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0.27 13:24최종 업데이트 21.10.27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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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 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전문가의 네트워크이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 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그리고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전문가들이 자기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칼럼을 연재한다.[편집자말]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공교육의 많은 문제들이 표출되었다. 사실 이는 코로나19 때문에 생긴 문제라기보다는 교육계 전반의 누적된 문제가 코로나19로 인해 한 번에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많은 이들이 교육격차 문제를 목격하고 우려하였지만 공교육 내에서 이것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교육부에서는 수많은 대책을 내놓았지만, 비정규직 인력만 단기적으로 늘어났고, 적지 않은 예산을 사용하였다. 예를 들어 교육격차, 기초학습부진에 대한 교육부의 주 대책(2020-2021)은 기간제 교사, 대학생 멘토링 등 비정규직을 활용하는 대책이며 비용은 4조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그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내놓는 땜질식 처방은 별다른 효과가 없었고 학부모들은 사교육에 더욱 의존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학부모들의 공교육을 향한 기대감은 실망으로, 실망은 절망으로, 절망은 분노로 전환된다. 무엇을 하겠다는 교육 당국의 정책과 사업의 처방은 많지만,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으며, 그 효과가 무엇이었는가를 확인하기 어렵다.
  

25일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 주재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9.10.25 ⓒ 교육부


교사에 대한 누적되는 불만

교육 관련 기사 댓글을 보면 소방관과 교원에 대한 반응에 상당한 차이가 나타난다. 교육을 다룬 기사는 스승의 날을 앞둔 5월 정도에나 간혹 미담 기사가 나올 뿐 대체적으로는 어떤 학교에서 발생한 어떤 교사의 부정적인 사안을 다룬다. 그런 과정에서 공교육 내지는 교원에 대한 불만은 쌓여가고 있는데, 대체적으로 무능력하고, 성의없는 교사들을 학원 강사와 비교하면서 퇴출해야 한다는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교사들도 할 말이 많다. 아무리 유능한 교사가 교직에 입직을 해도, 무엇인가를 스스로 할 수 없는 관료적, 구조적, 문화적 한계에 봉착하면서 교사의 효능감은 갈수록 위축된다. 그렇다면 학부모들의 대체적인 요구는 무엇인가? 요구 수준은 사실 단순하다. 실력과 자질이 없고, 노력하지 않는, 아이들에 대해 성의 없는 교사들을 내버려 두지 말자는 것이다. 이들이 긴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 내지는 입직 전이든 후든 자질과 전문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사처럼 국가직 공무원인 경찰이나 군인은 모두 계급 정년제가 있고, 현장 적합성을 위한 평가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일반직 공무원도 승진이라는 단계가 주기적으로 있다. 교수들도 연구와 교육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어 평가받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교사들은 '2정'에서 '1정'으로 시간만 지나면 저절로 받는 형식적인 자격연수와 스스로의 의지에 맡기는 자율연수가 있을 뿐, 그 안에서 발전을 거부하기 시작하면 아무런 제재를 가할 방법이 없다. 쉽게 말해 큰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이런 교사들의 비율이 얼마인지는 주체마다 다르게 평가하지만, 소수라고 해도 그런 교사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수업을 많이 하나 적게 하나, 학교의 업무를 많이 맡으나 적게 맡으나, 여러 과목을 맡거나 한 과목을 맡거나, 호봉제의 틀에서 보상을 받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마음을 먹게 되면 일을 가급적 덜할수록 이익이 돌아오는 구조로 볼 수 있다.

학교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면서 학생과 동료, 학부모에게 존경과 인정을 받는 교원들도 있지만, 전문성과 관계성, 협업 등의 차원에서 적지 않은 문제를 지닌 교원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심지어 정상적 업무 수행이 불가능한 정신질환이 있어 폭탄 돌리기 식으로 이 학교 저 학교를 전전하며 버티고 있는 이들도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주기적인 검증 필요성

교원능력개발평가는 그 목적과 취지가 무엇인지 모르겠고, 행정적인 품은 들지만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 길이 없다. 교원능력개발평가 점수가 극히 나쁜 교사들에게 교육청 담당자들이 연수를 받아달라고 사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이런 일부의 교사들에 대해서는 동료교원에 의한 전문가적 통제라든지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공동체적 통제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극히 일부의 문제 교원에 대한 제도적 통제는 허술하고, 전문가적 통제가 아닌 온정주의가 작동하며,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과 피드백이 반영될 공간이 없는 상황은 스스로를 편리하고 안주하고 싶은 유혹에 빠져들게 한다.

