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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가 12일 공개한 녹취록 중. 중앙에 "검찰 수사 무마 로비스트"로 김만배를 표현했다.
 <뉴스타파>가 12일 공개한 녹취록 중. 중앙에 "검찰 수사 무마 로비스트"로 김만배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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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을 주도한 민간 사업자들의 대화를 녹음한 '정영학 녹취록'을 살펴보면 검찰 수사와 관련된 현안이 언급될 때마다 등장하는 기자 2명이 있다.

한 명은 대장동 사업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기자고, 다른 한 명은 역시 <머니투데이> 소속이었던 배성준 전 기자다. 이들은 모두 <머니투데이> 법조팀 기자로 일했고 차례로 법조팀장을 맡았다.

1995년 YTN에 공채로 입사한 배 전 기자는 2011~2013년 법조팀장을 역임했고 이후 보도국 내에서 승진을 거듭, 2018년 보도국 선임기자가 됐다. 하지만 그 해 말 야근전담 PD로 좌천성 발령이 나면서 2019년 2월 <머니투데이>로 이직했다. 그는 2015년 천화동인 7호를 설립해 직접 대장동 사업에 참여했고 120억여원에 달하는 배당수익을 챙겼다. 

김만배 전 기자를 대장동 사업에 끌어들인 것도 배 전 기자였다는 증언도 나왔다. 남욱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관련 재판에서 "2011년 배성준 기자를 통해 김만배 기자를 소개받았다"고 말했다. 

법조팀장 인맥이 청탁 경로?

정영학 녹취록을 살펴보면 배 전 기자는 2013년 3월 정영학 회계사와 김만배 기자의 전화통화에서 검찰 수사 관련 사안을 맡고 있는 주요 인물로 언급된다. 배 전 기자가 남욱 변호사 관련 현안을, 김 전 기자가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알선 혐의를 받았던 조우형씨 사안을 도와주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대화를 나눴다. 

남 변호사는 당시 경기 고양시 풍동2지구 개발 사업과 관련해 예금보험공사로부터 배임 혐의로 고발된 상태였다. 

[2013년 3월 7일 김만배-정영학 전화통화]

정영학 : "지난 번 거는 배(성준) 기자가 맡고 있는 거 아닙니까?"
김만배 : "아니 금조1부(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에 있는 거는 형이 맡았어. 풍동꺼는 배 기자가 맡고 있는 거지."
김만배 : "풍동 꺼에 남욱이 문제는 (배)성준이가 맡고 있고, (조)우형이 문제는 형이 박영수 (전 서울)고검장님네 양재식 변호사보고 하라고 했고. 응?"
정영학 : "네."
김만배 : "그리고 이강길(대장동 초기 사업 개발자로 알려진 인물)이 저 (남)욱이 문제 그거. 그거는 형이 맡고 있고."
정영학 : "예. 하여튼 잘 덮어야 됩니다."


풍동지구 사업과 관련된 남욱 변호사에 대한 수사를 검찰을 출입하는 배 전 기자가 개입해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취지로 읽히는 대화다. 이전 녹취록에서도 남 변호사는 검찰 수사 관련 사안은 김만배 기자 등을 통해 청탁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여러 차례 언급했다. 지난 2012년 8월 18일 남욱-정영학 간 전화통화가 대표적이다. 

남욱 : "예예예예. 성준이형(배성준 기자)도 야, 수원 일은 이제 만배형한테 얘기해. 김수남 검사장하고 완전 깜(..)이야." 

남욱 변호사가 배 기자로부터 '김만배 기자와 김수남 당시 수원지검장(2017년 검찰총장으로 퇴직)이 매우 친하다'는 얘길 들었다고 밝히는 대목이다.

남 변호사도 지난해 11월 21일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김만배 전 기자가 당시 김수남 수원지검장에게 최윤길 성남시의회 의장의 뇌물 수수 사건을 잘 봐달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전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2012년 8월 당시 최윤길 성남시의회 의장은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내사를 받고 있었다. 최 전 의장은 당시 기소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같은 정영학 녹취록 내용에 대해 김만배 전 기자는 "김수남 전 검찰총장에게 청탁한 적이 전혀 없다고 검찰에 진술했다"는 해명을 한 상태고, 김 전 검찰총장도 녹취록 내용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배성준, 2011년 YTN 내부 '검찰 로비 미수 의혹'에도 등장
     
