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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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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질문은 단순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사 정보공개법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였다. 여기에 대한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답변은 구체적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범죄 수사를 막아보려는 것이라면 사법 시스템을 흔들고 망가뜨려서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보다 특정인이 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내용을 명문화하는 법을 만드는 게 그나마 덜 피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동훈 장관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로 들어가면서 취재진을 만나 한 얘기다. 더불어민주당이 수사 검사의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게 하는 법안 추진을 '검토중'에 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차라리 '이재명 처벌 방지법'을 발의라고 응수한 것이다.

이틀 뒤인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사회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 발언이 다시 소환됐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이 물었다. "그 법안을 누가 준비하고 있냐"라고. 해당 법안은 발의도 안 됐고 준비하고 있다는 의원도 현재로서는 없다는 뜻이다. 한 장관은 대답 대신 되물었다. 

"그런 법, 추진 안 하실 겁니까?"

김 의원은 '법안의 구체적 내용을 아냐'고 다시 물었다. 한 장관은 "모른다"고 했다. 김 의원은 "정보 공개 대상, 내용, 범위 다 다를 수 있다. 법안 내용도 모르고 비판하는 건 성급하고 무책임하지 않나"라며 "이 법안을 야당 대표와 연관지어 특정인 수사를 막기 위한 법이라고 말하는 건 과하다"고 지적했다. 

"아닙니까? 이재명 대표 수사와 정말 관련이 없습니까?"

한 장관은 또다시 질의에 질문으로 받아쳤다. 

"정당의 당수를 수사한다는 이유로 극렬 지지자들에게 검사 신상 털고 공격하라고 하는 그런 국가가 어디 있습니까. 지금 말한 법안(검사 신상 정보 공개)이 이재명 대표 수사 막기 위한 취지가 정말 아닙니까?"

김 의원은 "정말 (그런 취지가) 아니"라며 "앞서 장관이 부적절한 발언을 했으면 사과한다고 했는데, 사과할 의향 없냐"라고 물었다. 이같은 질의에 한 장관은 '청담동 룸살롱(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한 장관에 대해 청담동 룸살롱 의혹을 제기한 것)' 얘기를 꺼냈다.

"청담동 룸살롱 뻥친 것과 그게 같습니까?"

국회 본회의 회기 중 국정의 특정 분야를 대상으로 국회의원이 정부에 대해 하는 질문. '국회 대정부질문'의 사전적 정의다. 그러나 국무위원인 한 장관은 국회의원의 질의에 역으로 질문으로 응수했다. 

'대정부질문'에 '질문'으로 응수한 한동훈 

이 같은 상황은 계속됐다.  
 
김남국 (아래 김) : "현재 중앙부처와 지자체에서 공무원의 직급과 이름, 연락처를 공개합니다. 법무부도 직원 실명을 공개하고 있죠."
한동훈 (아래 한) : (이미 하고 있는데) 그럼 법을 왜 만드는 겁니까?" 

김 : "수사 중인 사건의 담당자를 공개할 수 있다는 거죠. 일선 공무원과 검사가 어떤 차이가 있나요. 해당 법안의 구체적 내용도 모르면서 과민반응하십니까." 

한 : "이재명 룰이다, 조국 룰이다, 이재용 룰이다 이런 식으로 되면 만드는 과정의 순수성을 의심 받습니다. (중략) 어떤 정보입니까. 검사의 가족관계? 검사의 휴대폰 번호? 이름, 직급, 부, 소속은 이미 공개돼있습니다. 이걸 넘어서는 어떤 정보입니까?" 

김 : "민주당이 검사의 가족관계, 연락처를 공개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까. 법안 내용도 확정되지 않았는데 야당 정치인을 엮어서 비판하는 건 장관의 발언으로 부적절합니다."

한 : "그럼 뭘 원하시는 겁니까? 누구 말이 맞는지 국민이 판단할 겁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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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는 '수사 중인 검사를 바꿔 달라는 '기피' 신청을 할 수 있게 하는 법안(형사소송법 개정안)' 내용으로 옮겨갔다. 
 