그들은 열정과 전문성은 사라진 채 17일 월급일만 기다리며, 오르는 호봉만큼의 기여는 거의 하지 못하는 '월급 루팡'이 되어 '폭탄 교사'의 삶을 살면서 누군가에게 비난을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전히 교직에 존재하는 소수의 존재 때문에 교사 집단 전체가 비난을 받고 있다. 공교육이나 교사에 대한 여론과 학부모의 평가는 날이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다. 이대로 두면 공교육 불신, 사교육 찬양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저출산의 주된 원인은 크게 부동산 문제와 교육(사교육비) 문제로 귀결된다. 부동산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교육 문제만큼은 의지만 있으면 개선할 수 있다. 그 중심으로 교원 정책을 이제 본격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교원 정책은 1960년대에 정비된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시대적 유효성을 다한 낡은 교원 정책을 과감하게 바꾸고, 부분적이고 기능적인 개편을 넘어 교원 임용-양성-승진-평가-자격 체계 등을 시대정신에 맞게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무실 책꽂이에 출석부와 교무수첩이 꽂혀 있다. 2020.3.31 ⓒ 연합뉴스

 
역량 중심 교원 정책 시급

지금까지의 교원 정책은 형식주의 요소가 강했다. 특정 코스를 밟으면 자동으로 무엇인가를 주고받는 시스템인데, 이 과정에선 현장에서 요구하는 직무 역량을 확인할 길이 없었다. 예컨대 지금의 승진 시스템은 남들이 선호하지 않는 지역에서 근무를 몇 년간 하고, 지역 가산점을 받아서 다른 영역의 점수를 모으면 거의 자동으로 교감이나 교장이 되는 시스템으로 봐야 한다.

역량 중심의 교원 정책이라면 학교장의 직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리더십을 다각도로 확인하고 검증하는 시스템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교원 정책은 아쉽게도 이러한 역량 중심의 교육정책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여전히 연공서열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새로운 역량 중심 교원 정책(인사제도)을 만들어야 한다. 교원 승진-임용-연수-양성 등 모든 시스템을 연계하고, 획기적으로 변화를 이루어낼 계획을 정권 내(5년) 단기적으로 세워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중·장기적인 대책이나 차기 정권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

교육부 장관도 정치인이나 경제학자보다 교육에 대한 내공과 강력한 개혁 의지가 있는 이를 섭외하고, 최소 3년의 시간을 보장해주는 방식이 필요하다. 그 시간 안에 교원 정책을 개혁해야 한다. 시대에 맞는 교원 정책을 도입하고, 현재 교육복지, 돌봄, 고교학점제, 마을교육공동체 등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동력을 얻어야 한다.

교원단체 강력한 반대 넘어서야

때로는 출혈이나 저항이 있더라도 강력한 개혁이 필요하다. 사실 거대 교원단체들은 교원 정책 개선을 모두 반대하거나 일부 반대한다. 최근 논의되었던 고교학점제나 선임교사제 도입 등 어떠한 정책 변화도 거부하고 있다.

배는 물이 없으면 뜨지 못하지만 배 안에 물이 들어오면 침몰한다. 이해 관계를 고려하지만 이해관계에 매몰되어서는 곤란하다. 학생과 학부모, 시민사회의 시선과 교원단체의 시선이 만나 조정과 타협을 거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원 정책의 경로 의존성은 심화된다.

