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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하 경남진보연합 대표.
 이병하 경남진보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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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과 검찰이 만들어주는 삼류소설을 받아쓰고 있다."

경남 창원·진주·서울에 거주하는 통일·진보운동단체 활동가들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건을 두고 보수언론들이 '창원 간첩단 사건' 내지 '자주통일 민중전위' 등의 조직이 있었다는 식으로 보도하자, 이병하 경남진보연합 대표는 "정론직필이라는 단어 앞에 부끄럽지 않느냐"며 이같이 따졌다.

특히 공안당국 수사 대상에 오른 활동가들이 북한으로부터 '윤석열 타도 투쟁을 하라' 등의 지령을 받고 실행에 옮겼다는 보도와 관련해선 "시민사회를 무시하는 주장"이라고 분노했다.

국정원과 경찰은 지난해 11월 9일 활동가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국정원은 1월 28일 4명을 체포해 연행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일 이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은 현재 국정원 인근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돼 있다.

이번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건에서 자주 거론되는 단체 중 하나는 경남진보연합이다. 이 단체는 경남지역 진보적인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됐으며, 통일·민중운동뿐만 아니라 적폐청산 등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병하 경남진보연합 대표는 경남도청 공무원 출신으로, 공무원노조 활동으로 해직됐다가 복직한 뒤 정년퇴직했다.

경남진보연합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건이 벌어지자 '정권위기탈출용 공안탄압저지 국가보안법폐지 경남대책위'를 결성해 대응하고 있다.

경남대책위는 국정원과 검찰의 주장에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구체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 나중에 기소될 경우 법정에서 반격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병하 대표는 최근 보도되고 있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해 '조작'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그와 8일 나눈 대화 내용이다.

"북 지령문 받고 활동했다는 건 조작"
 

- 일부 보도를 보면 '자주통일 민중전위(자통)'라는 조직이 있다는데.

"태어나 처음 듣는 이름이다. 삼류소설이나 중국 무협지에서조차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름이다."

- 경남진보연합 관계자들이 자통의 주축이 돼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한미연합훈련 반대했으며, 이같은 활동이 북의 지령문 내용과 유사하다는 기사도 나왔다.

"지령문을 받고 활동했다는 것은 조작이다. 일부 보수언론이 보도한 지령의 내용이라는 것을 봐도 공식적인 활동을 지령에 의한 것인양 둔갑시키고 있다. 경남진보연합은 공식적인 회의를 통해 사업을 결정하기에 지령에 의한 사업은 있을 수 없다."
 
민생·민주·평화 파탄 윤석열심판 경남운동본부는 2022년 10월 13일 오후 국민의힘 경남도당 앞에서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국회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민생·민주·평화 파탄 윤석열심판 경남운동본부는 2022년 10월 13일 오후 국민의힘 경남도당 앞에서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국회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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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정권심판 경남운동본부는 어떤 단체이고 어떻게 해서 구성됐나.
 

"박근혜퇴진 경남운동본부가 문재인정부에서 적폐청산경남운동본부로 명칭을 변경했다. 윤석열정권 출범 이후에도 한동안 적폐청산경남운동본부로 있었다.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이 총체적인 무능과 무지, 무대책으로 이어져서 경남지역의 시민사회의 불만이 높아졌다. 강화된 한미군사훈련 등으로 남북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졌다.

지난해 10월초 적폐청산경남운동본부 대표자회의에서 명칭을 윤석열심판 경남운동본부로 변경하고, 민생·민주·평화 파탄 윤석열 심판과 관련된 활동을 하기로 결정했다. 현재는 경남지역 시민사회, 진보단체, 진보정당 등이 참여하고 있다."
      
- 윤석열정권심판 경남운동본부가 북의 지령을 받아서 결성됐다는 식의 보도가 8일 나왔다.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며, 시민사회를 무시하는 주장이다. 윤석열정부의 민생 파괴, 민주 파괴, 평화 파탄이 경남운동본부를 만들게 했다."
 
- '한미연합 훈련 중단' 요구를 비롯해 미국에 적대적 분위기를 조장하는 활동도 북의 지령에 의한 것인가.


