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김포시 김포대학 후문. 오전 7시를 넘겼지만 여전히 캄캄하다. 그런데 이 캄캄한 어둠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강화ㆍ김포지역 9개 마라톤 동호회가 이날 합동훈련을 위해 총집결한 것이다.

 

대회를 주최한 '김포마라톤동호회' 회원들은 주차장 안내 및 행사 진행으로 분주하게 움직인다. 하지만 9개 동호회원들을 '통제'하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삼삼오오 모여 서로 인사하기 바쁜 다른 회원들에겐 주최 측이 준비한 '확성기'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크게 상관은 없다. 어차피 군대도 아니고, 반듯하게 '좌우로 정열'할 필요는 없으니까.

 

7시 30분이 지나자 동이 텄다. 날이 밝으면서 사람들의 숫자도 늘어났다. 이제 얼추 100여명은 돼 보인다. 모일만큼 모인 것일까? 김포마라톤동호회 소속 한 회원이 마이크를 잡고 다시 한 번 '정렬'을 부탁한다. 훈련 시작이 임박함을 눈치 챘는지 이번에는 참가자들 역시 고분고분 진행자의 말을 잘 따른다.

 

 강화ㆍ김포지역 마라톤동호회 합동훈련식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출발하고 있다.

강화ㆍ김포지역 마라톤동호회 합동훈련식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출발하고 있다. ⓒ 장정욱

 

'천하ㆍ백두ㆍ한라ㆍ금강ㆍ도전자 팀'... 실력별 맞춤 훈련

 

9개 동호회 회장들의 소개 및 인사가 끝나고 전체 스트레칭에 들어갔다. 그사이 사람들은 조금씩 늘었고 훈련 시작 할 때는 140여명 가까이 늘었다.

 

소속 동호회를 무시하고 실력별로 팀을 나눴다. 어차피 달리는 '시간'은 똑같다. 다만 거리에서 차이가 날 뿐. 이날 달리기는 실력을 떠나 모두 '3시간'을 달리도록 설계됐다.

 

주최 측은 참가자들을 '천하, 백두, 한라, 금강, 도전자' 등 5개 팀으로 나눴다. 훈련 코스는 실력이 가장 좋은 '천하'팀이 34km를, 운동량이 부족하거나 초보들로 구성된 '도전자'팀이 26km를 달리도록 설계됐다. 그렇게 나눠진 참가자들은 8시 10분경 주차장을 빠져나와 도로 위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이 출발하자 바빠지는 것은 급수 등을 담당할 '자봉(자원봉사자)' 요원들이다. 5km 지점에서는 김포마라톤동호회 백순옥 부회장과 조명애 회원 등이 물을 끓이고 초콜릿 과자들을 늘어놓기 바쁘다.

 

 최가현(9)양이 아버지(최광일, 김포마라톤동호회)를 따라 자원봉사에 나섰다.

최가현(9)양이 아버지(최광일, 김포마라톤동호회)를 따라 자원봉사에 나섰다. ⓒ 장정욱

 

꼬마 아가씨가 건네는 어묵 국물에 추운 몸은 '사르르'

 

30분쯤 지나자 첫 훈련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출발했고, 가장 멀리 달리게 될 '천하'팀이다. 천하팀 뒤를 이어 백두, 한라 순으로 연이어 도착했다. 그들은 1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휴식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다음 지점으로 달렸다.

 

10km 지점에는 최광일 회원과 박선영, 김종오 회원이 뜨끈한 '어묵'까지 준비해 놓고 있다. 방학에 일요일까지 겹쳐 늦잠을 잘 법도 한데, 최광일 회원의 딸 가현(9) 양이 아빠를 따라 마라톤 자원봉사에 나섰다. 가현 양이야말로 진정한 '자한 봉사자'인 셈이다. 예쁜 꼬마 아가씨가 고사리 손으로 건네주는 어묵과 음료는 이날 참가자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끌었음은 물론이다.

 

이번 '김포ㆍ강화 합동훈련'의 목적은 3월 대회를 대비해 각 동호회별로 훈련 상태를 점검ㆍ비교하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사실 훈련 점검 보다는 동호회원들 간의 친목도모의 이유가 더 크다.

