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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파주출판단지에서 열린 어린이 책잔치에서 텐트영화제가 개최됐다.
▲ 파주출판단지에서 열린 텐트영화제 2013년 파주출판단지에서 열린 어린이 책잔치에서 텐트영화제가 개최됐다.
ⓒ 스튜디오 요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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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7월 1일부터 진행 중인 야간경마페스티벌의 '텐트영화제'가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이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작품 중 일부가 창작자의 동의 없이 상영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어 논란이 예상된다.

텐트영화제란 관람객이 텐트 안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보는 야외영화제로 스튜디오 요그가 2010년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서 처음 선보였으며 이들은 2011년 특허청에 '텐트영화제'라는 상표를 등록했다. 스튜디오 요그는 김영근, 김예영 부부 감독으로 이루어진 애니메이션 창작 집단이다.

지난 5월 스튜디오 요그는 코엑스에서 텐트영화제를 열었는데 행사가 끝난 후 기획사 A 업체가 한국마사회의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텐트영화제를 개최할 것을 요그에게 제안했다.

그러나 스튜디오 요그가 행사 진행에 필요한 금액과 A 업체가 제안한 금액이 맞지 않아서 요그가 진행하는 텐트영화제는 성사되지 않았다.

그런데 두달 후 A 업체는 B영화배급업체를 통해 단편영화를 공급받아서 7월 1일부터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열리는 야간경마페스티벌에서 텐트영화제를 단독으로 개최했다. 총 10개 동의 텐트에 50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규모로 이때까지 국내에서 열린 텐트영화제 중 가장 큰 규모의 행사였다.

협상 결렬되자 연락 끊은 기획사, 단독으로 영화제 개최

한국마사회 홈페이지에 있는 야간경마페스티벌 홍보이미지. 오른쪽 하단에 부대 행사로 텐트영화제를 소개하고 있다.
▲ 야간경마페스티벌 홍보물 한국마사회 홈페이지에 있는 야간경마페스티벌 홍보이미지. 오른쪽 하단에 부대 행사로 텐트영화제를 소개하고 있다.
ⓒ 한국마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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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의 행사기획 담당자는 "마사회가 장소를 제공하지만 대행사가 진행한 일이기 때문에 (마사회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이번 사태와 무관함을 주장했다.

A 업체 대표는 "텐트영화제가 상표등록 되어 있는 줄 몰랐다"며 또한 "스튜디오 요그가 애정을 갖고 꾸준히 진행하는 행사인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A업체가 직접 만들어서 마사회에 건넨 '야간경마페스티벌 제안서'에는 텐트영화제 주최자로 스튜디오 요그가 명시되어 있다. 같은 제안서 다음 장의 텐트영화제 참고 사진들 역시 요그의 홈페이지 텐트영화제 소개에서만 공개된 사진이란 점에서 A업체가 행사 기획 단계에 이미 스튜디오 요그가 2010년부터 텐트영화제를 꾸준히 개최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A 업체가 마사회에 건넨 ‘야간경마페스티벌 제안서’ 스튜디오 요그의 이름이 명시되어 있다. 마사회 측은 행사 기획단계에서부터 스튜디오 요그가 텐트영화제를 개최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 A 업체가 만든 제안서 A 업체가 마사회에 건넨 ‘야간경마페스티벌 제안서’ 스튜디오 요그의 이름이 명시되어 있다. 마사회 측은 행사 기획단계에서부터 스튜디오 요그가 텐트영화제를 개최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 정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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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업체가 직접 만든 제안서에 실린 텐트영화제 참고 사진은 스튜디오 요그의 홈페이지에만 공개된 사진이다. ‘스튜디오 요그가 텐트영화제를 애정을 갖고 진행한 줄 몰랐다’ 는 A 업체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 A 업체가 만든 제안서 A 업체가 직접 만든 제안서에 실린 텐트영화제 참고 사진은 스튜디오 요그의 홈페이지에만 공개된 사진이다. ‘스튜디오 요그가 텐트영화제를 애정을 갖고 진행한 줄 몰랐다’ 는 A 업체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 정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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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청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소지 있다"

스튜디오 요그의 김영근 감독은 "가장 안타까운 건 여태껏 가꿔온 텐트영화제의 이미지가 변질하는 것"이라며 "내가 원하는 건 라이센스 비용 등 금전적인 보상이 아니다, 재발 방지와 마사회 측의 공식적인 사과다"라고 밝혔다.

