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했던 잔치에 유일한 옥에 티였다. 축구팬들이 한중전 완승에 환호했지만, 황의조의 출전에 대해서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1월 21일(한국시간) 중국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C조 2차전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한 주장 손흥민의 활약을 앞세워 홈팀 중국을 3-0으로 완파했다.
 
한국은 전반 11분 황희찬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손흥민이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뽑아냈다. 손흥민은 전반 45분 헤더골을 터트리며 멀티골을 터뜨렸다. 이어 후반 42분에는 세트핏 상황에서 손흥민이 올려준 프리킥을 수비수 정승현이 헤더로 마무리하며 세골차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인 2017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중국 원정에서 0-1로 패했던 아픔을 6년 만에 설욕했다. 더불어 한중전 상대전적도 22승 12무 2패의 압도적인 우위를 이어가며 '공한증'을 재확인시켰다. 한국은 이날 중국에 볼점유율에서 65%vs 35%, 슈팅수 17-8, 유효슛 8-0으로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중국 축구팬들을 좌절감에 빠뜨렸다.
 
한국은 지난 싱가포르와의 1차전(5-0)에 이어 조별리그 2연승으로 조 1위를 굳히며 2차예선 통과에 청신호를 밝혔다. 또한 클린스만호는 지난 9월 사우디아라비아(1-0)와의 유럽 원정 평가전을 시작으로 튀니지(4-0), 베트남(6-0)전을 포함하여 쾌조의 A매치 5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이 기간 클린스만호는 5경기에서 19골을 퍼붓고 단 한골도 실점하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을 자랑했다.

후반 27분, 황의조의 등장
 
 21일 중국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한국과 중국의 경기. 대표팀 황의조가 중국 수비 파울에 넘어진 뒤 일어서고 있다.

21일 중국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한국과 중국의 경기. 대표팀 황의조가 중국 수비 파울에 넘어진 뒤 일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다만 황의조의 등장은 완벽했던 축제 분위기에 잠시나마 찬물을 끼얹은 아쉬운 순간이었다. 이날 황의조는 후반 27분 조규성을 대신해 교체투입되며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지면 별다른 활약은 보여주지 못했다.
 
황의조는 현재 불미스러운 추문의 당사자가 되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성관계하는 상대방을 촬영한 혐의(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로 지난 18일 황의조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기도 했다.

황의조는 지난 6월 자신이 '전 연인'이라고 주장한 여성으로부터 협박을 당했다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과 성폭력처벌법상 촬영 이용 협박·강요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해당 여성은 황의조가 다수의 여성과 관계를 맺고 피해를 주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SNS에 게재하며 황의조와 여성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 동영상을 공유한바 있다(황의조 선수의 사생활 영상을 유포, 협박한 혐의로 구속된 여성은 황씨의 친형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황의조는 자신이 '사생활 폭로' 협박을 받은 피해자라고 주장했지만, 불법촬영 정황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전 연인'이라 사칭한 여성은 구속되었지만 지난 8월 영상 유포자를 경찰에 고소하는 과정에서 황의조 또한 불법촬영 혐의로 처벌해 달라는 의사를 밝혔다. 경찰도 황의조의 불법촬영 혐의에 대해 수사하면서 황의조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했다. 
 
쟁점은 '촬영 동의' 여부다. 만일 불법촬영 혐의가 드러날 경우, 황의조는 무거운 처벌을 피할 수 없으며 자칫 축구인생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논란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황의조를 대표팀에 그대로 발탁한 것은 물론이고 A매치 경기에 출전까지 시켰다. 황의조는 클린스만호 출범 이후 조규성-오현규 등과 함께 공격수 자리에 꾸준히 발탁되고 있다.

지난 싱가포르전에서는 페널티킥으로 골을 성공시켰고, 중국전에서도 2연속 교체투입되어 그라운드를 누볐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황의조가 중국전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일제히 SNS 등을 통하여 축구협회와 클린스만 감독을 향해 비판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클린스만 감독은 중국전 이후 황의조의 출전에 대한 질문을 받자 "한국에서 논란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명확한 사실이 나오기 전까지는 진행 중인 사안일 뿐이고, 당장 죄가 있다고 말할 순 없다"고 이야기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분명한 사실이 나오기 전까지는, 황의조가 운동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득점을 해주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앞으로도 계속 대표팀에 발탁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황의조 대표팀 발탁, 이대로 괜찮나
 
 21일 중국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한국과 중국의 경기. 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경기 시작에 앞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21일 중국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한국과 중국의 경기. 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경기 시작에 앞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물론 황의조는 아직 어떠한 법적 판결도 받지 않은 상태이고, 규정상 국가대표 소집과 출전에도 제약은 없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황의조가 섣불리 범죄를 저절렀다고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현직 국가대표 선수가 피의자로 경찰 수사까지 받고 있으며 그 와중에 A매치까지 출전했다는 것은,  모두 축구대표팀 사상 초유의 일이다. 황의조는 먼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말끔히 청산한 뒤에 대표팀 발탁을 논의했어야 했다.

태극마크는 말 그대로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를 상징한다. 국민적 관심을 받는 만큼, 더 높은 사회적 책임감과 명예가 강조되는 집단이 국가대표팀이다. 단순히 실력만이 아니라 그에 걸맞은 인성, 도덕성 등도 국가대표의 중요한 기준으로 요구된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인종차별' 사건으로 인해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공식적인 징계를 받았던 박용우를 곧바로 대표팀에 선발해 A매치까지 출전시킨 전력이 있다. 명백히 잘못이 드러난 사건에 대해서도 '법적 제약'만 없다면 국가대표의 사회적 책임감이나 대중의 여론 따위는 가볍게 여기겠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황의조의 불미스러운 사생활 논란과 더불어, 클린스만의 '제 식구 감싸기' 행태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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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조 클린스만 태극마크 피의자 사생활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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