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8.24 15:37최종 업데이트 22.08.24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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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정미

 
[검증대상] 코로나 대유행에도 한국은 가정폭력 감소?

경찰청은 지난 6월 2021 <사회적 약자 보호 치안백서>를 발간했다. 경찰청은 사회적 약자를 향한 범죄의 유형으로 아동학대, 학교폭력, 성폭력, 가정폭력, 스토킹 등으로 분류했다.


그중 코로나 대유행의 영향으로 가정 내 구성원 체류 시간이 길어지면서 발생 가능성이 높은 가정폭력에 대해 경찰청은 "2021년 가정폭력 112신고는 21만8669건으로 오히려 전년 대비 1.4% 감소한 수치를 보여줬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은 한국의 신고 건수 감소는 다른 나라와는 다른 경향을 보인다고 기술했다.

미국 뉴욕은 2021년 4월 3일 기준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가정폭력 신고가 20% 증가했고, 워싱턴은 2021년 2월 29일부터 3월 13일까지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프랑스는 2021년 3월 17일부터 27일까지 가정 폭력 사건이 32% 늘었고, 영국도 이동 제한 조치 후 2주간 가정폭력 신고가 20% 증가했다. 스페인도 2021년 4월 1일부터 14일까지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가정폭력 신고가 47% 증가했다.

코로나 대유행에도 한국은 가정 폭력이 줄어들었다는 통계가 사실인지, 겉으로 보이는 수치 이면에 숨은 현상이 있는지 따져봤다.

[검증내용] 경찰 신고 5년째 줄었지만 2021년 이후 감소폭 줄고 '상담 건수 증가'

먼저, 코로나 대유행 후 가정폭력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코로나 초기부터 있어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은 지난 2020년 4월 6일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급증한 가정 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고, UN은 지난 2021년에도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가정폭력 등 여성 대상 폭력이 늘어났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청이 발표한 통계 수치만 보면 가정폭력 신고 건수 자체는 감소했다. 한국은 가정폭력 112 신고 건수가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22만1824건에서 2021년 21만8669건으로 감소했다. 한국의 경우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도 가정폭력 신고건수는 2017년 27만9082건에서 2018년 24만8660건, 2019년 24만564건으로 계속 감소했다.

다만 코로나19 유행 이후 한국의 가정폭력 신고 건수 자체는 줄었지만 '감소폭'은 크게 줄었다. 2018년엔 전년 대비 가정폭력 신고건수 감소폭이 10%대였지만 2021년엔 1.4%로 급감했다. 또한 2021년 신고자 중 성별 불상 신고자 비율은 전년 대비 78.1% 증가했다. 경찰청은 이웃·행인 등에 의한 제3자 신고, 전화 신고를 꺼리거나 곤란한 경우의 문자 신고 등이 증가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정책연구본부는 "코로나로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가정 내에 고립돼 있으며, 가해자들의 지속된 감시로 신고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인권위 "유행 초기에는 학교 휴교로 아동학대 신고 건수도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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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의 한 유형인 아동학대 신고건수의 경우 2020년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오히려 감소했지만, 2021년에는 60% 이상 급증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지난 1월 발간한 <코로나19 등 재난 상황에서의 아동인권 보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들이 휴교했던 2020년 2~4월의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전년 대비 20.5% 감소했고, 교직원에 의한 아동학대 신고 건수도 82.9% 줄었다"면서 "가정폭력상담소 휴관으로 전화 상담만 가능해진 상황에서 아동학대를 발견해 신고할 수 있는 신고 의무자들의 활동이 제한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처럼 코로나19 초기에는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줄어든 양상으로 나타났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아동학대는 훨씬 더 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아동학대 112 신고 건수는 2017년 1만2619건, 2018년 1만2853건, 2019년 1만4484건, 2020년 1만6149건으로 매년 10% 정도씩 증가했는데, 2021년에는 2만6048건으로 61.3% 급증했다. 2021년 아동학대가 발생한 장소도 대부분 '가정 내'(86.3%)였다.

가정폭력 상담건수는 2021년 반등... "전화신고보다 상담건수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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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1년도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시설 운영실적(2021년 12월 31일 기준, 2022년 7월 19일 발표)'도 112 신고 통계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국비 지원 상담소 기준 가정폭력 상담 건수는 2017년 17만1975건, 2018년 21만9459건, 2019년 23만8601건으로 계속 증가하다가 2020년 23만578건으로 오히려 3.4% 감소했다. 하지만, 2021년 26만3556건으로 다시 14.3% 상승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도 2021년 11월 누리집에 공개한 뉴스레터에서 "2020년 이전 서울시의 가정폭력 112 신고 건수는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가정폭력 상담은 증가"했다며, "경찰 신고는 줄고 상담이 증가함에 따라 신고와 상담 건수의 격차는 지난 5년 동안 6배로 증가(2016년 9141건→2020년 5만4010건)"했다고 밝혔다.

김효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젠더폭력연구본부 부연구위원은 18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가정폭력은 도움을 요청하거나 상담하는 비율 자체가 낮은 폭력이어서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으면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면서 "경찰 신고 건수의 감소를 가정폭력 자체의 감소로 볼 수 없고 상담 건수, 실태조사 결과, 현장의견 조회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검증결과] '코로나19에도 한국은 가정폭력 감소' '대체로 거짓'

외국과 달리 한국은 코로나19 이후에도 가정 폭력 112 신고 건수는 계속 감소했지만, 2021년 이후 감소폭이 줄어들었고 가정 폭력 상담 건수와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증가했다. 이 같은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단순히 가정폭력 신고 건수가 소폭 줄었다고 해서 실제 가정폭력이 줄었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코로나 대유행에도 한국은 가정폭력이 감소했다'는 통계는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한다.  

"코로나19에도 한국은 가정 폭력이 감소했다"

검증 결과 이미지

  • 검증결과
    대체로 거짓
  • 출처
    BBC 등 국내외 언론 보도출처링크
  • 근거자료
    UN, UN chief calls for domestic violence ‘ceasefire’ amid ‘horrifying global surge’(2020.4.6)자료링크 UN, COVID-19 Response - Domestic Abuse: How to respond?자료링크 UN WOMEN, The Shadow Pandemic: Violence against women during COVID-19(2021)자료링크 김효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젠더폭력연구본부 부연구위원, 오마이뉴스 인터뷰(2022.8.18)자료링크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가정폭력의 개념(2022.6.15)자료링크 경찰청, 2021 사회적 약자 보호 치안백서(2022.6.13)자료링크 국가인권위원회, 코로나19 등 재난 상황에서의 아동인권 보장 실태조사(2022.1.5)자료링크 REUTERS, In Italy, support groups fear lockdown is silencing domestic abuse victims(2020.4.5)자료링크 https://www.reuters.com/article/us-health-coronavirus-italy-violence-idUSKBN21M0PM자료링크 여성가족부, 2021년도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시설 운영실적(’21.12.31.기준)(2022.7.19)자료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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