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야땅볼 치는 키움 이정후 16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KBO 프로야구 시범경기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3회말 2사 1루 상황 키움 이정후가 내야땅볼을 치고 있다. 결과는 1루수 송구 아웃.

▲ 내야땅볼 치는 키움 이정후 16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KBO 프로야구 시범경기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3회말 2사 1루 상황 키움 이정후가 내야땅볼을 치고 있다. 결과는 1루수 송구 아웃. ⓒ 연합뉴스

 
KBO리그 10개 구단 중 모기업 없이 스폰서를 받아 운영하는 유일한 구단인 키움 히어로즈는 매년 겨울 전력이 빠져 나가는 게 일상이었다. 2021 시즌을 앞두고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국가대표 유격수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했다. 2022년 시즌을 앞두고는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5번의 홈런왕을 차지하며 영구결번 1순위로 꼽히던 박병호(kt 위즈)가 팀을 떠났다.

하지만 키움은 '김하성도 없고 박병호도 없었던' 2022년 시즌 2014년과 2019년에 이어 창단 3번째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타율(.349)과 타점(113개), 최다안타(193개), 출루율(.421), 장타율(.575)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정규리그 MVP까지 휩쓴 이정후와 프로 입단 5년 만에 리그 최고의 에이스로 성장한 안우진의 대활약 덕분이었다. 하지만 키움은 2022년에도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한 걸음 부족했다.

올 시즌이 끝나면 이정후가 해외진출 자격을 얻는 키움은 올 시즌을 앞두고 오랜만에 공격적인 비시즌을 보냈다. 2012년의 이택근 이후 11년 만에 외부 FA 원종현을 영입했고 마지막 퓨처스FA가 될 확률이 높은 이형종을 데려 왔으며 이적이 유력했던 선발자원 정찬헌을 극적으로 붙잡았다. 어쩌면 해외진출 전 이정후의 마지막 시즌이 될지도 모를 올해 히어로즈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꿈에 도달할 수 있을까.

[투수] 토종 투수가 1선발인 유일한 구단
 
 키움 히어로즈 2023시즌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키움 히어로즈 2023시즌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 양형석

 
KBO리그의 거의 모든 구단은 외국인 투수를 에이스로 내세우고 있지만 키움은 유일하게 토종 투수가 에이스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2년 리그 평균자책점(2.11)과 탈삼진(224개) 1위, 다승 공동 2위(15승)에 빛나는 안우진이 있기 때문이다. 2022년 1억 5000만 원이었던 연봉이 올해 3억 5000만 원으로 상승한 안우진은 올해도 키움의 1선발로 각 팀의 외국인 에이스들을 상대할 예정이다.

2019년부터 키움에서 활약하며 4년 동안 51승 33패 2.71의 성적을 올린 에릭 요키시는 올해도 총액 150만 달러에 재계약하며 안우진과 함께 키움의 원투펀치로 활약할 예정이다. 외국인 투수 한 자리는 빅리그 통산 12승 16패 5.97의 성적을 올린 파나마 출신의 우완 아리엘 후라도로 채웠다. 만약 후라도가 요키시를 3선발로 내릴 정도의 활약을 선보인다면 키움은 안우진-후라도-요키시로 이어지는 리그 최고의 선발 트로이카를 구성할 수 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기록했다가 최근 3년 연속 한 자리 승수에 그치고 있는 최원태는 올 시즌을 통해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지난 3년간 한 번도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한 만큼 올 시즌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을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 5선발 자리는 지난 27일 정찬헌이 계약기간 2년 총액 8억 6000만 원에 키움에 잔류하면서 다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키움 불펜의 최대장점은 바로 가용자원이 많다는 점이다. 좌완에는 2022년 27홀드를 기록한 김재웅과 선발과 불펜, 마무리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이승호가 있고 우완은 문성현과 김태훈, 하영민 등이 언제든 필승조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량을 갖췄다. 전천후 잠수함 한현희(롯데 자이언츠)의 이적으로 상대적으로 잠수함 투수가 약해졌지만 경험이 쌓인 양현과 새로 영입한 변시원이 힘을 보탤 것이다.

다만 마무리 조상우의 군입대로 인해 붙박이 마무리 투수가 없다는 점은 키움 마운드의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키움은 2022년 정규리그 3위라는 좋은 성적을 올렸음에도 시즌 15개 이상의 세이브를 기록한 불펜 투수가 아무도 없었다. 물론 2022년에도 집단 마무리 체제로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좋은 성과를 만들었지만 한 시즌 동안 안정된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정 마무리를 발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타선] 타선 이끌어야 하는 '캡틴' 이정후 
 
인터뷰하는 이정후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가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 인터뷰하는 이정후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가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정후는 거포형 선수가 아님에도 리그에서 가장 높은 출루율과 장타율을 기록한 독특한 유형의 타자다. 그만큼 2022년 시즌 이정후의 활약은 단연 '군계일학'이었다. 만약 이정후가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활약을 이어간다면 내년에는 히어로즈가 아닌 메이저리그 구단의 유니폼을 입을 확률이 매우 높다. 이정후는 올해 팀의 주장까지 맡으며 자신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마지막(?) 힘을 쏟을 예정이다.

