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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현 화가 작업 모습
 이채현 화가 작업 모습
ⓒ 김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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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가 그린 <별이 빛나는 밤에>처럼 이 지구에는 별만큼 많은 예술가들이 있다. 이들은 모두 그 별 중에 가장 아름다운 별으로 빛나길 원한다. 그리하여 그들은 홀로 고독한 잉걸불 같은 창작혼을 불태우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물질주의로 만연한 현실은 산고보다 더 힘들게 탄생한 숱한 작품들이 예술가의 방(혹 창고)에서 먼지를 덮고 잠을 청하는 것이다. 아니, 멀티미이어 콘텐츠(혹 상업 예술) 등에 밀려, 순수예술은 점점 고립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시대적인 흐름을 간파한 부산의 한 순수예술단체가 홀로 창작혼을 불태우는 예술가를 발굴해 이들을 대중들과 만나게 하는 행사를 기획하고 나섰다는 소식이 있다. 지난해 가난한 예술가를 위한, 일명 '우리시대의 고흐돕기전'를 열었던 시연아트가 두 번째 창작 수혜자를 선정해 전시회를 앞두고 있다. 이들 단체가 선정한 아티스트는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채현 화가였다.

이채현 화가는 안정적인 교사생활을 접고 그림의 길을 택한 30대 초반의 신예 화가다. 그는 오늘도 홀로 옥탑방에서 달팽이처럼 자신의 '터널 속의 빛'의 세계에의 형상화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 겨울, 그는 강추위 속에서도 물감값을 위해 옥탑방 난방비를 아끼며, 실내의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는 한기를 이기며 창작에 대한 열정을 접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그는 '터널 속의 빛'이란 그림의 테마를 가일층 심화시켜 전람회를 열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지난 3일, 밤늦은 시각에 그의 옥탑방에서 그를 만났다.

그의 첨탑처럼 높은 옥탑방에서 내려다보는 도시의 불빛들의 향연은 또 하나의 '빛'이 그리는 아름다운 기하학이었다. 그의 작업실은 부산 구서동에 있는 한 건물의 5층 구성을 차지하고 있었다. 인터넷의 한 카페의 회원이라는 인연으로 찾아간 생면부지의 기자에게 그는 아무런 경계심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리고 기자의 질문에 자신의 이야기를 감추지 않고 털어놨다.

그는 그가 추구하는 '빛'의 희망처럼 활짝 세상을 향해 열려 있었다. 이런 그는 목이 몹시 마른지 생수통의 물을 통째로 마셔가며 말을 이어갔다.

"낮에는 어머니가 운영하는 김밥가게 일을 돕고, 밤이면 고독한 화가로 겨우 돌아와요. 초읽기처럼 다가오는 '그림 전람회' 때문에 몸보다 마음이 바쁩니다.(웃음)"

그의 말을 정리해 보면, 캄캄한 밤이 돼야 비로소 자신만의 시간을 마련하고 손에 붓을 잡고 화업에 매진할 수 있다는 뜻. 이어 그는 "그림은 자신조차 거부 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나즉이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교사'라는 직업을 가졌으나, 주변과 부모님의 극구 만류에도 그림을 그리기 위해 안정적인 직장을 버렸다. 그는 그것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깜깜한 어둠속에서 '빛'을 찾듯이, 물감을 크게 찍은 큰붓을 움켜 쥐고 캠퍼스에 빛의 향연을 수를 놓듯이 그려나갔다. 그는 스스로 선택한 그림 속에서 발견한 '빛'들을 캠퍼스에 담아내는 일이, 이 세상 어떤 일보다 행복하다는 얼굴로 작업에 몰두했다.

두 평 남짓한 좁은 방안을 물감을 흩뿌리며 작업에 몰아되는 그를 지켜보는 기자는, 잠시나마 그의 그림 속에서 꽃이 피고 새가 우는 봄의 소리를 듣고 있었다.

옥탑방을 떠도는 '빛'들

이채현 화가 작업실 풍경
 이채현 화가 작업실 풍경
ⓒ 김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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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이채현의 그림세계를 지탱하는 것은  '빛'이다.  그는 4월 8일부터 14일까지 KBS 부산방송국 갤러리에서 '우리시대의 고흐, 이채현 화가 콩모음전 - 목련꽃 그늘 아래 시는 흐르고 그림은 꽃핀다'에서 '터널 속의 빛'을 모티프로 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채현 화가는 이번 전시에서   '터널속에 피어오르는 꽃( mixture Acrylic on canvas/126*150cm/2012)', '터널 속에 빛, 피어오르는 꽃 (Acrylic on wood/21*30cm/2013'), ' 터널 속에 빛- 또 다른 문제 앞에 서있다 (Acrylic on canvas/126*150cm/2012)', '또 다른 터널 속에 빛( Acrylic on canvas/47*65cm/2013)' 외 25점을 전시한다. 마침내 그의 방안을 떠돌던 '빛'들이 설레며, 대중과 만날 채비를 갖춘 것이다.