"한미군사훈련 반대는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사람들의 활동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반대한다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여기에 무슨 지령이 있겠느냐? 말도 안되는 조작이다."

- 평창동계올림픽 이후인 2018년 11월 발족한 '서울 남북정상회담 창원시민환영단'은 어떤 활동을 했나. 이 단체도 북의 지령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문재인정부 때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했고 그때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하기로 약속이 돼 있었다. 해방 이후 처음으로 진행되는 서울 정상회담이기에 도민들에게 알려내고, 평화와 통일을 함께 이야기하자고 환영단을 만들었던 것이다. 평화와 통일에 대한 시민 캠페인, 문화제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서울 정상회담 환영단은 경남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꾸려졌다."

- 일부에서는 2018년 9월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 때 '단일기'로 북 선수단을 응원했던 것도 북의 지령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창원에 북녘 동포들이 오는데 모른 척 해야 하느냐? 동포에 대한 예의를 북 지령, 북 지령 운운하는데 우리 민족의 화합과 평화통일을 꿈꾸는 양심적 시민, 활동가들을 모욕하는 것이다. 그때 북측 선수단 참가에 대해 언론들은 '평화의 상징'으로 표현했다."

"허위·조작에 엄정 대응할 것"

- 보수 언론사들의 관련 보도들을 보고 어떻게 생각했나.

"국정원과 검찰이 만들어주는 삼류소설을 받아쓰고 있다. 정론직필이라는 단어 앞에 부끄럽지 않은지, 자신의 양심 앞에 부끄럽지 않은지, 역사와 민족 앞에 부끄럽지 않은지 반문하고 싶다. 기자로서 양심을 바라는 것은 사치일까? 거짓으로 인권을 짓밟는 기사들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끼기를 바란다."

- 따로 보도에 대응하진 않았나.

"국정원과 해당 기자들을 피의사실공표의 공동정범으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 체포·구속된 4명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당사자들은 조작 사실을 밝히기 위해,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당당하고 지내고 있다. 혈액암을 앓고 있는 1명을 제외한 3명은 조사하겠다는 국정원의 강제인치를 거부하며 10여 일 단식중이다. 지인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면회를 하고 있기에 큰 걱정을 안 한다. 하지만 구속→재판→무죄의 악순환이었던 국가보안법으로 인한 불행한 과거를 돌이켜 볼 때 우려도 된다."

- 이번 국정원의 수사가 2020년 개정된 국정원법에 따라 2024년 1월부터 시행되는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폐지를 막으려는 의도라는 주장도 있다.

"당연히 그렇다고 본다. 제가 공무원인 시절에도 부서의 존폐와 업무조정을 자존심과 생사여탈의 문제로 보는 경우들이 있었다." 

- 일명 '창원 간첩단 사건'이라는 표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말도 안 되는 이름이다. 간첩 일을 한적도 없는 사람들을 잡아다가 간첩으로 낙인찍는 마녀사냥이다. 창원 간첩단이라고 표현을 한 사람은 창원시민들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다. 공안기관과 보수언론에 의해 조작된 자극적인 표현으로 관심을 꺼려보려는 유치한 행위는 시대에 맞게 제발 사라지면 좋겠다."

- 앞으로 법적 대응 계획은?

"허위와 조작, 인권과 헌법 무시 등 난폭한 행위에 대해서는 변호사와 의논하며 미래를 위해 엄정 대응할 것이다."
 
‘정권위기탈출용 공안탄압저지 국가보안법폐지 경남대책위‘는 2023년 1월 30일 오후 경남 창원에 있는 국가정보원 경남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안당국의 기습적인 연행을 규탄한다. 진보 민중 활동가, 통일운동가를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정권위기탈출용 공안탄압저지 국가보안법폐지 경남대책위‘는 2023년 1월 30일 오후 경남 창원에 있는 국가정보원 경남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안당국의 기습적인 연행을 규탄한다. 진보 민중 활동가, 통일운동가를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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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국가보안법, #경남진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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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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