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아크람 아피프와 최우수 골키퍼상 받은 메샬 바르샴

MVP 아크람 아피프와 최우수 골키퍼상 받은 메샬 바르샴 ⓒ EPA/연합뉴스

 
아시아 최고의 라인 브레이커 아크람 아피프가 페널티킥 세 개를 모두 정확하게 차 넣으며 보기 드문 결승전 해트트릭 기록을 찍어냈다. 이라크 골잡이 아이멘 후세인(6골)을 밀어내고 득점왕(8골)은 물론 대회 최우수선수(MVP) 트로피까지 받았으니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룬 결승이었다.

카타르는 지난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개최국으로서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2000년, 2004년 일본이 연속 우승의 감격을 누린 것에 이어 2019년, 2023년 아시안컵 연속 우승 기록을 만들어내며 아시아 축구 신흥 강팀으로서 그 실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틴틴 마르케스 로페스(스페인) 감독이 이끌고 있는 카타르 축구대표팀이 우리 시각으로 10일(토) 밤 12시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간판 골잡이 아크람 아피프의 진귀한 페널티킥 해트트릭 활약에 힘입어 돌풍의 요르단을 3-1로 물리치고 2회 연속 우승 위업을 이뤘다.

7개의 유효슛, 87.5%의 슛 정확도 자랑

결승 킥 오프 20분 만에 첫 번째 페널티킥 휘슬이 길게 울렸다. 역시 이 게임 주인공은 카타르 에이스 아크람 아피프였다. 그가 역습 패스를 받아들고 순간적으로 방향을 바꿔 요르단 페널티 에어리어 모서리 안쪽으로 파고드는 순간 요르단 수비수 압달라 나시브가 뒤에서 오른발로 걸어 넘어뜨린 것이다.

이에 마 닝(중국) 주심은 VAR 온 필드 리뷰 절차를 거쳐 분명히 반칙을 확인하고는 페널티킥을 진행시켰고, 페널티킥을 얻은 아크람 아피프가 오른발 인사이드 킥(22분)을 왼쪽 구석으로 낮게 깔아 넣었다.

이번 대회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아크람 아피프는 정강이 보호대에 붙여놓은 카드를 꺼내 알파벳 대문자 S를 적은 카드를 들고 놀라운 카드 트릭 세리머니를 펼쳐 8만 6천여 대관중의 눈길을 끌어모았다.

아크람 아피프는 전반 종료 직전 수비에 가담했다가 무릎을 다치는 바람에 들것에 누워 실려나갔지만 다행스럽게도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아 피치 위로 돌아왔고, 후반전에도 놀라운 스피드와 골 결정력을 자랑했다.

4강에서 한국을 2대 0으로 돌려보내고 아시안컵 역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오른 돌풍의 팀 요르단은 67분에 멋진 동점골을 뽑아내며 결승 분위기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에흐산 하다드가 오른쪽 측면에서 넘겨준 로빙 크로스를 골잡이 야잔 알 나이맛이 기막힌 컨트롤 기술로 잡아놓고는 시원하게 왼발 하프발리슛을 꽂아넣은 것이다. 

슛 정확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가르쳐주는 결승 무대였다. 한국이 요르단에게 0-2로 패할 때 유효슛을 단 1개도 날리지 못한 것이 얼마나 수준 떨어지는가를 이 결승전이 쉽게 설명한 셈이다. 카타르는 이 게임을 통해 슛 8개 중 무려 7개를 유효슛으로 기록하며 정확도 면에서 87.5%라는 놀라운 수치를 만들었고, 요르단도 16개의 슛 중에서 6개를 유효슛으로 찍어냈다.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기 위해 얼마나 효율적이며 순도 높은 공격력을 갖추어야 하는가를 잘 알려준 것이다.

요르단의 멋진 동점골에 잠시 흔들린 카타르가 단 2분 만에 두 번째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교체 멤버 이스마일 모함마드가 역시 빠른 몸놀림으로 요르단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을 파고드는 순간 요르단 미드필더 알 마르디의 걸기 반칙이 나온 것이다. 

이 기회를 카타르 에이스 아크람 아피프가 놓칠 리 없었다. 첫 번째 페널티킥 골과 방향은 같았지만 더 강하고 빠르게 오른발 킥을 약간 띄워서 넣었다. 그리고 후반 추가 시간이 표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카타르가 우승을 확정하는 쐐기골 기회를 만들어냈다. 그들의 역습 전환 속도는 역시 아시아 최고 수준이었다.