2022년 키움은 126경기에서 타율 .277 21홈런 73타점을 기록했던 야시엘 푸이그라는 외국인 타자를 보유했다. 하지만 재계약이 유력했던 푸이그는 시즌 후 불법 스포츠 도박 문제가 밝혀지면서 재계약이 불발됐고 키움은 2020년 키움 유니폼을 입고 65경기에 출전했던 에디슨 러셀을 재영입했다. 대다수의 야구팬들은 너무 위험한 영입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러셀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준다면 키움은 유격수와 중심타자 고민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2021년 유격수로 활약하며 타율 .304 170안타 66타점 99득점 46도루로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김혜성은 2022년 타율 .318 164안타 48타점 81득점 34도루로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KBO리그 역사에서 유격수와 2루수 골든글러브를 모두 받은 선수는 김혜성이 역대 처음이다. 2020 도쿄올림픽과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도 출전한 김혜성은 이제 명실상부한 리그 정상급 내야수로 불리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키움은 박병호 이적 후 2022년 시즌 내내 확실한 주전 1루수를 구하지 못해 고전했다. 결국 포스트시즌에서는 170cm의 단신내야수 김태진이 1루수로 활약해야 했다. 올해 시범경기에서는 장타력을 갖춘 송성문과 2022년 가을야구에서 2개의 홈런을 때려냈던 임지열이 많은 출전기회를 얻었다. 다만 송성문과 전병우, 김태진 등 1루수 후보들이 대부분 3루수 출신인 만큼 1루가 안정되지 못하면 핫코너까지 흔들릴 수도 있다.

2018년 134경기, 2019년117경기에 출전하며 키움의 주전외야수로 활약했던 임병욱은 2020년 햄스트링 부상으로 12경기 출전에 그친 후 상무 야구단에 입대했다. 2022년 9월에 전역한 임병욱은 올해 다시 주전 재진입을 노린다. 키움이 외국인 선수를 내야수 러셀로 영입한 만큼 임병욱에게도 기회가 주어지겠지만 임병욱이 주전자리를 탈환하려면 퓨처스FA 이형종을 비롯해 김준완, 이용규 등 기존 외야수들과의 쉽지 않은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주목할 선수] 호주에서 성장한 '9억팔'

덕수고의 심준석은 2022년 고교야구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로 KBO리그 구단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고민 끝에 드래프트 신청을 포기하고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계약하면서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택했다. 그리고 2020년에는 지난해의 심준석보다 야구팬들의 더 많은 관심을 받았던 특급 유망주가 있었다. 바로 심준석의 덕수고 2년 선배이자 KIA 타이거즈 장정석 단장의 아들인 장재영이었다.

고교시절부터 시속 160km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던졌던 장재영은 키움의 1차 지명을 받았고 키움은 안우진을 능가하는 재능을 가졌을지도 모르는 장재영에게 무려 9억 원의 계약금을 안겼다. 하지만 엄청난 기대를 받으며 KBO리그 도전에 나선 장재영은 루키시즌 19경기에 등판해 1패 평균자책점 9.17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장정석은 2022년에도 14경기에서 14이닝 12실점(평균자책점 7.71)으로 눈에 보이는 성장을 보여주지 못했다.

프로 입단 후 2년 동안 실망스런 결과를 보여줬지만 키움은 장재영에 대한 희망을 버릴 수 없었고 시즌이 끝난 후 장재영을 호주리그 질롱코리아에 파견시켰다. 그리고 장재영은 질롱코리아에서 선발투수로 활약하며 6경기에서 1승 2패 3.30이라는 안정적인 성적을 올렸다. 특히 30이닝을 던지면서 37개의 삼진(9이닝당 11.1개)을 잡았을 정도로 위력적인 구위를 뽐냈고 볼넷은 9개 밖에 내주지 않았다.

시범경기에서도 3경기에 등판해 9이닝 3실점(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한 장재영은 홍원기 감독으로부터 유력한 5선발 후보로 낙점 받았다. 물론 시즌을 앞두고 경험이 풍부한 정찬헌과 계약하면서 키움의 5선발 경쟁은 다시 안갯속으로 빠진 상태다. 하지만 키움팬들은 멀지 않은 미래에 안우진과 장재영으로 구성된 젊은 토종 원투펀치가 히어로즈의 선발진을 이끌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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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개막특집 10개 구단 전력분석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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