 

친목도모에 정보교환, 그리고 실력비교까지 '1석3조'

 

강화마라톤통호회 정찬진 부회장은 "다른 동호회 사람들과 함께 달리면 서로의 기량이 어느 정도인지 비교도 하고, 서로 훈련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친목도모의 목적과 함께 정보교환의 실익까지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합동훈련이 거듭될수록 참여하는 클럽과 회원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분명 '효과'가 있는 모양이다. 정 부회장은 "작은 클럽들은 고수들이 하수들의 속도에 맞춰 달릴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으면 실력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그룹을 만들어 달릴 수 있다"며 "속도를 일부러 늦출 필요도 없고, 자신의 실력에 맞춰 달릴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

 

김포마라톤클럽 심성기 회장 역시 "합동훈련에 대한 회원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다"며 "단체로 대회에 참가하는 것 다음으로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동호회장들 역시 비슷한 대답이다. 이만하면 '고객 만족도'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하겠다.

 

 강화ㆍ김포 마라톤동호회 합동훈련식에 참가한 회원들이 5km 지점을 통과하고 있다.

강화ㆍ김포 마라톤동호회 합동훈련식에 참가한 회원들이 5km 지점을 통과하고 있다. ⓒ 장정욱

 

초보들에겐 힘들었던 거리와 코스

 

코스 난이도에 대한 평가는 다양했다. 중급 이상 실력자들은 "무난했다", "훈련용으로 적합했다"는 평가를 내렸지만, 초보들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던 것 같다. 열심히 달리던 도전자팀에서 이탈자가 발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직 반환점을 돌기 전이지만 생각보다 어려운 코스에 페이스를 잃은 모양이다. 도전자팀 뿐만 아니라 다른 팀들에서도 이탈자들이 슬슬 생겨나기 시작했다. 운동을 소홀히 한 참가자들이 속속 걸러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거의 모든 참가자들이 거친 호흡을 몰아쉬면서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날 참가자 가운데 최고령인 정정길 김포마라톤 클럽 회원 역시 74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코스를 끝까지 완주해 동료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렇게 3시간여를 달린 140여명의 참가자들은 근처 '청룡회관'에서 식사와 함께 본격적으로 '정보교환' 및 '실력비교'의 시간을 가지며 이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올해 우리 동호회 목표는 바로 '이것'입니다

지난 24일 김포에서 열린 강화ㆍ김포지역 동호회 합동훈련회에 참가한 9개 마라톤 동호회 회장들은 '올해도 즐런'을 외치고 있었다. 아마추어 마라톤 답게 '기록' 보다는 '친목'이 우선이라는 동호회장들. 하지만 그래도 자신들 동호회만의 목표 하나씩은 가지고 있었다. 각 동호회별 올해 목표와 각오를 간단하게 정리해 봤다.

 

▲ 권태봉(56) 강화마라톤동호회

- 올해는 하프 대회에 참가해 회원 모두가 줄을 맞춰 끝까지 완주하는 것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그리고 서브3 주자도 3명 이상 배출하고, 울트라 및 한반도횡단도 5명 이상 완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주정조(52) 김포마라톤통호회

- 올해는 서브3 주자들을 좀 많이 배출하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매주 목요일 김포 공설운동장에 전문 코치를 초빙해서 연습하기로 했다.

 

▲ 심성기(50) 김포마라톤클럽

- 작년에 우리클럽에서도 서브3 주자가 한 명 나왔다. 올해도 서브3 주자를 최소 한 명 이상 배출하는 게 목표다.

 

▲ 엄영진(54) 강화육상연합회

- 거창한 목표나 각오는 없다. 다만 가을에는 우리 강화에서 합동훈련회를 한 번 개최해 볼까 생각하고 있다.

 

▲ 박사수(50) 김포철인클럽

- 올해 목표는 철인클럽 랭킹 전국 2위다. 올해는 입상자가 6명 이상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

 

▲ 변영주(53) 통진마라톤클럽

- 새해마다 다지는 각오는 하나다. 좀 더 내실 있는, 보다 재미있는 동호회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

 

▲ 김주섭(56) 신김포나가자마라톤

- 올해 계획 역시 예년과 같다. 꾸준히 대회 참가 하고, 기록보다는 완주를 목표로….

 

▲ 김재만(51) 김포한강마라톤

- 올해 목표는 무조건 1달에 한 번씩 대회 참석하는 것. 다만 우리가 선수도 아니고, 건강하게 완주에 목표를 두고 달리자.

 

▲오병무(56) 김포마사모

- 1등을 추구하다 보면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대회 참가를 통해 열심히 달리고 나름대로 성취감 느끼는 게 중요하다. 다만 올해는 각자 기록에서 1분씩만 당기는 것을 목표로 할 생각이다.

2010.01.25 14:38 ⓒ 2010 OhmyNews
마라톤 합동훈련 김포마라톤 강화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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