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 실사 영화 주인공 '에리얼'을 연기한 할리 베일리

<인어공주> 실사 영화 주인공 '에리얼'을 연기한 할리 베일리 ⓒ 디즈니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가 주인공 '에리얼'로 나선 디즈니 실사 영화 <인어공주>가 미국에서 흥행 가도를 달리는 반면에 글로벌 시장에서는 고전하고 있다. 

<인어공주>는 지난 5월 26일부터 29일 나흘 동안 전 세계에서 1억 9778만 달러(2617억 원)를 벌어들였다. 특히 북미 지역에서만 9550만 달러(1260억 원)의 오프닝 수입을 올리며 2019년 <알라딘> 실사 영화의 기록을 넘어섰다. 

그럼에도 영화계에서는 <인어공주>가 손익분기점을 힘겹게 넘기거나,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제작비와 홍보비를 워낙 많이 쏟아부은 탓도 있으나, 글로벌 시장에서의 흥행 부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에서 <인어공주>를 겨냥한 '리뷰 테러'가 벌어지고, 흑인 인어공주에 대한 외모 조롱이나 인종차별적 반응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미국 연예매체 <데드라인>은 지난 5월 28일 "해외에서 수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라며 "부정적인 사용자 리뷰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많이 나타나고 있으며, 인터넷 트롤(악플러)이 이를 주도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또한 "한국 언론도 '흑인 인어공주에 대한 반발로 리뷰 테러가 일어났다고 보도했다'"라며 "최근 며칠간 한국 포털 사이트에서 <인어공주>의 부정적인 리뷰가 수백 개의 '좋아요'를 받은 반면에 긍정적인 리뷰는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라고 소개했다. 

글로벌 흥행 부진... "인종차별" vs "작품성 때문"
 
 <인어공주> 실사 영화에 대한 영국 <가디언> 평론 갈무리

<인어공주> 실사 영화에 대한 영국 <가디언> 평론 갈무리 ⓒ 가디언

 
이 같은 우려는 제작 단계부터 불거진 바 있다. 2019년 디즈니가 <인어공주> 주연 배우로 베일리를 낙점하자 상당수 영화팬들은 유럽 고전 동화 주인공인 인어공주가 흑인이라는 것은 어색하다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베일리의 캐스팅 소식이 전해지자 소셜미디어에서는 #NotMyAriel이라는 해시태그가 유행하기도 했다. 

반면에 베일리는 지난 5월 24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흑인 여성으로서 인종차별은 현실의 일부이고, 나는 그런 것에 흔들리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어린 시절 '흑인 공주'가 너무 부족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됐고, 다음 세대를 위해 더 많은 흑인 디즈니 주인공이 나오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흥행 부진을 인종차별이 아닌 작품성에서 찾아야 한다는 반박도 나온다. 한 영화팬은 소셜미디어에 "<인어공주>의 문제점은 캐스팅이 아니라 피곤한 재탕(tired rehash)에 불과하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영화팬들도 "어설픈 리메이크 영화를 보지 않겠다고 해서 인종차별주의자로 만든다", "이제는 디즈니의 지루한 리메이크 스토리 라인에 지쳤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낮은 평점을 줬다. 

영국 <가디언>도 "<인어공주> 실사 영화는 원작 애니메이션의 마법에 필적할 수 없다"면서 "이 영화를 보면 마법 같은 이야기는 애니메이션으로 가장 잘 전달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라고 혹평했다. 

'평점 테러' 쏟아지자 시스템 변경도... "또 다른 검열"
 
 <인어공주> 실사 영화 개봉을 보도하는 미국 CNN 방송 갈무리

<인어공주> 실사 영화 개봉을 보도하는 미국 CNN 방송 갈무리 ⓒ CNN

 
낮은 평점이 쏟아지자 미국의 영화 정보사이트 IMDb(The Internet Movie Database)는 최근 평점 시스템을 변경하기로 했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IMDb는 "<인어공주>의 평점에 비정상적인 활동을 추적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평점 시스템의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 가중치를 더한 대체 점수를 적용할 것"이라고 알렸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한 영화팬은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평점은 빼버리겠다는 것"이라며 "어떤 관점에서 보면 검열에 해당할 수 있다"라고 비판했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디즈니가 <인어공주>뿐만 아니라 <백설공주> 주인공으로 라틴계 배우 레이첼 제글러를, <피터팬>에서 팅커벨 역할에 흑인 배우 야라 샤히디를 캐스팅한 것은 '블랙워싱'이라는 지적도 있다. 유색 인종 캐릭터를 백인 배우가 연기하며 원작을 훼손했다는 할리우드 신조어 '화이트워싱'에서 비롯된 말이다.

한국과 함께 인종차별 낙인이 찍힌 중국은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에서 "대다수 중국인은 안데르센 동화 속 인어공주가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뿌리내려 있어 새로운 캐스팅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상상의 비약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많은 서방 누리꾼들이 중국에서 <인어공주> 흥행이 부진한 이유를 인종차별이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이는 중국인에게 그들의 '정치적 올바름' 기준을 강요하며 중국과 아프리카 관계를 망치려는 것"이라며 "중국은 아프리카 국가들과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미국처럼 '속죄'할 필요도 없다"라고 역공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갈등이 격화되자 <뉴욕타임스>는 "심각한 일도 아닌데, <인어공주>를 보면 어떤 고귀한 의무와 목표를 의식한 듯한 느낌이 든다"면서 "이제는 영화를 보고 마음껏 웃지도 못하게 됐다"라고 꼬집었다. 
인어공주 할리 베일리 인종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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