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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만났던 한 여성 노동자는 회사에서의 실적 압박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었다. 그는 약을 먹은 후 쏟아지는 잠 때문에 밤에는 자녀들의 숙제를 제대로 봐주지 못하고, 아침에는 식사를 제때 챙겨주지 못하는 등 자녀들에게 소홀해졌다며 미안함을 토로하고 있었다. 하필 그 시기는 코로나19로 인해 등교가 제한되면서 가정에서 자녀들에 대한 돌봄 필요가 높아졌던 시점이기도 했다. 이 상황에서 그가 느끼는 죄책감과 가정에서의 압박은 회사로 인해 나빠진 정신건강을 회복하는 데에 지장을 주고 있었다.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가정은 어떠한 영향을 줄까? 노동자들이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고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조처를 하게 되는 데는 그 건강 상태에 대한 가정이나 직장 및 주변 사람들의 반응, 제공된 의료 서비스 및 해당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모두 영향을 미친다. 그런 점에서 노동자가 질병과 함께 살아가는 경험은 사회적으로 위치 지어지며, 요양과 일터로 복귀하는 모든 과정에도 적용된다.
 
여성 노동자의 정신건강에는 가정 영역도 큰 영향을 미친다.
 여성 노동자의 정신건강에는 가정 영역도 큰 영향을 미친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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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문제를 겪은 노동자의 직업 복귀 경험

2021년 스웨덴의 한 연구팀에서 정신건강 문제로 병가를 쓴 노동자들이 직업 복귀 기간 동안 개입과 재활을 어떻게 경험했고 그 경험에 젠더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았다.1) 연구팀은 우울증과 불안장애 및 스트레스와 관련된 질환이 포함되는 "흔한 정신 질환"으로 지난 2년 내 병가를 냈고, 직업 복귀를 하기 위해 직업보건서비스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남성 15명, 여성 13명에 대해 7팀으로 나누어 초점 집단 면접을 시행했다.

직장 복귀 개입 및 재활 활동의 경험 면에서 노동자들은 공통으로 마음 챙김 프로그램 등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직장에서 해당 노동자의 업무량을 줄여주거나, 직무를 변경해주거나, 재택근무를 하게 하거나 별도의 근무 공간을 마련해주는 등 개별적 조정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했다. 또한 직업 복귀를 위한 다양한 단계에서 각종 절차에 대한 자세한 도움을 총괄적으로 줄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했다. 한편 노동자들은 직업 복귀 개입 및 재활 활동 종사자들이나 회사가,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에 이해가 부족함을 경험했으며, 이에 정신적으로 불건강한 상태에 있는 동료들을 지원하는 방법에 대한 트레이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젠더에 따른 차이

정신적으로 불건강하다는 것에 대한 자신의 이해 측면에서 젠더 차이가 있었다. 남성들은 여성들보다 자신들이 정신적으로 불건강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더 어려움을 겪었다. 그들은 타인과 자신들의 감정적인 면을 공유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고 그것이 자신들을 취약한 위치에 놓이게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남성들은 가정에서 자신들의 파트너가 그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빠르게 이해하고 그들의 회복을 위해 감정적인 면을 비롯한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고 응답했다. 파트너의 가사 노동 전담 같은 것이 그 예시다.

이에 반해 여성들은 자신들의 상태를 대체로 빠르게 받아들이고 이해했다. 하지만 감정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파트너를 통해 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자신들의 상태에 대한 이해를 친구로부터 받는 것이 더 흔했으며, 파트너로부터 가사노동에 대한 지원을 받기 위해 소통하는 데서 어려움을 겪었다. 여성들은 또한 병가의 주된 원인이 일과 관련한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이 겪는 총 압박을 줄이기 위해서 가정에서 받는 요구를 조정하기 위한 도움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가정에서의 요구에 대한 책임을 다 할 수 없다는 것과 병가기간 동안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다고 더 많은 가사노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을 파트너에게 전달할 수 있는 대화법이나, 집에서 휴식할 수 있는 순간을 찾는 전략 등에 관한 도움이 그 예시다. 남성들이 병가 동안 가정 관련한 일에 대해 파트너에게 이해를 구하는 것이 이전보다 더 쉬웠다고 응답한 것과 차이를 나타낸 대목이다.

또한 직장에서 필요한 조직적 개입의 양상에 대해서도 차이를 드러냈다. 노동자들이 직업 복귀를 한다고 하더라도 인원이 부족한 일터, 많은 업무량, 3교대 근무 등의 문제들이 직장 내에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체로 여성들은 그 상황에 자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고 근무조건을 받아들이거나 자신을 비난하는 경향을 보였고, 남성들은 조직에 변화를 요청하나 그것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아 체념하게 되는 경향을 보였다.

더 많은 주목이 필요한 여성노동자 건강 영향 요인: 가정에서의 역할과 죄책감

연구팀은 결론적으로 젠더 규범에 입각한 가정과 관련된 요구가 여성 노동자들의 직업 복귀 과정을 방해하고 있다고 보았다.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직원들은 직장에서 생산적인 노동자가 되기 위해서 추가적인 노력을 해야 하므로 가정에서 회복의 필요성이 더 커지는데, 여성 노동자들은 가정에서 쉬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더불어 필요한 조직적 개입에 대해서도 여성노동자들의 경우 직업 복귀 개입과 재활 기간 동안 그들의 죄책감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여기에는 노동환경이 정신건강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노동자들이 알 수 있도록 하고,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포함된다.

특히 이 연구에서 나타난 여성 노동자가 겪는 건강 문제의 두 가지 특징, 가정 영역이 미치는 영향의 중요성과 스스로를 비하하고 죄책감을 느끼는 경향이 높다는 점은 여성 노동자 건강에 관한 다른 연구에서도 일관되게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빠르고 충분한 개입이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1) Nybergh L, Bergstro¨m G, Jensen I, Hellman T (2021) Experiences of interventions and rehabilitation activities in connection with return-to-work from a gender perspective. A focus group study among employees on sick leave for common mental disorders. PLoS ONE 16(6): e0253049.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253049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류한소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여성노동건강권팀 회원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2023년 1월호에도 실립니다.


태그:#여성_노동자, #정신_건강, #여성_건강, #직장_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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