특허청 대변인실의 조동수 주무관은 "상표권 침해 여부는 '권리 범위 확인 심판'을 통해 정확히 판단할 수 있겠지만, 이와 같은 건은 상표권의 침해 여부를 떠나 '부정경쟁방지법'의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부정경쟁행위란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스튜디오 요그가 요구한 재발방지 및 공식적인 사과 요구에 대해 마사회는 당사자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 사실상 거부하였고, A 업체는 스튜디오 요그에게 다음과 같은 입장을 전했다.

"저희가 텐트영화제라는 타이틀로 금번 야간경마페스티벌 후에 진행할 행사는 없을 것으로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말씀 드렸다시피 저희는 기획사이지 영화 관련 회사가 아닙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약속을 드릴 수 있습니다. 저희도 타 영화 및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분들께 이런 내용을 가지고 괜히 신경쓰이게 해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한국마사회 측에서 요청하셨던 액션은 어렵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아시다시피 장소제공 부분에서 저희가 아닌 한국마사회에서의 액션을 원하신다면 일은 커지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기타 사족은 붙이지 않겠습니다. 이미 OOO님께 말씀을 올렸고, 저희의 입장과 스튜디오 요그의 입장에 대해 저도 인지를 한 상황입니다. 상기 부분에 양해를 해 주신다면 정식으로 한번 찾아 뵙고 신경쓰게 해 드린 부분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리고 싶습니다."

정리하자면, 마사회의 공식 사과는 없을 것이고 A 업체가 재발 방지 및 공식 사과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스튜디오 요그는 "향후 다른 지자체나 기관에서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장소를 제공한 마사회의 재발방지 약속 및 사과를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다시 한 번 마사회가 대화에 응할 것을 요구했다.

2010년부터 텐트영화제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지켜본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의 최유진 사무국장은 "정부가 문화정책의 기조로 '창조'를 거론하면서 산하기관인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공원에서 창작자의 아이디어를 도용한 행사가 버젓이 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도용 논란이 일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의 Creative Korea 로고 논란은 결코 우연한 사건이 아니란 걸 증명하듯 이는 한국 사회가 여전히 창작자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걸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다"라고 주장했다.

렛츠런 파크에서 상영되고 있는 작품 일부 배급권자에 상영 동의받지 않아

텐트영화제 상표권 침해 논란뿐만이 아니다. 현재 렛츠런파크에서 상영되고 있는 작품 중 일부가 배급권리를 가진 창작자의 동의 없이 상영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A 업체에 단편영화 50편을 제공한 B영화배급업체 홈페이지에는 텐트영화제 상영작품 리스트가 있었지만, 요그 측이 문제를 제기한 7월 8일 이후에 사라졌다.

해당 리스트에는 50편의 단편영화가 있는데 대부분 학생 졸업작품이다. 다음은 졸업작품의 배급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힌 한 대학교의 영상 관련 학과 학과장과의 통화 내용이다.

"과천 경마공원 텐트영화제에서 OO대학교 졸업작품이 상영되는 거 알고 있나?"
"몰랐다."

"영화를 제공한 측에서는 직접 창작자에게 상영 동의받았다고 하던데?"
"간혹 콘텐츠 제공 문의가 있지만 최근 3년간 학교에서 영화제를 제외하고 내보낸 적 없다. 요즘 저작권 관련 민감하지 않나. 우리도 학생의 작품이긴 하지만 항상 조심스럽게 한다."

"배급권 관리하는 학교가 상영 사실 자체를 몰랐나?
"그렇다. 작품이 어떻게 갔을까 궁금하다."