2011년 3월 말 경 류아무개 당시 YTN 경영기획실장이 배성준 법조팀장에게 전하라며 법조팀 기자에게 건넨 서류 봉투 속에 든 음악회 VIP 좌석 티켓 봉투들. 검찰총장, 대검 간부, 서울중앙지검 1차장 등 검찰 간부 5명의 이름이 수신인으로 적혔다
 2011년 3월 말 경 류아무개 당시 YTN 경영기획실장이 배성준 법조팀장에게 전하라며 법조팀 기자에게 건넨 서류 봉투 속에 든 음악회 VIP 좌석 티켓 봉투들. 검찰총장, 대검 간부, 서울중앙지검 1차장 등 검찰 간부 5명의 이름이 수신인으로 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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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전 기자는 2011년 YTN 재직 당시에도 '검찰 로비 미수' 사건에 연루된 적이 있다. 류아무개 당시 YTN 경영기획실장이 법조팀장이었던 배 전 기자에게 부탁해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사들에게 사건을 청탁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2011년 3월 말 경, 류 전 실장은 자신이 노종면 당시 해직기자(현 기획조정실장)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정보를 담은 메모와 검찰 간부 5명에게 줄 음악회 VIP 좌석 티켓을 함께 동봉해 배 전 기자에게 전하려 했다.

당시 노 기자의 명예훼손 사건은 2심 첫 공판을 며칠 앞두고 있었다. 류 전 실장은 A4 용지에 재판 사건번호와 담당 공판 검사 이름, 항소심 1차 공판 날짜를 적은 후 자필로 "배성준 씨. 잘 좀 부탁해!"라고 썼다. 

동봉된 편지봉투 5개엔 '○○님께'라며 검찰 간부 5명의 이름과 직책이 적혀있었다.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 대검찰청 간부,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를 포함한 검사장급 간부 5명이었다. 봉투 속엔 20만 원 상당의 음악회 VIP석 티켓이 2장씩, 총 10장이 들어 있었다. 당시 YTN이 주최했던 행사였다.

음악회 티켓은 검찰 간부 5명에게 전달되지는 않았다. 배 전 기자보다 먼저 봉투를 전달받은 법조팀 기자가 문제의식을 느껴 노동조합에 제보했기 때문이다. 서류봉투도 류 전 실장에게 그대로 돌려줬다. 이 문제는 당시 YTN 노조에 의해 공론화됐다.  

류 전 실장은 당시 언론에 "법조언론인클럽 주최로 김준규 검찰총장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이번 공연 초대권을 주면 오겠다'는 이야기가 나와 회사 차원에서 초대권을 보냈던 것으로 청탁, 로비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배성준 기자, 잘 부탁해' 메모도 "법조 출입 기자 대부분이 노조원이기 때문에, 노종면 편을 들지 말고 제발 중립적인 입장에서 취재를 제대로 해달라는 입장을 적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류 전 실장 역시 KBS·YTN 등에서 오랫동안 법조 기관을 취재한 기자 출신이다. 그는 유력 일간지·방송사 등의 법조 출입 기자들이 주로 가입하는 '법조언론인클럽'을 2007년 설립한 초창기 멤버로, 설립 직후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다. 2011년~2013년엔 4대 집행부에서 부회장을 맡았고, 2015년엔 6대 회장을 역임했다.

노종면 기자는 자신의 SNS에 이 사건을 재조명하며 "대장동 일당에게 '힘의 근원'이 되어준 검찰, 대장동 일당이 '붙잡고' 있던 검찰, 그 거간꾼은 법조출입 기자였다"고 비판했다.

또 2011년 사건을 두고 "티켓과 메모는 검사들 손에 넘어가기 직전 노조가 입수를 했고 배성준이 역할을 할 수 없었지만 난 지금도 그걸로 끝이 아니었으리라 의심한다"며 "(이제라도) 배성준이 법조출입 또는 팀장하며 쓴 기사들 전수 조사해서 문제 있는 기사들이 발견되면 공개하고 삭제하고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는 배성준 전 기자에게 정영학 녹취록 속에 언급된 내용과 YTN 재직 당시에 있었던 '티켓 선물' 전달 미수 사건 관련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그의 휴대전화의 전원이 꺼져 있어 연락이 닿지 않았다.

[관련기사] 
- 김만배와 8명의 법조팀장들, 그들이 모두 거쳐간 '이곳' https://omn.kr/22dzy

태그:#법조팀장, #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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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기자입니다. 제보 young@ohmynews.com / 카카오톡 rockyrkd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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