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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3일 방영한 KBS 주말 연속극 <내 딸 서영이> 47회 한 장면

지난 23일 방영한 KBS 주말 연속극 <내 딸 서영이> 47회 한 장면 ⓒ KBS


엄밀히 말하면 KBS 주말 연속극 <내 딸 서영이>는 부모와 자식 간 세대 갈을 전면적으로 부각시킨 것 외에 딱히 새로운 소재는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내 딸 서영이>가 평소 젊은 시청자들에게까지 폭넓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뻔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어른들 시각이 아닌 청년들의 시각으로 세대갈등을 바라보고, 이 해법을 제시한다는 데 있었다.

그래서 기존 주말 연속극과 다른 문법으로 드라마를 이어가는 <내 딸 서영이>의 결말에 제법 기대가 컸었다. <내 딸 서영이>만큼은 무조건 자식 세대나 여성만의 양보로 갈등이 봉합되지 않는 '참신한' 화해를 보여줄 것이라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내 딸 서영이> 역시 서영(이보영 분)의 아버지 삼재(천호진 분)이 쉽게 나을 수 없는 병에 걸린 것으로 화해의 가닥을 잡은 듯 하다.

극 중 삼재가 크게 아플 것이라는 설정은 이미 지난주 16일 방영한 45회에서 암시된 바 있다. 그 당시엔 너무나도 뻔해 보이는 설정이기에, 과연 기존의 식상한 문법을 제대로 뒤집어 호평 받은 <내 딸 서영이>가 굳이 불치병이라는 무리수(?)를 택할까 싶었다. 하지만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드디어 서영이와 삼재가 마음의 문을 열고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가려던 찰나, 복통을 호소하던 삼재가 끝내 휴게실에서 쓰러진 것이다.

여기에는 최종회 시청률 50%를 내심 염두에 두고 있다는, <내 딸 서영이> 제작진의 고도의 노림수가 숨어있는 것 같다. 다음 주 종영 예정인 <내 딸 서영이>는 아직 3회나 남았고, 어떻게든 드라마 최대 하이라이트인 삼재와 서영이의 감동적인 화해 무드를 위한 뭔가 극적인 상황이 필요하다. 그래서 식상하다는 비판을 예상하면서도, 삼재를 환자로 몰아갈 수밖에 없다. 불치병이야말로 그간 한국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비극적인 상황을 극대화하고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해 가장 많이 활용된 요소 중 하나가 아닌가.

결국은 아픈 아버지로 인한 애절한 사부곡인가요

 지난 23일 방영한 KBS 주말 연속극 <내 딸 서영이> 47회 한 장면

지난 23일 방영한 KBS 주말 연속극 <내 딸 서영이> 47회 한 장면 ⓒ KBS


드라마 제목 자체가 <내 딸 서영이>인만큼 서영이의 이혼이나 독립 선언은 속전속결로 진행되었다 쳐도, 정작 드라마의 주제인 부모와 자식 세대의 진정한 화합은 막판까지 쉽게 보여주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삼재와 서영이의 빠른 화해를 위해 느닷없는 삼재가 병에 걸려 쓰러지는 장면이 나올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다.

아마도 서영은 아버지의 병색이 완연해진 쯤에야 뒤늦게 아버지의 진심어린 사랑을 알게 된 자신의 무심함을 자책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서영은 자신을 위해 완전 새 사람이 된 아버지의 진심을 깨달은 후 그동안 아버지를 차갑게 대한 것에 용서를 빌고, '앞으로 잘하겠노라'고 다짐한 상태였다. 그러나 제작진은 좀 더 '감동적'인 부녀의 화해를 위해 서영이의 절연 이후 정신을 차리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삼재를 환자로 만들어 버렸다. 차마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서영이의 사부곡을 기대하는 것만 같다.

극적인 부녀의 화합을 위해 삼재를 극한 상황에 몰고 간 <내 딸 서영이>는 어떤 결말을 맞을까. 23일 방영한 47회 말미 방송된 예고편만 보자면, 삼재가 죽음을 맞는 비극적 결말의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KBS 주말 연속극의 특성상 의사인 아들(박해진 분), 다시 효녀가 된 딸, 혹은 재력을 가진 사위 우재(이상윤 분)의 도움으로 삼재가 기적적으로 건강을 되찾는 해피엔딩의 가능성 역시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결말을 떠나 다소 작위적으로 보일 수 있는 삼재의 병은 <내 딸 서영이>만이라도 신파 없이 등장인물 간의 자연스러운 화해를 기대했던 이들에게 적잖은 아쉬움을 남긴다. 뻔한 소재와 갈등을 되풀이했음에도 허를 찌르는 전개로 사랑받았던 드라마인 만큼, 남은 3회 동안 유종의 미를 거둬 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권진경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너돌양의 세상전망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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