"'B영화배급업체'는 들어본 적 있나?"
"처음 들어본다."

"B영화배급업체 측에서는 해당 작품을 단편영화가 필요한 곳에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하는데?"
"연결이 뭐냐? 배급 같은데... 우리는 졸업생 작품 배급권리를 어디에도 제공한 적 없다."

"졸업작품 배급권한은 어디에 있나?"
"우리 학교의 경우 졸업작품을 학교 기자재를 이용해서 만들고 작품 기획단계부터 지도교수와 공동 제작하므로 학생의 저작권을 인정하는 것과 별도로 배급권한은 100% 학교에 있다."

해당 작품을 연출한 졸업생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보았다.

"본인 작품이 과천 경마공원에서 상영되고 있는 거 알고 있나?"

"내가 졸업 작품을 비메오(vimeo.com)에 올려놨는데, 쪽지로 연락이 와서 자기들 채널에 올려도 되냐고 연락이 와서 허락한 적은 있다. 그리고 얼마 전에 경마공원에서 작품이 상영된다고 연락이 왔다."

B영화배급업체에서 작품 수급을 위해 비메오에 등록된 한국 작품의 창작자들에게 무작위로 뿌리는 쪽지. 비메오는 유튜브와 달리 창작작품이 주로 올라와서 학교 졸업작품을 흔히 볼 수 있다.
▲ B영화배급업체가 감독에게 보낸 쪽지 B영화배급업체에서 작품 수급을 위해 비메오에 등록된 한국 작품의 창작자들에게 무작위로 뿌리는 쪽지. 비메오는 유튜브와 달리 창작작품이 주로 올라와서 학교 졸업작품을 흔히 볼 수 있다.
ⓒ 정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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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영화배급업체와 정식 배급 계약한 건가?"
"연락 자체를 메일로 왔고, 대량 메일이었다. 수신주소가 많은. 이름만 다르게. 영화를 등록하고 싶으시면 사이트에 들어가서 등록하라는 안내가 왔다."

"실질적인 배급대행 권리을 요구하면서 직접 통화한 적은 없고 메일로만?"
"그렇다."

"경마공원에서 상영하는 건 어떻게 연락받았나?"
"그것도 메일로."

"동의한다고 얘기했나?"
"동의 자체가 필요 없었다. 그냥 텐트영화제 상영작으로 선정된 걸 축하한다는 내용이었다."

"축하한다고? 그럼 그전에 텐트영화제 상영작 공모에 신청을 한 건가?"
"아니다. 그런 공모 없었다. 그냥 어느 날 선정됐다고 축하한다는 메일이 온 거다."

상영 동의 묻는 대신 어느 날 상영을 축하한다는 메일이 와 
B영화배급업체에서 텐트영화제 상영작 감독에게 보낸 메일 (원본 내용 그대로). 발신 날짜가 6월 27일로 렛츠런파크에서 텐트영화제가 시작되기 불과 4일 전이다. 마사회장 명의의 상영 선정 확인서 발급을 약속한 점이 눈에 띈다.
▲ 상영작 선정 안내 메일 B영화배급업체에서 텐트영화제 상영작 감독에게 보낸 메일 (원본 내용 그대로). 발신 날짜가 6월 27일로 렛츠런파크에서 텐트영화제가 시작되기 불과 4일 전이다. 마사회장 명의의 상영 선정 확인서 발급을 약속한 점이 눈에 띈다.
ⓒ 정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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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작품 연출자는 이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조만간 B영화배급업체에서 작품을 내릴 예정이다. 너무 문자가 오니까. OOO인가 여자 이름으로. 나를 비메오에서 팔로어했다가 끊었다 다시 팔로어 했다 끊었다 계속 그러고. 메일이나 비메오 쪽지로 '작품이 좋아서 저희 채널이 올리고 싶다'는 똑같은 내용이 반복적으로 오니까 신뢰를 잃었다.

