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경기에서 단 5분 출전에 0점, 기록지에는 단 1개를 야투를 시도한 게 빗나간 것을 제외하면 아무런 기록도 남지 않았다. 비중이 미미한 벤치 선수의 기록이 아니다. 팀의 핵심 주전, 그것도 1옵션 역할을 해줘야 할 외국인 선수가 이런 성적을 남겼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0점짜리' 활약의 주인공은 바로 원주 DB의 외국인 선수 말콤 토마스였다. 원주 DB는 지난 2월 18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5라운드 서울 SK와의 경기에서 73-92로 패배하며 5연패 수렁에 빠졌다. 8위에 머물고 있는 DB의 시즌 전적 16승 25패로 6강PO 마지노선인 6위 전주 KCC와의 승차는 1.5경기로 벌어졌다.
 
DB로서는 외국인 선수 싸움에서 밀린 게 결정적이었다. 이날 상대인 SK는 자밀 워니(19점 9리바운드), 리온 윌리엄스(10점 4리바운드)가 출전시간을 양분하며 많은 시간을 뛰지 않고도 29점 13리바운드를 합작했다. 오재현(15점, 3점슛 3개)과 최성원(14점, 3점슛 4개) 등 국내 선수들도 외곽슛을 지원 사격했다.
 
반면 DB의 외국인 선수들은 레나드 프리먼(10점 14리바운드)이 혼자 더블-더블로 고군분투했을뿐, 또다른 외국인 선수는 토마스는 말콤 토마스는 5분 18초만 출전하여 무득점에 그쳤다. 말그대로 득점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팀 기여도도 '0점짜리' 였다.
 
아시아 쿼터인 이선 알바노가 팀내 최다인 14점 7어시스트, 김종규가 외국인 빅맨들과 매치업을 감수하며 12점 4리바운드로 분전했지만 내외곽에서 SK의 화력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었다. 김주성 감독 대행은 경기가 기운 4쿼터 초반에는 아예 국내선수 5명 만으로 경기를 운영하며 토마스에게 노골적으로 실망한 기색을 드러냈다.
 
토마스는 지난 2월 3일 원주 DB와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2011-2012시즌 울산 현대모비스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었던 토마스는 무려 11년 만의 KBL 복귀였다. 당시 토마스는 현대모비스에서 17경기 평균 20.8점 10.7리바운드 3.2어시스트의 기록을 남겼다.

시즌 초반에 퇴출되기는 했지만, 당시는 외국인 선수제가 1명 보유-1명 출전이었고 정통 빅맨들을 상대하기에 골밑수비와 체력에서 약점을 드러낸 게 빠른 교체의 배경이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토마스는 대학무대를 갓 졸업한 어린 유망주였고, 기록에서 보듯이 활약은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토마스는 한국을 떠난 이후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샌안토니오 스퍼스, 시카고 불스, 유타 재즈에서 NBA(미프로농구) 무대를 밟아보기도 했고, 중국, 러시아, 독일, 터키 등 여러 리그를 거치며 경험을 쌓았다. KBL로 돌아오기 직전에는 2022~2023시즌 러시아 리그에서 평균 11.8점 6.5리바운드 2.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외국인 선수 교체를 고려하던 DB는, 1옵션 드완 에르난데스를 대체할 자원으로 토마스를 낙점했다. 에르난데스는 올시즌 DB에서 29경기에 출전하여 평균 14.6점 6.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아주 나쁘지는 않지만, 1옵션 외국선수로서는 부족한 성적이었다. 표면적인 교체이유는 고질적인 발 부상도 있었지만 경기에 뛰지못할 정도는 아니었고, 부족한 수비와 리바운드 장악력, 그리고 잦은 기복이 가장 큰 단점으로 거론됐다.

DB에서 에르난데스 교체와 토마스 영입은 6강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하여 모험을 건 승부수였다. 김주성 감독대행이 영상을 통하여 토마스의 영입을 직접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과는 나빴다.  에르난데스를 교체하기 직전 김주성 감독대행 체제에서 4연승 및 5승 2패로 순항하며 6강진출의 희망을 높여가던 DB는, 토마스가 가세하자마자 순식간에 5연패의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연패의 중심에는 바로 토마스가 있었다. 토마스는 KBL 복귀 이후 치른 5경기에서 4.2점 4.8리바운드 1.6어시스트라는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다.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거나 30분 이상을 소화한 경기가 한번도 없다. 뚜껑을 열어보니 토마스는 체력적으로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고, 몸싸움을 기피하거나 수비가 약하다는 단점은 12년전 그대로였다.
 
무엇보다 스스로 자신감이 없는지 경기당 야투 시도가 고작 3.6개에 불과하다. 1옵션으로서의 적극성이나 책임감이 결여되어 있다. 토마스는 국내 선수와 미스매치가 되는 상황에서도 공격을 시도하기보다는 공을 돌리기에 바빴다. 그렇다고 수비나 활동량에서 팀에 기여하는 것도 아니다.
 
전임자인 에르난데스의 경우, 미우나 고우나 최소한 공격력 하나만큼은 확실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토마스의 팀공헌도는 냉정히 말해 어지간한 국내 선수보다도 못하다. 12년 전보다 한층 노련해진 베테랑의 역할을 기대하고 영입했는데, 오히려 나이가 들며 기량이 퇴보했다는 것만 확인했다.
 
토마스의 교체 시기와 맞물려 하필 선두 안양 KGC를 비롯한 상위권 팀들의 맞대결이 줄줄이 몰린 대진운도 DB로서는 뼈아팠다. 하지만 최하위 서울 삼성에게도 졸전 끝에 덜미를 잡힌 것을 감안하면, 현재의 DB로서는 어떤 상대가 만났더라도 결과는 크게 바뀌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DB는 5연패 기간 내내 외국인 선수들의 공격력에서 상대팀에게 밀렸다. 에르난데스의 교체와 토마스의 부진으로 졸지에 1옵션 자리를 강제로 떠맡게 된 레나드 프리먼까지 부담 때문인지 덩달아 흔들리고 있다. DB 팬들 사이에서는 "이럴거면 에르난데스를 왜 교체했냐"라며 독이 되어버린 외인 교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결국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김주성 감독대행은 결국 2주만에 또다시 외국인 선수교체를 시사했다. 아직은 6강권과의 격차가 크지 않아서 반전의 희망은 남아 있다. 하지만 시즌 막바지라 대체 외국인 선수를 구하기가 너무나 어려운 데다, DB는 이제 교체카드가 1장밖에 남지 않아서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토마스처럼 선수의 상태를 직접 점검하지 못하고 영상과 기록만 보고 덜컥 영입했다가 또다시 큰 낭패를 볼수도 있어서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DB가 만일 올시즌 6강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토마스의 교체 실패는 김주성 대행과 DB에게 가장 뼈아픈 순간으로 남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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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콤토마스 김주성 원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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