권 활성화의 효과적인 정책일 뿐 아니라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지역사회 변화와 개선을 위한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지역화폐를 둘러싼 특히 정치적 쟁점들을 살펴보면 특정 정치세력의 전유물, 그 전유물에 대한 비판 또는 비난으로만 점철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지역화폐는 철저하게 민생의 관점에서 다뤄야 할 정책이 아닐까요?

바라건대, 수년 전 유럽연합이 영국 브릭스턴 등 6개 지역에서 지원했던 지역화폐 시범사업(Community Currencies in Action)보다 더 많은 성과와 실험을 계속하는 K-지역화폐가 정치 테이블에서 자칫 길을 잃어 황금알을 낳다 배가 갈라진 거위처럼 되지 않길 희망합니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책임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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