처음에 뭐길래 하고 들어가 봤는데 다른 사람들도 많이 올리더라. 저희 작품은 영화제에서 상도 받았고 그래서 이제는 크게 작품을 알릴 생각은 없지만, 그냥 놔두는 거 보다는 좋을 거 같아서 올려봤는데, 별로 괜찮은 곳은 아닌 거 같아서 빼려고 했다. 오히려 여기 등록되어 있으면 방송국 등에서 연락이 왔을 때 방영할 수 없는 제약이 있더라."

위 창작자 말고도 나머지 49명 중 상영동의를 받지 않는 창작자는 더 확인할 수 있었고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B영화배급업체 측은 취재에 응하며 상영작품은 감독에게 상영동의를 받았다고 말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영화학교를 졸업한 감독이 자기 영화를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고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든 그건 창작자의 선택이다"라며 "그러나 B영화배급업체처럼 조직적으로 작품을 모으고 배급하는 서비스가 영화계에 순기능을 하려면 그 전제로 발생하는 수익을 투명하게 창작자와 나누는 원칙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텐트영화제 불과 4일 전에 메일로 상영사실 통보 

연락이 닿은 감독 중 상영료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감독은 아무도 없었다. B영화배급업체는 텐트영화제에 영화를 공급하는 조건은 영업 비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무료인지 유료인지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영화를 공급받은 A업체의 말은 다르다.

"일단 무상으로 받았다. 그러나 요그 측이 문화 기획하는 입장에서 그건 아니다라는 얘길한 적이 있어서, '예산을 책정해야 합니다'라고 마사회 측에 얘기를 해놨고, 혹시라도 (마사회에) 예산이 있다면 지급을 생각하고 있다."

영화제를 주관한 대행사가 배급사로부터 영화를 무상으로 받았다가 다시 유상으로 하자며 원청자에게 예산을 요청했고, 이 또한 확정이 아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칙도 없고 순서도 없어 보인다.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나기용 회장은 "이건 전형적인 사건이다, 예전에도 행사를 치르는 용역사나 기획사들이 부당하고 부정하게 아이디어를 도용하거나 해서 개인이나 소수 단체가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법리를 다투면 명확하더라도 비용이나 시간 때문에 포기하는 하는 경우도 많다, 결국 이렇게 되면 사회 전반적으로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의적인 산업을 만드는 흐름을 저해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한국 마사회는 텐트영화제 개최의 명분으로 한국 독립영화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라고 밝힌 바 있다. 저변을 넓히기 위함 이라는 명분 앞에 창작자의 최소한의 권리는 어떻게 존중받을 수 있을까?

마사회의 텐트영화제가 아닌 스튜디오 요그의 텐트영화제에서 영화를 상영한 바 있는 정다희 감독은 "단편 애니메이션 감독들은 영화를 만들고 배급하고 하는 행위가 작가로서 삶을 유지하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라며 "우리가 작품을 무료로 알린 다음에 다른 일을 받겠다는 게 아니고 그 작업 자체로 먹고사는 거다, 마사회는 야간 경마 활성화를 위해 영화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런 영화제에는 전혀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http://yog.co.kr/festivals 에 요그가 진행한 텐트영화제가 정리되어 있다.
▲ 스튜디오 요그의 홈페이지에 있는 텐트영화제 그림 http://yog.co.kr/festivals 에 요그가 진행한 텐트영화제가 정리되어 있다.
ⓒ 스튜디오 요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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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경마페스티벌은 8월 28일까지 열리며 텐트영화제도 진행 중이다.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최유진 사무국장은 "스튜디오 요그의 텐트영화제는 단순히 영화를 텐트에서 상영하는 것이 아닌 참여 예술가의 고민과 에너지가 결합한 하나의 독자적인 창작물"이라고 설명하며 "사태 해결을 위해 저작권과 아이디어 도용, 그리고 파행적인 운영에 대해 책임 있는 주체의 공식사과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그:#스튜디오 요그, #텐트영화제, #한국마사회, #야간경마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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