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공만 본다'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우루과이와의 평가전. 이강인이 드리블하고 있다.

▲ 이강인 '공만 본다'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우루과이와의 평가전. 이강인이 드리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새 감독을 데려온 축구대표팀이 6만 3952명의 대관중 앞에서 멋진 첫 승리를 노렸지만 그 뜻은 이루지 못했다. 지난 금요일 콜롬비아에게 2골을 내주며 비긴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세트 피스로 2골을 내주는 바람에 더 짙은 아쉬움을 남긴 것이다. 그래도 2001년생 동갑내기 이강인과 오현규의 자신감 넘치는 실력을 확인한 점에 큰 의미를 둘 수 있는 게임이었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28일(화)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서 1-2로 패했다. 손흥민에 이어 우리 남자축구 차세대 에이스로 떠오른 이강인의 자신감 넘치는 드리블과 크로스가 매우 인상적으로 찍힌 게임이었기 때문에 패배의 아쉬움은 조금 덜어낼 수 있었다.

이강인의 놀라운 팬텀 드리블 돌파

카타르 월드컵이 끝난 뒤 적어도 한 단계 이상 성장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두 선수가 가장 눈에 띄었다. 전반전에는 오른쪽 측면을 휘저었고 후반전에는 반대쪽까지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실질적인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맡은 이강인이 새로운 에이스로 떠올랐고, 70분에 교체 선수로 들어왔지만 가장 인상적인 공격 의지를 보인 오현규가 또 한 명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셈이다.

신임 클린스만 감독의 축구 스타일은 현역 시절 포지션처럼 '공격 앞으로' 바로 그것이었고 콜롬비아와의 첫 게임보다 박진감 넘치는 득점 기회들을 더 많이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좋은 평점을 줄 수 있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수비조직력 측면은 게임당 2골씩 내주면서 분명하게 구멍이 드러났기 때문에 앞으로 다시 모일 때마다 수비조직력 향상 숙제를 풀게 생겼다.

게임 시작 후 7분 만에 우루과이 주장 발베르데에게 위력적인 왼발 발리슛을 내줄 때부터 보이기 시작한 수비쪽 구멍이 9분 43초에 터진 우루과이의 첫 골 상황에 그대로 드러났다. 발베르데가 놓고 오른발로 차올린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에서 우리 수비수들은 상대 팀 키다리 선수를 너무 쉽게 놓치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우루과이의 키다리 센터백 세바스티안 코아테스를 어깨로 밀어내야 하는 수비수가 따라붙지 못해 프리 헤더 골을 내주고 말았다.

62분 50초에 내준 결승골도 프리킥 세트 피스에 의한 실점이었다. 김민재가 위험 지역에서 저지른 반칙으로 우루과이가 페널티 에어리어 바로 밖에서 직접 프리킥 기회를 잡았고 호아킨 피케레스의 왼발 킥이 날카롭게 우리 골문으로 날아든 것이다. 이 순간 조현우 골키퍼가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가까스로 쳐낸 공을 미드필더 마티아스 베시노가 기다렸다는 듯 가볍게 왼발로 밀어넣었다. 우리 수비수들 일부는 팔을 치켜들며 베시노의 오프 사이드 반칙을 주장했지만 피케레스의 왼발 프리킥이 맞는 순간 베시노의 위치는 온사이드였다.

우리 선수들은 0-1로 밀린 상태에서 시작한 후반전 초반 멋진 동점골을 뽑아내며 역전승 희망에 부풀기도 했다. 50분 23초, 오른쪽 측면에서 시원하게 넘어온 공을 이어받은 왼쪽 풀백 이기제가 감각적인 왼발 컷 백 크로스를 낮게 깔아주었고 이 공을 향해 달려든 황인범이 오른발 인사이드킥을 정확하게 차 넣은 것이다.
 
후반 교체 투입, 오현규 슛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우루과이와의 평가전. 후반 교체 투입된 한국 오현규가 슛을 하고 있다.

▲ 후반 교체 투입, 오현규 슛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우루과이와의 평가전. 후반 교체 투입된 한국 오현규가 슛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것 말고도 우리 선수들은 두 번이나 우루과이 골문을 더 열어내며 정말로 역전승을 거두는 듯 보였지만 두 개 모두 VAR 시스템 확인 끝에 아라키 유스케(일본) 주심이 노 골을 선언했다. 그중에서 83분 41초에 터진 교체 선수 오현규의 멋진 오른발 터닝슛 골이 너무나 아쉬웠다. 왼쪽 측면에서 이강인의 크로스가 날카롭게 뻗어나갔고 동갑내기 오현규는 우루과이에서 가장 체격 조건 좋은 수비수 세바스티안 코아테스를 등지고 180도 돌아서 오른발로 시원하게 때리는 마무리 결정력까지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오현규의 이 극장 동점골은 아슬아슬하게도 오프 사이드 판정을 받고 말았다.

그래도 이강인은 웬만해서 중심을 빼앗기지 않는 유연한 드리블 실력, 키핑-탈압박 실력은 물론 언제나 위력적으로 뻗어나가는 측면 크로스 실력을 맘껏 자랑했다. 특히 38분 오른쪽 구석에서 보여준 '팬텀 드리블 후 크로스' 동작은 수많은 축구팬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이강인 바로 앞에 호아킨 피케레스와 호나탄 로드리게스가 겹수비를 펼치고 있었지만 정교한 팬텀 드리블 돌파 실력도 모자라 반 박자 빠른 오른발 크로스 타이밍까지 완벽하게 구현한 것이다.

이 크로스를 받은 황의조가 공 높이를 따라가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양 측면을 맘껏 휘저으며 크로스, 공간 침투를 해내는 이강인의 재능은 주장 완장을 차고 팀을 이끌고 있는 손흥민의 실력에 실제로 근접했다고 평가할 만했다.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결과(3월 28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

한국 1-2 우루과이 [득점 : 황인범(50분 23초,도움-이기제) / 세바스티안 코아테스(9분 43초,도움-페데리코 발베르데), 마티아스 베시노(62분 50초)]

한국 선수들
FW : 황의조(70분↔오현규)
AMF : 이재성(90+1분↔조규성), 손흥민, 이강인
DMF : 정우영(34분↔손준호), 황인범
DF : 이기제, 김영권, 김민재, 김태환
GK : 조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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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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