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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에서 방금 파낸 낙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갯벌에서 방금 파낸 낙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 류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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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과 농식품부에서 국산낙지의 안전성을 증명하였다. 또한 검찰 수사에서도 서울시의 "낙지머리 카드뮴 기준치 초과검출"이라는 발표가 대부분 중국산 낙지였음을 밝혔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퍼진 잘못된 낙지에 대한 내용으로 인해 일반 사람들은 여전히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낙지잡이 어민들과 판매상들은 너무나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서울시와 언론의 왜곡된 낙지 보도... 피해는 고스란히 어민들에게

바다에서 주낙으로 막 잡아온 뻘낙지를 내려놓고 있다.
 바다에서 주낙으로 막 잡아온 뻘낙지를 내려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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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리"인 이때 세발낙지가 가장 많이 잡힌다.
 "달사리"인 이때 세발낙지가 가장 많이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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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고속도로 끝자락, 목포에서 대교 하나만 건너면 청정갯벌을 간직한 국내 12번째로 큰 섬 압해도가 있다. 여기서는 낙지가 가장 많이 잡힌다는 '달사리'를 맞이해서 낙지잡이에 한창이다.

이곳 어업인들에게 이때는 한철 농사의 수확기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열일 제쳐놓고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명 '낙지사건'으로 인해 판로 대부분이 막혀버려 어업인들의 얼굴에는 깊은 수심만이 가득했다.

밀물이 들어 달빛 보러 올라온 낙지를 주낙으로 잡고 있다.
 밀물이 들어 달빛 보러 올라온 낙지를 주낙으로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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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 그거보믄 힘이 절로나부요. 근디 요즘은 사람들이 안 묵는다고 안 사가요."

지난 21일 압해도 대천리 수락마을에서 만난 김인희(48)씨는 20여 년 이상을 어업에 종사했다고 한다.

김씨는 "낮에는 뻘(개펄)에서 삽질로 낙지를 잡고, 밤이 되어 물이 차오르면 뻘에서 숨 쉬러 올라온 낙지를 주낙으로 낚아낸다"며 "하루 종일 허리 한 번 필 새 없이 낙지를 잡았어도 힘든지 몰랐다"고 말한다. 펄낙지라는 자부심이 있었고 여기저기서 판매상들이 서로 가져가려고 싸울 정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하늘이 안 도와줘서 한철 낙지 농사 망쳤으믄 그러려니 하겄는디, 지금 이것은 엄한 놈 방귀 뀐 걸로 내가 똥뀐 놈 되어부렀으니, 속에서 천불이 나부요." 

낙지를 잡기 위해 주낙에 칠게를 매달아 바다에 놓고 있다.
 낙지를 잡기 위해 주낙에 칠게를 매달아 바다에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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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잡이는 오후 6시경부터 새벽 1시까지 이어진다.
 낙지잡이는 오후 6시경부터 새벽 1시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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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찬바람에 발목까지 빠지는 질퍽한 펄밭에서 낙지를 파내고, 밤이 되면 등 하나 밝히고 허리 굽혀가며 주낙에 물린 낙지를 걷어내는 낙지잡이 어부들로서는 답답한 마음뿐이다.

"손님들이 안 먹는다는 낙지머리 먹는 게 내 일이 되어 부렀네요"

압해도 끝에 있는 송공리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송공항 해산물센터도 예년과는 다른 분위기이다. 송공항 해산물센터가 생기면서부터 가게를 운영해온 이봉자(55)씨는 낙지 이야기가 나오자 한숨부터 쉬었다.

송공항에서 만난 회센터 주인은 느닷없는 낙지소동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한다.
 송공항에서 만난 회센터 주인은 느닷없는 낙지소동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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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장사를 하느라 제대로 뉴스 볼 시간도 없었지만 손님들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보다 많이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지금 철이면 낙지 값이 제일 쌀 때이다. 너도나도 낙지를 찾았고 몸에 좋다니 서로 머리를 먹으려고 했다.

"인자는 에징간해서는 머리를 다 냄겨라. 우리 아들내미가 힘들게 잡아온 낙지를 버릴 수도 없고 손님들이 안 먹는다는 머리 먹는 게 내 일이 되어부렀네요."

이렇게 이야기하는 이봉자씨네 가게는 아들이 배를 띄워 직접 낙지도 잡아오고 다른 생선들도 잡아오기에 그런대로 장사가 된다고 한다.

"낙지만 파는 집은 완전히 뭐 되어부렀지요. 글고 나야 내 이름 걸고 장사하다 보니 뭐하나 속이지 못하고 장사하지만, 먹는 것 속여서 파는 사람들도 문제는 있어요. 그런 사람들 부터가 반성해야제, 손님들도 믿고 이런저런 왜곡된 내용에도 혹하는 것 없겄지라." 

한접에 45000원이란 글귀가 강조되어 있다.
 한접에 45000원이란 글귀가 강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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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과학헌디 나부터 과학으로 밝혀줘야제~"

서울시민을 위한다는 변명으로 너무 쉽게 발표해버린 '낙지' 문제는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어민들과 판매상들에게는 일방적인 해고와 다름없는 문제였다. 바다를 지키며 진실하게 살기를 바랐던 사람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만을 남기는 '사건'일 수밖에 없다.

압해도에 살며 매년 낙지 철이 되면 못해도 낙지 10접(200마리) 이상은 먹고 살았다는 김성기(40)씨는 "카드뮴에 오염되면 이타이이타이병에 걸린다고 들었는디, 서울시 말대로라면 내가 지금것 먹어온 낙지 머리만도 셀 수가 없을 것인디, 나는 진작 골로 가부렀어야제라"라며 "오세훈 시장이 과학 과학헌디 나부터 과학으로 밝혀줘야제, 이쪽 사람들은 왜 병에 안 걸리는지 먼저 밝혀줘야 맞제"라고 말한다.

연구기관과 정부기관, 그리고 검찰 수사 발표에서 낙지의 무해함을 충분히 검증하고 있는데도 책임을 다른 곳에 떠넘기며 고집을 꺾지 않는 서울시는 생업을 위협받는 현지어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누군가 무심코 던진 돌맹이에 지나가는 개구리는 죽을 수도 있다.

어민들에게 바다는 곧 삶이다.
 어민들에게 바다는 곧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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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신문 목포21에 실렸습니다.



태그:#낙지, #서울시장, #잘못된오보, #중금속, #어민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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