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음주 파동'이 한국 야구계에 큰 파문을 던지고 있다. 당사자로 꼽힌 김광현(SSG)·이용찬(NC)·정철원(두산)은 지난 6월 1일 자신들의 행동을 시인하고 나란히 사죄의 뜻을 밝혔다.
 
지난달 말 한 유튜브 매체에서 3월 열렸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야구 국가대표팀 선수들 중 일부가 본선 1라운드가 열린 일본 도쿄에서 음주를 했다고 폭로하여 파장이 일었다. KBO는 다급히 진상조사에 나섰고, 사흘만에 해당 선수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김광현과 이용찬, 정철원은 "WBC 대회 기간에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인해 사과의 말씀을 전달드리고자 미디어 여러분들, 팬분들 앞에 서게 됐다"면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가대표 대회 기간에 생각 없이 행동했다는 점에 대해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팬분들, 미디어 및 야구 선후배분들께도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씀 드리고 싶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선수들의 해명에 따르면 폭로된 내용과는 온도차이가 존재한다. 선수들은 대회기간에 음주를 한 사실은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시기는 경기 전날이 아닌 휴식일이었고 장소도 유흥업소가 아닌 스낵바였다는 점, 내용도 식사를 하다가 음주를 곁들인 수준이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접대부 동석 의혹은 일절 사실무근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특히 이용찬과 정철원은 당시의 스케쥴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면서 보도 내용에 대해 적극적으로 항변하기도 했다.
 
야구팬들의 반응도 저마다 엇갈리고 있다. 1차 폭로가 나왔을 당시만 하더라도 여론은 가뜩이나 국제대회에서 최악의 성적(WBC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 한일전 참패)을 거둔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대회 기간 중 부적절한 처신까지 저질렀다는 데 크게 실망하고 분노하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선수들의 사과 및 해명이 나온 이후에는, 팬들의 반응도 조금씩 엇갈리는 분위기다. 일단 선수들의 해명이 모두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 "운동선수들도 휴식일에 가볍게 술 한잔 정도는 할수 있는 것 아니냐" "대표팀 성적이 좋았더라면 크게 문제가 되었을 사안일까"라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반응도 나온다.
 
일단 몇 가지 가치판단의 문제부터 정리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선수들이 음주를 했다는 사실 자체는 범죄도 아니고 큰 잘못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물론 중요한 국제대회 기간에는 자제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그렇다고 몇몇 선수들의 음주 탓에 야구대표팀이 WBC에서 무너졌다고 해석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다만 아직은 선수들의 해명을 100%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요 쟁점은 선수들이 음주를 위하여 해당 업소에 출입한 정확한 시점, 업소의 성격과 음주량, 또다른 동석자(다른 야구선수들, 여성 접대부)의 존재 여부 등에 달렸다.
 
또한 KBO의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만일 선수들의 해명에 조금이라도 거짓이 드러난다거나 의혹이 추가된다면, 오히려 지금보다도 사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어쩌면 이번 WBC 음주파동이 더 안타까운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특정 몇몇 선수들의 범법 여부나 진실공방을 떠나서 또다시 한국야구에 부정적 꼬리표를 남겼다는 사실이다.
 
한국야구는 그동안 술 문제와 관련된 사건사고가 참 많았다. 강정호를 비롯한 일부 선수들이 음주운전으로 선수생활을 끝내야 했고, 프로구단에서 대표팀까지 음주를 둘러싼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다.
 
또한 한국야구는 최근 몇 년간 연이은 악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도쿄올림픽과 WBC로 이어지는 야구대표팀의 성적 부진과 국제경쟁력 약화, 국가대표들의 병역혜택과 선수선발 둘러싼 잡음, 선수들의 불법도박과 학교폭력 의혹 등 논란이 이어지며 부정적 프레임이 확산됐다.
 
명성과 인기에는 그만한 책임감이 따른다. '야구만 잘해서 보답하겠다'는 변명이 통하는 시대도 아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국가대표라면, 그리고 프로선수라면 그에 걸맞은 언행을 보여야 한다. 한국야구계가 이번 파동이 남긴 교훈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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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음주파동 김광현 이용찬 정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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