이번에도 아크람 아피프가 위험 지역으로 빠져들어가며 요르단 골키퍼 아부라일라까지 따돌리는 순간에 반칙이 일어난 것이다. 역시 VAR 온 필드 리뷰 절차를 거친 마 닝 주심이 세 번째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아크람 아피프가 오른발 인사이드 킥(90+5분)을 이전과는 반대 방향으로 시원하게 차 넣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에게 주는 교훈은?

결승전 해트트릭도 드문 일이지만 세 골 모두 페널티킥으로 차 넣은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카타르의 역습 공격 전술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아크람 아피프의 빠른 스피드, 드리블 실력 덕분에 카타르는 지난 2019년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일본을 3-1로 물리친 것처럼 이번에도 똑같은 스코어를 찍어내며 감격적인 연속 우승을 확인한 것이다.

카타르가 아크람 아피프, 알모에즈 알리의 쌍두 마차 공격력을 자랑하기도 했지만 상대 팀의 핵심 공격 루트를 차단한 대응 수비 전술도 인상적이었다. 요르단의 왼발잡이 에이스 알 타마리가 파고드는 측면을 막기 위해 윙백 모함메드 와드에게 1차 저지 지시를 내렸고 쓰리백의 왼쪽에 서는 루카스 멘데스에게 커버 플레이 역할을 효율적으로 맡긴 것이다.

한국이나 일본처럼 공격면에서 유럽 무대를 휘젓는 에이스들을 앞세우는 것만으로는 우승 트로피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을 공격과 수비 모두 구성원들에게 잘 어울리는 전술을 갖추고 안정된 팀 밸런스를 끝까지 유지한 우승 팀 카타르가 잘 가르쳐준 셈이다.

아크람 아피프처럼 놀라운 스피드와 역습 드리블 실력을 갖춘 손흥민을 내세우면서도 그 능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전술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그 에이스조차 자주 고립될 수밖에 없고, 다른 키 플레이어들(이강인, 황희찬)도 집중 수비에 묶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 축구 팬들이 분명히 확인한 것이다.
 
2023 AFC 아시안컵 결승 결과(2월 10일 밤 12시, 루사일 스타디움)

카타르 3-1 요르단 [골-도움 기록 : 아크람 아피프(22분,PK), 아크람 아피프(73분,PK), 아크람 아피프(90+5분,PK) / 야잔 알 나이맛(67분,도움-에흐산 하다드)]

카타르 선수들(3-5-2 포메이션)
FW : 아크람 아피프, 알모에즈 알리
MF : 모함메드 와드, 하산 알 하이도스(53분↔압둘라지즈 하템), 아흐메드 파티, 자셈 가베르(53분↔알리 아사드), 유수프 압두리삭(63분↔이스마일 모함마드)
DF : 루카스 멘데스, 알마흐디 알리(81분↔부알렘 쿠키), 타레크 살만
GK : 메샬 바르샴

요르단 선수들(3-4-3 포메이션)
FW : 알리 올완(90+5분↔아나스 알 아와닷), 야잔 알 나이맛, 무사 알 타마리
MF : 마흐무드 알 마르디(80분↔살레 라티브), 누르 알 라와브데, 니자르 알 라쉬단, 에흐산 하다드
DF : 살렘 알 아잘린, 야잔 알 아랍, 압달라 나시브
GK : 야지드 아부라일라

AFC 아시안컵 결승 기록(왼쪽이 우승 팀)
2023년 카타르 대회 : 카타르 3-1 요르단
2019년 UAE 대회 : 카타르 3-1 일본
2015년 호주 대회 : 호주 2-1(연장) 한국
2011년 카타르 대회 : 일본 1-0(연장) 호주
2007년 인도네시아 외 3개국 공동개최 : 이라크 1-0 사우디 아라비아
2004년 중국 대회 : 일본 3-1 중국
2000년 레바논 대회 : 일본 1-0 사우디 아라비아
1996년 UAE 대회 : 사우디 아라비아 0-0(PSO 4-2) UAE
1992년 일본 대회 : 일본 1-0 사우디 아라비아
1988년 카타르 대회 : 사우디 아라비아 0-0(PSO 4-3) 한국
1984년 싱가포르 대회 : 사우디 아라비아 2-0 중국
1980년 쿠웨이트 대회 : 쿠웨이트 3-0 한국
1976년 이란 대회 : 이란 1-0 쿠웨이트
1972년 태국 대회 : 이란 2-1(연장) 한국
1968년 이란 대회 : 이란 우승(결승전 없이 라운드 로빈 방식, 이하 같음)
1964년 이스라엘 대회 : 이스라엘 우승
1960년 한국 대회 : 한국 우승
1956년 홍콩 대회 : 한국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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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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