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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 발언에 논란이 일고 있다. UAE와 이란은 서로를 잠재적인 위협으로 여기면서도 경제적으로 긴밀히 엮여 있는 등 양면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들어 관계 회복이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두 나라 사이를 어설프게 이간질한 셈이다.

이란 정부는 즉각적인 반발에 나섰다. 나세르 카나디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한국 외교부의 설명을 기다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국 외교부는 아크부대 장병들을 격려하는 차원이었다면서 한국과 이란의 관계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란 정부는 재차 한국 대사를 불러들여 '즉각적인 설명'을 요구하며 항의하는 등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선박 통과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해외순방 때마다 불거지는 윤석열 대통령의 잘못된 발언과 한국 정부의 이후 수습 과정의 미흡함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 더 뼈아프게 다가온다. 그런데 이번 순방에서 "UAE의 적은 이란" 발언보다 더 앞선 문제는 따로 있다.

증가하는 한-UAE 무기 수출

윤 대통령의 이번 UAE를 방문을 계기로 방위사업청과 UAE의 방산 획득을 담당하는 타와준 위원회 간에 '한-UAE 전략적 방위산업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양국은 MOU를 통해 방위산업 및 국방기술 협력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공동 투자, 연구 및 기술 개발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의 방문에는 한국의 3대 방산업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도 동행했다. KAI는 이번 방문에서 UAE와 다목적 수송기 국제공동개발 MOU를 체결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자회사 한화시스템을 통해 지난 12일 UAE 아부다비 지사를 개소해 "중동·북아프리카 개척 전초기지"로 삼기로 했다.

UAE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이미 한국의 중동 지역 방산 수출 주요 고객이다. 사우디와 UAE는 2020년 산업연구원에서 발표한 방산수출 10대 유망국가 중 각각 3위와 7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는 2014년 보고서의 7·9위보다 상승한 것이다. 유망국가로 선정된 요인 가운데는 '분쟁 가능성'(각각 매우 높음·보통)도 있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한국의 대 UAE 무기류 수출 규모는 총 13억 6천만 달러이며 증가하는 추세다. 2017년에 천무 다연장로켓 발사대 등을 수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작년에는 한국형 패트리엇이라 불리는 천궁-II 지대공 미사일 35억 달러어치 수출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올해 실적은 더욱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한-UAE 무기류 수출 현황(단위: 억 달러) 자료: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한-UAE 무기류 수출 현황(단위: 억 달러) 자료: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 전쟁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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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국가들이 사우디·UAE로 무기 수출을 금지했던 이유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UAE와 사우디가 예멘 내전에 개입하고 있다는 이유로 주요 무기 수출을 잠정 중단했다. 미국뿐 아니라 독일, 이탈리아 등도 같은 이유로 두 나라에 대한 무기 수출을 금지하거나 제한한 바 있다. 사우디의 경우 언론인 카슈끄지 살해 사건도 큰 영향을 미쳤다.

2014년에 시작된 예멘 내전은 사실상 내전을 가장한 수니파 대표국가 사우디 주도의 연합군과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시아파 대표국가 이란의 대리전으로 여겨진다. 내전이 시작된 이래 15만 명 이상이 사망했고, 400만 명 이상의 국내 실향민과 난민이 발생했다. 식량 위기와 환경 파괴도 심각한 상황이다.

사우디와 UAE는 예멘 내전에서 수많은 전쟁범죄를 저질렀다. 2018년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와 UAE가 이끄는 연합군은 예멘 내전에서 수천 명의 민간인을 학살하고, 포로를 고문하고, 민간인을 강간하고, 소년병을 모집했다. UAE군이 2020년 예멘에서 완전히 철군하긴 했지만, 그 이전부터 직접 개입보다 자국의 지원을 받는 현지 민병대 및 무장조직을 통한 간접적 영향력 확보를 추구해왔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2019년 유엔 보고서는 예멘 정부와 UAE, 사우디, 후티 반군 이외에 무기를 공급한 미국, 영국, 프랑스, 이란 역시 예멘 내전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몇 년 전부터 UAE와 사우디에 본격적으로 무기를 수출하며 이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한국 정부도 같은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한국군은 2011년 이래로 UAE에 아크부대를 파병해 특수전 부대에 대한 교육 훈련도 진행해왔다.
 
한국정부의 UAE 무기수출을 비판하는 기자회견
 한국정부의 UAE 무기수출을 비판하는 기자회견
ⓒ 전쟁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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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주의 불량국가, 전범국가와 협력하는 한국 정부

한국은 사우디(72), UAE(40)외에도 미국의 주요 싱크탱크인 카토 연구소가 2021년 발표한 무기거래 위험지표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한 이라크(89), 미얀마(81), 나이지리아(80), 이집트(78), 터키(77), 필리핀·태국(72), 이란(71) 등에 군사무기를, 나이지리아, 터키, 필리핀, 스리랑카(66), 방글라데시·니제르(65) 등에 최루탄 등 경찰무기를 수출해왔다.

이 지표는 소형무기 및 경무기의 확산, 전용, 오용 등의 위험을 수치화한 것으로 100에 가까울수록 큰 위험성을 나타낸다(참고로 한국은 16이고 일본은 13이다. UAE의 수치는 비록 상대적으로 낮지만 예멘 내전에서 한 발 빼서 그렇지 UAE로의 무기 수출은 여전히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소형무기 및 경무기의 확산, 전용, 오용이 얼마나 심한지 예멘 내전에서도 한국이 직접 수출했다고 알려지지 않은 한화 세열수류탄이나 국방과학연구소와 LIG넥스원, 한화가 공동 개발·생산한 대전차미사일 현궁이 발견되기도 했다.

위에 나열된 곳은 모두 분쟁 지역이며, 민주화 정도가 낮은 국가들이다. 군사무기와 경찰무기는 모두 각각 방위사업청과 경찰청의 허가를 받아야 수출할 수 있다. 이 절차는 대단히 불투명하며 방위사업법 및 대외무역법상 "국제평화"를 추구하는 수출통제 제도의 본디 역할을 못하고 있다. 독재자와 전쟁범죄자의 손에 한국 정부가 무기를 쥐어준 것이다.

한국 정부는 분쟁 지역 및 권위주의 국가와의 방산협력과 방위산업 진흥 정책, 수요만 있으면 용처가 어디든 따지지 않고 수출하는 무분별한 무기 수출 관행을 당장 폐기해야 한다. 더 이상 전쟁범죄와 인권탄압의 공범이 되어서는 안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전쟁없는세상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윤석열, #아랍에미리트, #이란, #무기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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