이채현 화가가 작품 기획 의도는, 지난해 전시한 '터널 속에 빛'의 연장선에 다름 아니다.  "새로운 세계(빛)의 변혁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가일층 노력했다"고 강조하는 그는 "어두운 터널 속에서 빛이 없으면 빠져 나올 수 없다"며 "어두운 현실 속에서 빛은 꿈이고 희망"이라고 덧붙였다.

어두운 현실 속에서 빛나는 희망의 이미지를 통해 그는 생명의 에너지, 꿈틀거리는 희망의 움직임을 고집스레 보여주려는 것이다. 이윽고 조용히 작업에 몰두하던 그녀가 붓을 내려놓고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예를 들면, '터널 속에 빛 피어 오르는 꽃 ' 작품에서는 힘든 현실 속에서도 끊임없이 피어 오르는 힘과 생명력이 표현돼 있어요. 힘들고 지친 이들에게 그림을 보며 같이 에너지를 공유하고 쉬어갈 수 있는 편안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시대는 너무도 빠르게 흘러가고 정해진 틀 속에서 성공해야 한다는 잘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 빠져 결국 명을 다하지 못하고 명을 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봄을 맞이하여 다시 피어오를 수 있는 에너지를 상징화한 세계를 보여주려고 해요."

빛의 기하학

이채현화가 작품
 이채현화가 작품
ⓒ 이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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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현 화가의 다가오는 KBS 부산 방송총국 내 갤러리 전시회에서 선보일 '빛의 터널' 시리즈는 한마디로 '어둠 속에서 바라본 빛의 기하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어둠속에서 빛이 일렁이면서 만들어내는 찰라의 이미지들을 포착해낸다. 그렇다. 그의 캠버스에는 빛들이 뒤엉켜 어둠속에서 실타래처럼 뒹굴기도 했다.

그는 무명에 속하는 고독한 화가. 그러나 그의 그림을 깊이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바로 변의수 시인. 변의수 시인은 '미술 평론'으로도 예술계에 익히 알려진 인물이다. 변시인은 이채현 화가의 세계를 아래와 같이 적고 있다.

"이채현 화가는 생명체의 움직임을 빛의 강한 점묘를 통해 단순화된 물결의 파동이나 출렁임으로 표현하고 우주의 동굴 속에서 블랙홀을 터뜨리는 불꽃으로 화면을 비춰내기도 한다. (중략) 작가의 화면에서 볼 수 있는 잔잔한 물결이나 물고기와도 같은 파동들의 기호 생명체들은 어머니의 복부에서 숨을 쉬던 잃어버린 실낙원을 떠올리게도 한다. 물론, 이러한 움직임은 새로운 빛 즉 새 생명의 세계를 창조하기 위함이다.(중략)

오늘날 많은 작가들이 영혼의 방황과 고통을 직시하기 보다는, 수사적 기교를 위한 예술에 안주하려 한다. 불안과 고통의 문제는 병원과 심리치료사에 맡겨져 있으며, 수사적 기교 중심의 예술은 오히려 혼돈이 현대의 본질이며 구원의 출구라고 생각하는 듯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번에 전시되는 젊은 이채현의 작업들은 그처럼 포기된 예술가의 임무와 기능에 충실코자 함을 엿볼 수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영혼들에게 빛과 희망, 에너지를 불어넣고자 하는 이채현 화가의 작업은 수사학적 기교를 예술가의 독창성 그것으로 이해하는 듯한 작금의 상황에 대한 하나의 반정립적 도전으로도 읽힌다." -(이채현 '터널 속의 빛' 전시회에 부쳐 중)

이채현 화가 작품
 이채현 화가 작품
ⓒ 이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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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채현 화가의 전시회를 기획한 시연 아트는 "어렵게 합격한 교사 생활을 접고, 오직 창작 의욕에 불타 미술계에 뛰어들어 스스로 가난을 좌초한 이채현 작가 전시 시간 판매되는 모든 수익금에서  운영비를 제외한 전액은 이채현 화가에게 수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이채현 화가의 전시회에는 서울예술대학 출신 김다연 영화감독이 단편 '월리를 찾아라'로 재능기부 할 예정이다. KBS 부산방송국 갤러리에서 열리는 이채현 화가 그림 전시회 오픈식은 4월 9일 오후 7시다. 또한 김소월·한용운·김현승 외 한국의 명시 15점을 그린 일러스트 박춘병씨가 그린 시화의 수익은 이채현 화가를 돕는 콩모우기 기금에 기부될 예정이다. 이외 부산 지역 시인들의 시화 20여 점의 수익금도 운영비를 제외한 전액이, 이채현 화가의 창작수혜금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우리시대의 고흐 이채현 화가 콩모음전 '목련꽃 그늘 아래 시는 흐르고 그림은 꽃핀다'
일시 : 2013년 4월 8일(월) ~ 4월 14일 (일)
오픈식 : 2013년 4월 9일(화) 늦은 7시
장소 : KBS 부산방송국 갤러러
전시문의:시연아트 kaliope5000@naver.com



태그:#이채현, #시연아트, #고흐, #별이 빛나는 밤,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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