개혁이 어떻게 이루어지든 갈등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개혁이 늦어질수록 공교육이 존재감도 없이 해체 수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우수한 교원들은 우대해야 한다. 교사 재교육과 투자는 결국 공교육의 핵심이자 신뢰 회복의 열쇠이다. 한국사회에서 학습공동체와 학습조직문화가 가장 활발한 직업군은 교사들이다. 이러한 사례를 오히려 다른 직군으로 확대해야 한다.

비록 소수이지만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심각한 문제를 가진 교사들에게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몇 번의 기회를 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의지가 없는 경우에는 철퇴를 내릴 필요가 있다.

'교사 자격갱신제' 도입해야

다음 해에는 대통령과 교육감 선거가 있다. 선거 시기에는 정책의 창이 열리고, 많은 의제들이 쏟아진다. 교육 분야도 마찬가지다. 온갖 미사여구보다 중요한 것은 교원들의 자질 향상이다. 우수한 교사의 확보는 미래교육에서 필수 불가결하다.

미국, 호주,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교사 자격갱신제를 운영하고 있다. 일정 시기가 되면 갱신을 해야 하고, 평가를 받는다. 갱신에 응하지 않거나, 자질이 미흡할 때는 그에 대한 벌칙이, 우수할 때는 그에 맞는 급여 수준 향상과 권한이 부여된다.

우리나라도 이제 교원들의 자격 체제를 개선하고 교원들의 자격 체제 또한 세부적으로 구분하여, 자격 갱신의 형태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 현재는 수평적 구조로 양성과정을 졸업하면 2정 자격을 얻고, 3~5년 정도의 경력을 쌓으면 1정 자격연수를 수행한다. 이후에는 승진을 하지 않는다면 평생 1정 자격으로 머문다. 강제적 재교육의 기능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일정 자격 이후 5년마다 선임교사 자격(가칭)을 받도록 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선임교사 자격 획득 여부는 선택에 맡긴다. 학생평가나 학부모 평가, 동료평가 등 교원평가와 연동시켜 교원평가의 중요성이 공교육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자격갱신은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 방식으로 도입하고, 경쟁이 아닌 자기 성찰과 피드백을 목적으로 그 결과를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평가 없는 성장은 없다. 어느 기득권 집단도 여론을 이길 수 없다. 그리고 시대정신을 반영한 새로운 흐름과 이어져야 한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이지, 교사들의 기득권이 아니다. 교사 자격갱신제를 통해 우수한 교사들에게는 인센티브를, 그렇지 않은 교사들에게는 재교육과 자극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보충수업을 받던 중 쉬는 시간을 이용해 휴식하고 있다. 2014.3.17 ⓒ 연합뉴스

 
시대 동떨어진 교사 퇴출 길 열어야

극히 일부겠지만 시대와 동떨어진 교사에게는 페널티와 퇴출도 불가피하다. 악용을 막을 수 있는 장치는 얼마든지 모색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몇 단계의 자기 성찰, 지원과 상담의 과정을 거쳐, 교원단체에서 추천한 인사들과 함께 공동 검증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도 있다. 교사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채 무임승차 해오던 교사들이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교사 자격갱신제가 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변한 지금, 우리는 교육계의 새로운 판 짜기를 시도해야 한다. 미래교육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이미 우리 곁에 와 있고, 그동안 준비했고 상상해왔던 정책들을 의지를 가지고 시행하면 된다. 교원 정책 개혁이 공교육 변화의 시작이자 끝이 될 것이다.

교사를 개혁의 대상으로만 삼을 것이 아니라 교사가 개혁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교원 정책을 변화시키고 교사들에게 투자해야 한다. 다만, 나태와 무사안일, 민폐를 끼치는 대한민국 교원의 0.01%의 존재들에 대해서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그토록 공교육의 변화를 요구하였지만, 투자는 엉뚱한 곳에 하고 실적은 없었다. 이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노력하는 교사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와 책무성과 책임성의 기본적인 확인이 가능한 교원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위기가 곧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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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김성천은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과 경기도교육청 장학사를 거쳐 현재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있다.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장으로 활동하며 학습공동체를 이끌고 있다. 고교학점제란 무엇인가(공저), 소환된 미래교육(공저), 교육자치시대의 인사제도혁신(공저)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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