김 : "검사 기피 제청 법제화 발언에 대해서도 이재명 방탄법이라고 비판하셨죠. 해당 법률은 언제 발의됐죠." 

한 : "의원님이 (발의) 하셔서 (의원님이) 아시겠죠."
김 : "2020년 8월에 발의했습니다. 어떻게 이재명 당 대표 수사를 막기 위한 법인가요?" 
 

한동훈 장관은 이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또다시 '질문'했다. 

"검사 기피를 허용하는 나라가 있나요?" 
 
김 : "호주에 있습니다."
한 : "호주에 있으니 하겠다는 취지인가요?" 
김 : "제 질문은 2020년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어떻게 '이재명 당 대표 수사를 막기 위한 법을 발의할 수 있냐'는 겁니다." 

한 : "제가 한 1~2분짜리 답변을 안 읽어보셨군요. 그런 식으로 추진한다면 안 된다는 취지입니다. 법 하나하나에 대해 얘기한 게 아닙니다. 수사 받는 사람이 계속 기피 신청을 이어가면 정상 수사가 이뤄지지 않습니다. 전세계적으로 통용되지 않습니다."
 

한 장관은 또다시 질문으로 말을 맺었다.

"제2의 검수완박 추진, 국민이 용인하겠습니까?"

"질문에 다른 방식으로 답변, 오만하다" 

앞서 진행된 질의에서도 유사한 장면이 반복됐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공직을 도박하듯 걸어서는 안 된다고 하시더니, 또 언제(청담동 룸살롱 의혹 당시)는 장관직을 포함해 모든 걸 걸겠다고 하셨다"라며 "발끈하면 왔다갔다 하는 게 (한 장관의) 캐릭터냐"라고 물었다. 한 장관은 "저는 민주당이 사과해야 한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 "캐릭터를 물어봤는데, 다른 방식으로 답변하는 게 능하시네요." 
한 : "민주당이 사과할 의향이 없는지 다시 묻고 싶습니다."


김민석 의원은 이어 "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공정하냐 여론조사하면 50% 이상이 불공정하다고 답이 나옵니다, 알고 있냐"고 물었다. 

한 : "죄는 증거와 팩트로 정하는 거지 여론조사로 정하는 게 아닙니다."
김 : "제가 여론조사 결과를 물었잖아요, 장관님."
한 : "의원님 프레임 안에서만 답해야 하는 건 아니죠, 의원님."


김 의원은 "야당은 100대 때리고 대통령 부인은 한 대도 안 때려서 조사마다 (불공정하다 의견이) 50%를 넘는다. 국민이 바보인 줄 아냐"라며 "오만하게 대답하지 마십시오. 국민 판단에 대한 본인 의견을 말하라"라고 목소리 높였다. 

여기에 한 장관은 역시나 '질문'으로 답했다. 

"적폐수사를 제가 전담할 때 저를 응원하시더니, 왜 입장이 바뀌셨나요?"

한동훈 "제 검사 인생 화양연화는 문재인 정부 시절" 

이같은 설전이 계속되자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을 향한 적개심을 버리라"고 조언했다. 

"3일간 대정부 질문을 지켜보며, 한 장관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강한 적개심을 갖는 거 같아 안타깝습니다. 법무부장관이 야당에 적개심을 갖는다면 검찰에서 야당을 수사할 때 그 사건이 공정하다고 국민이 생각하겠습니까. 한 장관이 감정은 상해도 적개심은 제발 버리시길 바랍니다."

그러자 한 장관은 "진심으로 다시 한 번 생각하겠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민주당에 적개심이 없습니다. 제 인생 보시면 알겠지만 제 검사 인생의 화양연화는 문재인 정권 초반의 그 수사들이었습니다. 그 당시 저를 응원해줬고 열렬히 지지해주셨죠. 그때와 저는 달라진 게 없습니다. 오해가 있으면 서로 풀었으면 좋겠습니다." 

태그:#사회분야 대정부질의, #한동훈, #김남국,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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